이상 전 시집 ‘건축무한육면각체’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 p.19, 「오감도(烏瞰圖)_시(詩)제1호」
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 의내부의 사각형.
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운동 의 사각 이 난 원.
비누가통과하는혈관의비눗내를투시하는사람.
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의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
거세된양말.(그여인의이름은워어즈였다)
빈혈면포, 당신의얼굴빛깔도참새다리같습네다.
평행사변형대각선방향을추진하는막대한중량.
마르세이유의봄을해람(解纜)한코티향수가맞이한동양의가을.
쾌청의공중에붕유(鵬遊)하는Z백호(伯號). 회충양약이라고쓰여져있다.
옥상정원. 원후(猿?)를흉내내고있는마드모아젤.
만곡된직선을직선으로질주하는낙체공식.
시계문자반(盤)에XII에내리워진두개의침수된황혼.
도어의내부의도어의내부의조롱(鳥籠)의내부의카나리아의내부의감살문호의내부의인사
식당의문간에방금도착한자웅과같은붕우가헤어진다.
검정잉크가엎질러진각설탕이삼륜차에적하된다.
명함을짓밟는군용장화. 가구(街衢)를질구(疾驅)하는조화(造花)금련(金蓮).
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가고위에서내려오고밑에서올라간사람은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사람.
저여자의하반은저남자의상반에흡사하다.(나는애련한해후에애처로워하는나)
사각이난케 - 스가걷기시작이다.(소름끼치는일이다)
라지에 - 타의근방에서승천하는꾿빠이.
바깥은우중. 발광어류의군집이동.
--- p.97, 「건축무한육면각체_AU MAGASIN DE NOUVEAUTES」
사과한알이떨어졌다. 지구는부서질그런정도로아펐다. 최후.
이미여하(如何)한정신도발아(發芽)하지아니한다.
--- p.167, 「최후(最後)」
백석 전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늬 산(山)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p.51, 「여승(女僧)」
난(蘭)이라는 이는 명정(明井)골에 산다든데
명정(明井)골은 산(山)을 넘어 동백(冬柏)나무 푸르른 감로(甘露) 같은 물이 솟는 명정(明井) 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冬柏)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女人)은 평안도(平安道)서 오신 듯한데 동백(冬柏)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閑山島) 바다에 뱃사공이 되여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 p.74, 「통영(統營) - 남행시초(南行詩抄)」중에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p.105,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윤동주 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나는 나를 정원에서 발견하고 창을 넘어 나왔다든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든가 왜 나왔느냐 하는 어리석은 생각에 두뇌를 괴롭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만 귀뜨람이 울음에도 수줍어지는 코쓰모쓰 앞에 그윽히 서서 닥터?삐링쓰의 동상 그림자처럼 슬퍼지면 그만이다. 나는 이 마음을 아무에게나 전가시킬 심보는 없다. 옷깃은 민감(敏感)이어서 달빛에도 싸늘히 추워지고 가을 이슬이란 선득선득하여서 설은 사나이의 눈물인 것이다.
발걸음은 몸뚱이를 옮겨 못가에 세워줄 때 못 속에도 역시 가을이 있고, 삼경(三更)이 있고, 나무가 있고, 달이 있다.
--- p.156~157, 「달을 쏘다」중에서
그의 다음 동생 일주(一柱) 군과 나의 문답 -
“형님이 살았으면 몇 살인고?”
“서른한 살입니다.”
“죽기는 스물아홉예요 - .”
“간도(間島)에는 언제 가셨던고?”
“할아버지 때요.”
“지내시기는 어떠했던고?”
“할아버지가 개척하여 소지주 정도였습니다.”
“아버지는 무얼 하시노?”
“장사도 하시고 회사에도 다니시고 했지요.”
“아아, 간도에 시와 애수와 같은 것이 발효하기 비롯한다면 윤동주와 같은 세대에서 부텀이었구나!” 나는 감상하였다.
--- p.186~187, 「정지용 - 서(序)」중에서
“무슨 뜻인지 모르나 마지막 외마디소리를 지르고 운명했지요. 짐작컨대 그 소리가 마치 조선독립만세를 부르는 듯 느껴지더군요.”
이 말은 동주의 최후를 감시하던 일본인 간수가 그의 시체를 찾으러 갔던 그 유족에게 전하여 준 말이다. 그 비통한 외마디소리! 일본 간수야 그 뜻을 알리만두 저도 소리에 느낀 바 있었나 보다. 동주 감옥에서 외마디소리로써 아조 가 버리니 그 나이 스물아홉, 바로 해방되던 해다. 몽규도 그 며칠 뒤 따라 옥사하니 그도 재사(才士)였느니라. 그들의 유골은 지금 간도에서 길이 잠들었고 이제 그 친구들의 손을 빌어 동주의 시는 한 책이 되어 길이 세상에 전하여 지려 한다.
--- p.197, 「강처중, 발문(跋文)」중에서
그는 아주 고요하게 내면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친구들 사이에 말 없는 사람으로 통했다. 그렇다고 아무도 그를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두들 그 말 없는 동주와 사귀고 싶어 했다. 그의 눈은 언제나 순수(純粹)를 찾아 하늘을 더듬었건만 그의 체온은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과장 없이 고백할 수 있다. 그의 깊은 데서 풍겨 나오던 인간적인 따뜻함을 나는 아직 아무에게서도 느껴본 일이 없다고. 그러기에 그가 차지하고 있던 나의 마음 한구석은 다른 아무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이국 땅 만주에서도 신경(新京)의 거리를 헤매다가 해방의 종소리를 듣던 그 정오에 내 마음을 견딜 수 없이 쓰리게 한 것은 동주 형의 환상이었다.
「동주야, 네가 살았더라면……」
동주 형은 참으로 멋진 사내였다.
--- p.225, 「문익환, 동주 형의 추억」중에서
『2월 16일 동주 사망 시체 가져가라』
이런 전보 한 장을 던져 주고 29년간을 시(詩)와 고국(故國)만을 그리며 고독을 견디었던 사형(舍兄) 윤동주를 일제는 빼앗아가고 말았으니, 이는 1945년 일제가 망하기 바로 6개월 전 일이었습니다.
1910년대의 북간도 명동(明東) - 그곳은 새로 이룬 흙냄새가 무럭무럭 나던 곳이요, 조국을 잃고 노기에 찬 지사(志士)들이 모이던 곳이요, 학교와 교회가 새로 이루어지고, 어른과 아이들에게 한결같이 열(熱)과 의욕에 넘친 모든 기상을 용솟음치게 하던 곳이었습니다.
--- p.204, 「윤일주, 선백(先伯)의 생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