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중에도 무언가를 창조하는 건 늘 행복한 일입니다. 이것이야말로 내게 있는 유일한 행복의 능력인 것 같네요. 나의 삶을 아름답고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은 나의 일, 즉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쁨입니다.
---「요제프 엥글레르트에게 쓴 편지, 1920년 5월 │1월 31일, 42쪽」중에서
인간은 고정되고 완성된, 이미 다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 확고하고 명료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변화해나가는 존재이자 시도이고, 예감이며 미래다. 새로운 형식과 가능성을 향한 자연의 동경이자 작품이다.
---「『전쟁과 평화』│1월 2일, 11쪽」중에서
우리의 영혼이 스스로를 자각하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만드는 모든 동력은 사랑이다. 따라서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자는 행복하다. 그러나 사랑과 욕망은 같지 않으니, 사랑은 한결 지혜로워진 욕망이다. 사랑은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하려 할 뿐.
---「〈마르틴의 일기〉, 1918년 │1월 20일, 30쪽」중에서
예술이 풍요와 행복, 만족과 조화에서 탄생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근거 없는 가정이다. 인간의 다른 모든 업적이 고통과 힘든 압박에서 탄생하는데 예술이라고 어떻게 예외일 리가 있겠는가?
---「〈문학과 비평에 대한 메모들〉, 1930년 │2월 25일, 74쪽」중에서
세상은 아주 재미있는 곳이에요. 그저 우리가 세상을 너무 심각하게 여길 뿐이죠.
---「독일의 문헌학자 오토 바슬러에게 쓴 편지, 1940년 3월 1일 │2월 5일, 52쪽」중에서
물고기, 새, 원숭이부터 우리 시대의 전쟁을 하는 동물에 이르기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앞으로 밀치고 나아갔던 동물들은 ‘평범한 동물’일 수가 없었다. 평범한 동물들은 보수적으로 그저 살아온 대로 살고자 했다. 평범한 도마뱀은 날아볼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았다. 평범한 원숭이는 나무에서 내려와 두 발로 걸어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최초로 직립 보행을 시도한 원숭이, 맨 처음 두 발로 걷기를 꿈꾸었던 원숭이는 원숭이들 중에서도 공상가이자 괴짜이며 시인이고 개혁가였지, 평범한 원숭이가 아니었다.
---「〈환상〉, 1918년 │5월 11일, 170쪽」중에서
책과 즐겁게 대화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책은 종종 사람만큼 똑똑하고, 종종 그만큼 재미가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책은 성가시게 추근대지도 않는데 말이다.
---「『겨울 저녁의 독서』 서평, 1920년 11월 │6월 28일, 226쪽」중에서
나는 영靈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해. 나는 내 꿈속에서 살아. 다른 사람들도 꿈속에서 살지.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꿈속에서 살지 않아. 그게 바로 다른 점이야.
---「『데미안』, 1919년 │6월 20일, 216쪽」중에서
어릴 적 사람들은 우리의 ‘의지를 꺾으려고’ 무진 애를 썼고, 실제로 우리 안의 온갖 것들을 꺾고 부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의지―우리와 함께 태어난 그 유일한 것만은, 우리를 아웃사이더와 괴짜로 만든 그 불꽃만은 꺾지 못했다.
---「〈한스를 추억하며〉, 1936년 │7월 16일, 251쪽」중에서
신이시여, 나로 하여금 절망하게 하소서. 내게 절망하게 하소서. 그러나 당신에겐 절망하지 않게 하소서. […] 내 모든 자아가 송두리째 깨지거든 그것이 당신의 손길이었음을 보여주소서.
---「시 〈기도〉 중에서, 1921년│10월 6일, 357쪽」중에서
가까운 친구와 이웃들이 점차 저세상으로 떠나 여기보다 ‘저편에’ 지인들이 더 많아지게 되면,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저편에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아직 이편에 굳건히 둥지를 틀고 사는 사람이 저세상에 갖는 그 두렵고 꺼림직한 태도가 많이 완화되지요.
---「토마스 만에게 쓴 편지, 1950년 3월 17일 │11월 6일, 396쪽」중에서
살아오면서 나는 시대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으로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결코 상아탑 안에서만 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마음이 가는 대상은 결코 국가나 사회나 교회가 아니고, 개개인이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 유일하고 일률적이지 않은 개체로서의 인간이었습니다.
---「〈프랑스 학생들에게 보내는 인사〉, 1951년 │11월 19일, 412쪽」중에서
내 생각에 인간은 크게 고양될 수도, 크게 비열해질 수도 있어요. 반쯤 신 같은 경지까지 높이 오를 수도 있고, 반쯤 악마 같은 지경까지 타락할 수도 있지요. 그런데 정말로 훌륭한 일이나 야비한 일을 할 때, 사람은 제각기 자기 수준만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의식중에 저마다 타고난 기준이나 질서에 대한 동경을 따르는 것으로 보여요.
---「전쟁 기간 중에 쓴 위로 편지, 1940년 2월 7일 │11월 24일, 417쪽」중에서
모든 예술의 시작은 사랑이다. 모든 예술의 가치와 규모는 무엇보다 예술가가 얼마나 사랑을 할 수 있는가를 통해 결정된다.
---「〈굴브란손의 스케치〉 리뷰, 1914년 2월│12월 31일, 463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