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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모텔

백은정 | | 2023년 09월 0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36건 | 판매지수 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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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92g | 146*210*30mm
ISBN13 9791158161699
ISBN10 115816169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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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빳빳한 지폐 한 장을 나에게 던지며, 여자의 하얗고 보드라운 손을 살며시 잡아끈다. 참 희한하다. 사랑하는 이 앞에 데려다놓는 것은 발이 하는 일인데, 사랑은 죄다 손이 차지하는 걸 보면. 손을 잡고, 손으로 그 사람을 어루만지고, 손등에 키스한다.
---「욕망은 소중하니까」중에서

열이 계속 오르지만 집에는 얘기할 입장이 아니었다. 이 시간에도 만두는 혼자 객실 화장실 바닥을 벅벅 닦고 있을 터였다. 제주도에 재주 부리러 왔는데 여기는 제주인가, 죄주인가?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돌아갈 수 있을까? 모텔을 운영하고 나서부터 나에겐 내 작업을 할 틈이 전혀 없었다. 단지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을 뿐이었는데. 글을 쓰기 위한 나만의 방. 가게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가게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제주-재주-죄주」중에서

우리는 한참을 고민했다. 만약 임대를 놓으면 월세 매출은, 적어도 리모델링 전 모텔 매출의 약 두 배인 천만 원 정도가 될 터였다. 하지만 기껏 돈 들여 리모델링한 가게를 그대로 내놓으면 건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사업을 접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돌파구였지 비상구가 아니었다.
---「모텔은 분위기죠」중에서

헐레벌떡 달려온 만두는 무사히 프런트에서 그들을 응대했고, 그뒤로도 몇 번씩 찾아온 그녀를 나는 애써 외면했다. 외면하는 것은 최소한의 배려고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선의였다. 구겨진 구석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곪은 것이 있다면 터뜨려야 살 수 있을 텐데 내가 뭐라고 그녀를 판단하나.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는 불완전에서 완전을 향해 흐르는 인간이 아니겠는가. 고객의 내밀한 사정은 모르는 것이 약이다.
---「프런트에서 마주친 학부모」중에서

유희에게 706호 키를 건네는 나는 도대체 뭐가 옳은 건지 혼란스럽다. 유희의 친구니까 그녀의 사랑을 지켜주는 것이 도리인지, 그녀가 가정을 지킬 수 있도록 냉정하게 대하는 것이 답인지 말이다. 그러나 불륜을 쉬쉬하며 숨기는 법조차 모를 만큼, 그래서 친구의 가게로 불륜 상대를 데리고 올 만큼 그녀의 사랑은 순수했기에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사랑이 이렇게 잔인하다. 모든 걸 줄 것처럼 쏟아지더니 모든 걸 빼앗아간다.
---「이곳의 사랑은 생각보다 잔혹하다」중에서

신기한 일이었다. 우리는 모텔 방에서 처음 만난 날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다. 그 사랑은 충동적이고 본능적이었지만 수치스러운 비밀이 아니었다. 우리는 간절히 바라왔기에 저 먼 우주로부터 여기까지 운명이라는 강렬한 별의 빛줄기를 타고 내려온 서로였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시작될 아주 긴 사랑 이야기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우리는 만남의 첫날에 모텔에서 잤고, 그 김에 결혼을 했으며, 지금은 모텔을 운영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모텔은 궁전이 아닐까? 그래, 먼 우주의 양 끝단에서 출발해 우리는 결국 도착했다. 우주의 중심인 이곳, 사랑이 시작되는 곳. 모텔이 아닌 우주의 궁전으로! 그래서 우리에게 모텔의 의미는 특별하다.
---「사람들에게 모텔이란 무엇일까요?」중에서

남자가 지하철에 올라탄다. 잠시 후 다음 역에서 여자가 지하철을 탄다. 둘은 잠시나마 같은 칸에 머물며 호흡한다. 그렇게 함께 욕망이라는 역을 지난다. 남자는 다음 역에서 내린다. 여자는 남자가 내린 그다음 역에서 내린다. 두 사람에게 지하철은 스치듯 닿은 장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나는 그들에게 지하철 요금을 받으면 그만이다.
---「나는야 모텔 프로파일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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