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탕은 ‘1등, 2등과 같은 등수 압박이 없어야 자신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등수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매기는 것이고, 이는 곧 다른 사람이 제시한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 오드리 탕이 홈스쿨링을 하던 중학생 시절, 그는 ‘왜 사람들은 온라인상의 정보를 쉽게 믿는지’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연구 주제나 그가 참가했던 과학 전시회에서 정한 주제 같은 것들은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에서도 연구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는 완전히 그의 개인적인 흥미에서 비롯된 자발적인 탐구였다.
하나의 정답을 암기하는 방식을 ‘퍼즐 맞추기’라는 개념으로 대체하는 것이 오드리 탕의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그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다양한 공간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모아 이 공간에서 서로 돕게 하고, 그 역시도 다른 사람이 만든 공간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함께 퍼즐을 맞춘다. 이처럼 ‘무언가를 깨닫는 것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두지 않는’ 학습 방식은 어떤 새로운 도전을 맞닥뜨리더라도 개인에게 그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는 느낌,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또한 마이클 샌델이 말했던 완벽주의 후유증에 빠져 반드시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오만에 빠지지 않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의 세계는 이미 개인의 능력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오드리 탕이 미래 세계를 상상하고 이해하는 데 SF소설이 지식 면에서 도움이 된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SF소설을 추천할 때 ‘의식적으로 읽기’를 권한다. 무의식적으로 SF소설을 읽으면 당장의 즐거움밖에 얻을 수 있는 게 없지만, 의식적으로 읽으면 당장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소설가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미래 세계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볼 수 있고,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 아주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오드리 탕은 재능과 기여는 개별적인 것이 아닌 ‘하나의 행위’라고 강조했다. 먼저 재능을 발견한 다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끊임없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하고, 자신에게 속한 퍼즐 한 조각을 발견했다는 것은 어떻게 사회라는 그림에 맞춰 넣어야 할지 알게 된 것과 같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이다. 자신이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여를 통해 사회가 그 시점에 당신이 기여한 바가 있다고 느껴야만 진정으로 하늘이 주신 재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드리 탕 본인도 일찌감치 깨달은 바가 하나 있었다. 뭔가를 나눌 것이 있으면 서둘러 나눠야 한다는 것이었다. 머릿속에만 넣어 두었다가 내일 죽는다면 전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제때 말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 오드리 탕은 오늘 일은 오늘 마치는 습관을 길렀다. 어떤 생각이 있으면 곧바로 공유했다. 그는 “말하고 나면 두렵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야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오드리 탕은 2008년에 소셜텍스트에 들어가 2016년 최연소 정무위원(한국의 장관급)으로 정부에 입각하기 전까지 그곳에서 8년을 일했다. 이때 공식적으로 원격 근무 생활을 했으며, 대만에 거주하면서 온라인으로 전 세계 9개 시간대에 사는 다른 동료들과도 함께 일했다. 소셜텍스트가 직원들에게 원격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직원들 역시 회사를 위해 원격 근무에 알맞은 작업 프로그램의 연구 개발을 책임졌다. 오드리 탕은 “이는 자신이 담근 술을 자신이 마시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대만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팬데믹의 여파로 이제야 원격 근무라는 새로운 근무 방식을 받아들인 데 반해 오드리 탕은 이미 10여 년 전 소셜텍스트에서 원격 근무가 가져온 새로운 직장 문화를 경험한 것이다.
오드리 탕은 특히 막 직장에 발을 내디딘 신입 직원들은 대부분 능동적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아니라, 관리자들이 어떻게 그들의 능동성을 꺾지않느냐’라고 말한다. 그래서 기업은 직원들이 관리직을 기피하는 현상을 고민하기보다는 업무 프로세스와 개방된 공동 작업 공간을 구축하고, 회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작업 문화를 이 소프트웨어 혹은 하드웨어를 통해 자동으로 실현되게 하는 편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관리자는 모든 사람의 업무 진행률을 주시하거나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포모도로 기법이 많은 사람에게 환영을 받은 것은 25분의 시간이 일에 전념하기에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이고, 이 25분 동안 외부 정보가 들어오거나 일시적으로 처리해야 할 다른 일이 생각나더라도, 그 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처리해도 일을 그르치거나 늦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전 세계를 휩쓸었던 이 시간 관리 기법이 당시 대만에서는 그다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2020년에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 세계가 원격 근무 체제에 돌입하자 언론에서 원격 근무의 베테랑인 오드리 탕이 일찍부터 포모도로 기법을 사용했다고 보도하고 나서야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오드리 탕은 손가락으로 직접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면 뇌가 휴대전화를 신체의 일부라고 착각하고, 손가락이 받는 모든 자극도 신체 일부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스크린을 터치하고 하이퍼링크나 빨간 동그라미 안 숫자를 보면 누르고 싶어 안달이 난다. 잠시라도 멈춰서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것인지’ 생각한 뒤에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두더지 잡기와 매우 비슷하다. 스크린 속 특정 모양을 보기만 해도 꼭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할 때, 오드리 탕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식은 그것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녀는 새롭다고 해서 무조건 이해하기 어려우니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나 정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말처럼 어떤 일이든 사실 시간을 투자한다면 쉽게 배울 수 있다.
오드리 탕이 다양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바로 마음속에 그 감정이 머물 곳을 내어주고 자신이 이를 평온하게 마주할 수 있을 때까지 한동안 함께 지내는 것이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그녀는 그런 댓글을 남긴 사람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녀는 이 방식을 ‘바보들 끌어안기’라고 불렀다.
많은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새로 온 이메일이나 라인 메시지와 같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하지만 오드리 탕은 잠을 자는 침실에 알람 시계만 두고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두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방에서 나가지 않는 한 보통은 아직 막 잠에서 깬 상태가 유지된다. 이때 어젯밤 자기 전에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집중해서 생각하거나 자기 전에 읽은 내용이 수면 중에 정리되고 저장된 것을 다시 되새긴다. 이렇게 하면 내재화가 더 잘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런 다음 그녀는 다른 일을 시작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