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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52g | 128*188*20mm
ISBN13 9791192066264
ISBN10 11920662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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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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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창문으로 채워진 벽 같다
뾰족한 지붕의 귀퉁이
전봇대에 걸린 전깃줄
누군가 널어놓은 수건의 끄트머리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의 몸통
미동 없는 천막
칠이 벗겨진 과속방지턱
흔들리는 풀
닫히지 않은 맨홀 뚜껑
......발 빠짐 주의
---「김윤리, 옆을 봐」중에서

친구야 사람이 물어보면 대답을 해
그만 노래하고
그 자리에 바로 서서 부르는 노래
팔 휘저으며 노래
단 한 번도 눈뜨지 않고 간절히 핸드폰 붙잡고
야 대체 공사하냐고 너무 시끄럽고
너무 맑고 깨끗하다 또
만만하니까 사람들이 울 수가 없지
오이 찾지 마 편의점에서 안 판다고
이 공원에 갈림길이 어쩜 이리 많은 지
돌아서 가자
---「나혜, 공벌레」중에서

찰리가 너무 좋다고,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맥주병을 내밀며 외국어로 말했다.
비틀거리는 나를 찰리가 일으켜 세울 때까지.

하지만 찬배야,
나는 찰리가 지겨워. 오즈 앞에서도 오즈의 모국어로 인사를 건네고 내가 본 마술들을 똑같이 보여주고 액션캠이 멋지다고 말하는 오즈에게 자기 장례식에 오면 이 영상들을 보게 될 거라 대답하는 저 패턴을
너는 몇 번이나 봤던 걸까.
---「이새해, 사람이 싫어지면」중에서

내게 남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모두 말하고 싶다 모든 것이 조금씩 바뀌면서 반복되고 있다 바다는 크림색으로 물들어 가고 공기는 밤의 표정으로 바뀌어간다

청보리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죽은 사람들의 묘지가 있다

청보리가 바람에 흔들릴 때 영혼들에게 목례를 할 때 알 수 없는 것들 사이를 걸을 때
---「소현, 위다웃」중에서

울프 죽은 사람 다행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이제 더는 시 안 쓰는 시인 더러워서 못 쓰는 시인 책 밖의 인물 책 속으로 들어간 인물 커밍아웃했더니 고쳐준다고 했던 사람 나랑 자려 고 했던 남자 선배 그 선배는 등단을 했대 알라딘 중고 서점에 되팔지도 못하는 시집들 누군가 허리에 손을 얹어도 웃던 나 동시에 다 떠올린다
---「김나율, 싫음」중에서

느껴져?
전시되어 있는 폐를 본 적 있다 건강한 것과 건강하지 않은 것이

진열되어 있었다 유골함이
가득했다 모두 다 인간이었다니

어지러운 것도 같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고 있으니까 삐걱
거리고 있어서 다른 나라인 것도 같다

이방인이고 싶다 잠깐
머물다 떠나면 된다는 거
---「박규현, 죄밑」중에서

그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불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말은 믿을 수가 없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늦가을 밑동만 남은 수수 밭에 불을 지르고 그 위를 걸었다 그는 그 때문에 그곳에 갇혔으나 내게 마음의 짐을 갖지 말라고 말했다
---「차호지, 사랑하는 사람」중에서

고수부지는 토끼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이럴 줄 알고 체크무늬를 준비했지
최애라는 거 그런 거 한두 개만 있으면 든든해서
토요일에도 이 언덕길을 내려갔어, 손에 연을 들고 있는 것
처럼, 가방에서 덜그럭거려, 떠들썩하게 남은 토마토랑 양상추랑 물이 생겨가지고는, 더 질주하자고 소리를 내고서는
---「구지원, 그림이 그려져 있는 도시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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