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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망량애정사 1

이매망량애정사 1

[ 양장 ]
리뷰 총점8.5 리뷰 32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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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3월 1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18g | 120*183*30mm
ISBN13 9791185327303
ISBN10 1185327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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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나영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에서 『이매망량애정사』로 대상을 수상했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상담 관련 일을 하는 직장인이다.
예쁜 고양이와 함께 사는 고양이 집사이다.
네이버 웹소설에서 수(秀)라는 필명으로 『꽃들의 왕』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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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이 미소 짓는 그때 툭, 그의 어깨에 기대는 따뜻한 감촉.
“뭐야…….”
조그만 녀석이 아침 공양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온종일 산을 휘젓고 다녔으니 잠이 들 만도 하다. 투다다, 투다다. 소나기는 이제 절정에 다다른 듯 아까보다 훨씬 거세졌다. 나뭇가지를 타고 흐르는 빗물 한 방울이 톡, 연의 옷 위로 떨어졌다. 나뭇잎 사이로 자꾸만 빗물이 샜다.
“어머니…….”
연이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눈가에 맞힌 촉촉한 물기는 눈물인가. 녀석이 왜 혼인을 거부하며 굳이 이 고생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왠지 작은 어깨가 측은하고 그 뺨을 어루만지고 싶다.
“아, 내가 또 왜 이러나.”
망량이 후 바람을 뱉었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자꾸 눈길이 가는 까닭은 무엇인가. 부드러워 보이는 분홍빛 입술과 커다란 눈망울을 덮은 길고 검은 속눈썹. 월광폭포 아래에서 보았던 모습들이 스친다.
(pp. 299~300)

연은 서책을 찾느라 서랍장 안을 살피다가 멈칫했다. 포목점 여주인이 준 옷 꾸러미가 보였다. 보따리가 슬쩍 풀어졌는데 그 안에 든 고운 연노랑 저고리가 손짓했다.
“이거…….”
그녀는 저도 모르게 꾸러미를 풀어 옷을 꺼냈다. 매끄러운 촉감, 만지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자꾸 손이 갔다.
“곱다.”
어느새 손은 저고리를 풀어 방 한쪽에 걸린 작은 거울에 대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상투를 튼 자신과는 통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 나는 남자였지.”
연이 풀 죽은 얼굴로 옷을 내려놓고는 다시 거울 속을 들여다보았다. 여인으로 태어났지만 사내의 인생을 숙명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지 벌써 20년째였다. 고운 옷도 예쁜 노리개도 수놓은 댕기도 이 거울 속의 사내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당신도 참 불쌍하오.”
연이 거울 속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사내의 눈이 고운 노랑 저고리에 머물렀다. 연은 옷을 내려놓고 머리를 풀었다. 검은 머리가 허리 아래까지 떨어져 내렸다. 그녀는 머리를 정갈하게 땋은 뒤에 보자기 속에 같이 들어 있던 댕기를 매고 저고리와 치마를 꺼내 옷을 갈아입었다. 다시 거울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그 안에 어느 반가의 고운 규수 하나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동그랗고 작은 얼굴에 연노랑의 저고리와 다홍치마, 붉은 입술을 한 아리따운 아가씨.
“연아.”
연은 거울 속에 앉은 여인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쓱 만졌다.
(pp. 310~312)

그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가슴속에 절구라도 들었는지 쿵덕쿵덕 방아를 찧어대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싶었다. 망량은 머리가 복잡해서 터질 지경이었다.
“연이 저놈이 필시 미친 게야.”
그는 후다닥 제 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뛰는 가슴에 손을 올린 망량은 쿵 하고 벽에 머리를 박았다. 생각해보니 별 잘못도 없는데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미묘한 감정이 마음을 온통 휘저었다.
“미쳤네, 미쳤어. 여자 옷은 왜 입은 거야? 변태 같은 놈이 드디어 미친 거라고.”
망량은 바닥에 드러누워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래, 진정하자. 나는 문제가 없어. 나는 괜찮다고. 쟤가! 쟤가! 이상한 거라고.”
입으로는 중얼거리는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의 얼굴이 휙 스쳐 갔다.
“아니야, 생각 안 나. 생각 안 난다고.”
방금 전 그 입술의 감촉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으아! 생각이 안 나는데, 왜 자꾸 나냐고! 내가 뭐라는 거지. 몰라, 아 나도 모르겠어. 왜 몰래 여자 옷이나 입고 있는 저런 놈이, 저런 놈이.”
그는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뱉었다.
“저런 놈이 예뻐 보이다니. 저놈 색기에 홀린 게 틀림없어. 아, 어떻게 해. 눈을 뽑아야 돼. 이건 눈을 뽑아야 된다고! 으, 미쳤어. 미쳤어.”
망량은 자신의 눈을 뽑는 시늉을 하면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변명 끝에 도달한 결론은 참담했다.
“내가 남자를, 그것도 변태를…….”
그러나 아직 온전히 그 사실을 받아들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이건 절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pp. 313~31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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