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우리는 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길러야 할까?
세계는 바야흐로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현 시대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국가 간 이동이 용이하고, 면대면 혹은 인터넷을 통한 문화 간 접촉이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단일 민족, 단일 언어, 순혈주의 등의 믿음을 가지고 반만년 이상 살아온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는 우리와 다른 모습, 배경, 문화, 언어를 가진 사람들과 마주치는 상황이 그리 낯설지 만은 않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그 이해를 통한 의사소통이다. 따라서 나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꼭 지녀야 할 필수적인 능력이 되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이라고 하면 주로 국외 무역이나 여행, 외교 분야에서 나라 밖의 외국인들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에도 외국인의 유입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우리나라의 인구분포 지형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의 수가 171만 명이 넘어서 우리나라 총 인구 5,100만여 명의 3.4%를 차지하고 있다(행정자치부).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국내 거주 외국인 수를 2006년부터 조사하기 시작하였는데, 2006년에 53만 명으로 시작한 수치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14.4% 증가하였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 증가율이 같은 기간 0.6%인 것을 감안할 때 25배의 증가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한다(고현준, 2015).
그렇다면 어떠한 경로로 우리나라에 외국인 유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을까? 첫째, 우리나라 사람들이 저임금과 힘든 3D 업종을 기피함으로써 생긴 빈 일자리에 코리안 드림을 찾아 몰려든 동남아 지역으로부터의 노동자들의 유입이다. 또한 1995년에 지자체에서 시작한 농촌총각 구하기(이현정, 2009)로 시작된 국제결혼, 영어 교육의 광풍으로 전국의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거 투입되었던 영어 강사들, 한류와 대학 평가 기준으로 도입된 국제화 지수 등으로 급증한 유학생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기업의 사무직 종사자들의 증가 등이 외국인 유입의 주요 경로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국적과 거주 지역을 살펴보면, 국적별로는 중국(54.7%), 베트남(11.5%), 미국(4.2%), 필리핀(4.1%), 캄보디아(2.7%), 인도네시아(2.3%) 순으로 비율이 높다. 또한 지역별로는 경기도, 서울, 경상남도 순으로 높고, 시 단위로는 경기도 안산시에 가장 많은 외국인(83,648명)들이 거주한다(고현준, 2015). 2015년 기준으로 총 171만여 명의 국내 체류 외국인 중에서 약 80%에 해당하는 130만여 명은 대한민국 국적 미취득자이며, 국적 취득자는 약 8.8%에 해당하는 15만여 명, 자녀는 약 20만여 명이다(행정자치부, 2015). 따라서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들의 다수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장기 거주 외국인인 셈이다.
한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저 출산과 고령화도 다문화 사회를 앞당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현정(2009)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65세 인구가 총인구의 7% 이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2018년에는 14%가 넘는 ‘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p. 20). 고령화 사회가 되면 경제활동인구수가 감소하여 사회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앞서 유럽 선진국에서 나타났던 현상으로서 각 국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유입과 이민 정책을 장려하였다.
이현정(2009)에 의하면 “외국 태생 인구의 비율이 전 국민의 5% 이상”일 때 통계적으로 다문화 국가라고 한다. 예를 들어 호주, 캐나다, 독일 등은 다문화 국가인데, 2007년 기준으로 이들 국가에서는 외국태생 인구의 비율이 각각 24%, 20%, 8%이다(p. 20). 우리나라는 현재 외국인 주민의 비율이 3.4%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아직은 다문화 국가라고 볼 수는 없으나, 현재 추세로 볼 때 5%에 다다르는 것은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일어날 일이다. 이현정(2009)이 잘 표현하였듯이, 우리나라에서 “다문화는 ‘곧 일어날 미래’의 모습”이며, “이미 일어나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p. 6).
다문화 현상은 현대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세계 곳곳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고 있다. 다문화의 대표적 국가인 미국의 이민 숫자와 유럽 각 국가의 외국인 유입의 수도 현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외부로부터의 인구 유입이 활발한 국가의 예가 된다. 싱가포르의 인구 증가의 ¾이 이민에 의한 것으로 현재 영주권자를 포함하여 총 인구의 ¼이 외국인이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2065년이면 싱가포르는 국민과 비국민이 절반씩 어울려 사는 국가가 된다(이병한, 2015).
사실 국가마다 전에 없이 외부 유입 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 만큼의 내부 유출 인구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국가 간 인구 이동이 유동적인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외국인의 유입 인구보다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으로 이민 가는 수치가 더 높다. 최근 2015년 법무부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적 포기자(1만7529명)가 국적 취득자(1만3534명)보다 많아 유출 인구가 유입 인구보다 더 많음을 보여준다. 또한 2007년 기준으로 볼 때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 국민의 수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5%에 이른다(이현정).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학업, 직장, 생활 등의 목적으로 외국에 나가게 될 때 타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나와 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기 위해서도 평소에 타문화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우리나라가 경험하고 있는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의 양상과 관련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필요성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국가경쟁력의 측면과 세계 평화와 안전의 측면에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국가경쟁력이라는 면에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신장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는 1962년 세계 104위에서 2016년 7위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무역의 규모에 비해 무역 상대국이 중국, 미국, 일본에 치우쳐 있어 이들 국가의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14).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내수 경제를 보다 활성화시키고 무역 상대국을 다양화하여 소수의 국가로부터 받는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현지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현지 사람들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다. 또한 타 문화에 대한 개방성과 적응력도 필요한데 이러한 종류의 태도와 능력은 단기간에 얻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교육이 학교와 직장에서 모두 필요하다.
현 시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서로 문화가 상이한 사람들이 모여 살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산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와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Lustig & Koester, 2006). 그러나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조화로운 관계를 맺지 못하면 한 사회의 안전이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극단적 사례지만 이민자나 소수 집단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이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켜 폭력을 낳기도 한다. 사회·정치적으로 우세한 집단 또한 권력을 오용하거나 소수 집단에 대한 적개심을 폭력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 사회가 건강하고 건설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Stimpson(1994)이 말하였듯이 저절로 문화 간, 인종 간의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사람들 간의 차이를 품에 안고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인 희망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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