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 가격이란 특정 상품의 가격을 해당 기업이 독자적으로 책정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수준으로 책정하는 것을 일컫는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 상품의 가격은 얼마’라고 인식하고 있고, 관념으로 그 가격이 고정되어 바꾸기가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관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가격은 시장변화나 원재료나 임금 등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해 추가적인 가격인상을 단행하는 경우에 큰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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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지출을 극단으로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루에 교통비와 같은 불가피한 금액만 쓰는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소비자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의 SNS만 살펴봐도 ‘무지출’, ‘짠테크(아낀다는 뜻의 짠+재테크)’ 인증 샷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무지출 생활을 공유하는 브이로그 영상도 인기다. 젊은 층이 짠테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높아진 경제 불확실성과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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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비자에게는 행동 패턴이 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이 된 직장인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에 간다. 식당보다 더 훌륭한 대안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굳이 고민하지 않는다. 소비할 때마다 수많은 선택지를 두고 비교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므로 관습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불황이 너무 컸던 것일까. 소비자가 결국 습관을 바꿨다. 가성비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며 식당이 아닌 편의점으로 향하는 직장인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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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니얼’은 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매’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얼’을 합친 말로 할머니들이 입고 먹는 음식을 좋아하는 밀레니얼세대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흑임자, 팥, 인절미 등이 할매니얼이 ‘픽’한 음식이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에서도 이러한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파크쇼핑이 2023년 4월 1일부터 7월 25일까지 식품 카테고리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추억의 레트로 간식류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58%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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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에는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돈을 내서라도 필요한 것을 배우려는 수요가 증가한다. 자격증은 청소년이나 20대 구직자가 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불황기에는 4050은 물론 실버층까지 자격증 시장의 고객이 된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당장’ 활용이 가능하고 ‘확실’한 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영어나 컴퓨터처럼 조금은 막연한 자격증보다는 중장비기능사나 조리기능사와 같은 자격증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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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케어, 셀프 네일, 홈 트레이닝. 불황에 뜨는 이것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집 밖에서 하던 활동을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기존에 없던 장비 시장의 탄생과 더불어 전문가의 서비스를 대체할 강의도 활성화됐다. 일각에서는 홈트족의 등장으로 기존에 있던 시장이 소멸됐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새롭게 열린 시장은 소비자의 편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더욱 진화했다. 관점에 따라 위기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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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브랜드라면 ‘불황에는 레트로가 답’이라는 처방을 듣고도 난감해진다. 레트로한 브랜드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올드 브랜드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낡은 것’과 ‘레트로한 것’은 다르다. 레트로 열풍에 올라타려면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컬래버레이션(협업)’을 고려해 보자. 신생 브랜드는 올드 브랜드로부터 역사를 빌려올 수 있고, 올드 브랜드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신선함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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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는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커피다. 저가 커피 역시 물가상승이 키운 빠질 수 없는 소비 트렌드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신생 커피 브랜드들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점유율 1위 ‘이디야커피’가 약 3,5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가 각각 2,000개, 1,720개, ‘빽다방’과 ‘더벤티’도 1,000개 이상의 가맹점을 운영하며 빠르게 뒤쫓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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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국경 없는 인플레이션 공습에 미국과 유럽의 유통기업들의 PB 상품 비중 역시 50%를 상회할 정도다. 실제로 미국의 알디(82%), 트레이더 조(58%), 웨그먼스(52%), 코스트코(33%) 등의 PB 상품 비중은 상당히 높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의류 및 잡화, 화장품, 헬스케어, 식음료 등 약 7,000개의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럽에서도 PB 상품의 수요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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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의 마케팅 키워드를 꼽으라면 가성비, 대용량, 생존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지점도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쟁 통에도 로맨스를 꽃피운 사람은 존재하듯 지독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인내하는 동시에 다른 한쪽으로는 숨통을 틔우기를 원한다. 그래서 불황과 어울리지 않는 ‘놀거리’ 분야에서도 성장세를 보이는 아이템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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