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의지가 모여 사회 전체가 바뀔 수 있으려면 결국 좋은 정치인을 뽑고 좋은 기업의 제품을 사 주는 어른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여러분이 그런 어른으로 자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위기 가운데도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을 보는 눈을 키우고, 나빠진 환경 속에서도 약자를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라나면 좋겠습니다. 기후 위기가 닥쳐온 건 청소년들의 탓은 아니지만, 위기가 재앙이 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건 청소년들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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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라 함은 단지 지구 온난화, 즉 기온의 상승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기류와 해양의 흐름도 변하고 폭우와 홍수도 더 잦아집니다. 다른 곳에서는 반대로 가뭄과 물 부족에 시달리고 태풍은 예전보다 한층 더 강력해졌죠. 동식물의 서식지도 파괴되고 있고요. 여름철 소중한 피를 빨아먹는 모기나 좀 사라지면 좋으련만, 기온 상승으로 살충제 내성이 생긴 데다 질병 바이러스까지 탑재하고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날이 더워지면서 자연재해와 온열 질환, 바이러스성 질병까지 줄줄이 사탕으로 이어진다는 소리죠.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가 아니라 종합‘폭탄’세트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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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상에서 소비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화석 연료’라고 부릅니다. 화석 연료는 옛날 옛적 동식물이 죽으면 오랜 시간 땅속에서 꾹꾹 눌러져 화석화된 것인데요. 이것을 태우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건이 바로 산업 혁명입니다. 칙칙폭폭 요란한 소리를 내던 증기 기관차도 뒤에서 열심히 석탄을 퍼서 태우는 화부들이 있었지요.
이후로 약 200년간 인간은 전 세계에서 바지런하게 땅을 파 화석 연료를 캐다가 공장도 돌리고 전기도 만들고 자동차도 굴렸습니다. 그런데 탄소가 주재료인 화석 연료를 태우면 산소를 만나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 C+O2=CO2, 너무도 단순한 화학 공식인데요. 문제는 이산화탄소가 아무런 대책 없이 대기 중으로 뿜뿜 뿜어져 나왔다는 사실이죠. 수도꼭지에서 이산화탄소가 쏟아지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겁니다.
--- p.39~40
그런데 기후 위기도 따지고 보면 이런 조별 과제와 꽤 비슷합니다. 기후 변화라는 녀석은 온 지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두 나라가 나서서는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이나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달랑 그 둘만 온실가스를 줄여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잖아요? 모두가 다 함께 해야 하죠. 그리고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다 같이 빵점을 맞는 조별 과제처럼, 기후 변화의 피해도 모든 국가가 골고루 받게 됩니다.
기후 위기는 더 난감한 점이, 선생님이나 교수님처럼 권위 있게 숙제를 내주고 평가하는 사람조차 없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정부’라는 건 없으니까요. 각자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우리가 사는 지구잖아요. 그래서 국제 협상 테이블에 둘러앉은 순간에도, 누구는 큰소리만 치고, 누구는 슬쩍 빠지고, 누구는 안 오고… 뭐 이런 모양새입니다. 게다가 달랑 다섯 명이 하는 조별 과제도 저런데, 전 세계 200개 가까운 나라들이 모이니 어떻겠어요?
--- p.85
유권자로서 행하는 정치 투표만이 투표는 아닙니다. 소비자로서 돈을 현명하게 쓰는 일도 일종의 ‘화폐 투표’로 볼 수 있어요. 돈이 일종의 투표권 같은 것이죠.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제품 가운데 좋은 기업의 제품을 골라 소비하는 것이야말로 그 기업에 ‘투표하는’ 것이니까요. 순환 경제에 신경 쓰는 좋은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라고 당부하는 것도, 그것이 시장 전체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치 챈 친구들도 있겠지만, 요즘 생수병에 부착되어 있던 비닐 띠가 없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들이 분리배출이 귀찮기도 하고 환경을 생각하기도 해서 이왕이면 비닐 띠를 없앤 페트병을 구매하기 때문인데요, 한 기업이 시작하자 곧 다른 기업들도 줄지어 따르기 시작했어요.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을 뿐더러, 기업 이미지까지 좋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기업은 소비자들의 선호에 매우 민감합니다. 현명한 소비자는 시장을 변화시킬 힘이 있습니다.
--- p.132~133
기후 변화 관련 직업이라고 하면 대기 과학을 연구하거나 천문학, 해양학 등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떠오르겠지만, 꼭 이렇게 어려운 과학을 공부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기존 직업에서 기후 변화 쪽으로 가지를 쳐서 진로를 정할 수도 있거든요. 변호사 중에서도 환경 전문 변호사가 된다거나, 경영학을 전공한 뒤 지속 가능 경영 쪽으로 나갈 수도 있을 거고요. 기후와 농사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요즘은 농업 전문가도 아주 중요해졌답니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기를 다루는 재생 에너지 엔지니어도 전도유망한 직종이에요.
직접적으로 기후 변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온실가스 기사나 온실가스 검증 심사원 등의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또, 한국에너지공단이나 환경공단, 각종 교육 기관에서 기후 변화에 관한 내용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을 개설하고 있고요.
--- p.147~148
가난한 사람들은 에어컨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냉방비 걱정 때문에 쉽게 사용하지 못합니다. 살고 있는 집도 단열이 잘 되는 비싼 자재로 지어진 것이 아니다 보니 실내가 훨씬 더 덥고요. 똑같은 더위라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지독하겠죠. 이와 비슷하게, 남녀 성 불평등이 심한 국가에서는 여성에게 기후 변화의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기후 위기로 식량이나 물이 부족해지거나, 홍수 등 재난으로 위험이 닥치면 남성보다 여성이 항상 뒷전인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죠. 이처럼 기후 변화는 사회에 원래 존재하던 불평등을 더 후벼 파서 아프게 한답니다.
이런 문제를 좀 어려운 말로 ‘기후 정의climate justice’라고 부릅니다. 기후 위기는 인류의 위기지만 다 똑같은 피해를 받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안에서도 평등, 공정, 정의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여러분 같은 미래 세대도 불평등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윗세대가 초래한 기후 변화 때문에 여러분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는 거니까요. 항상 약자를 생각하는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 p.15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