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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엄마라니까

: 쉰 아재의 엄마 생각

세상과 소통하는 지혜-006이동
조항록 | 예서 | 2023년 09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5 리뷰 4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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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140*210*20mm
ISBN13 9791191938548
ISBN10 1191938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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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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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에게 마망의 죽음은 또 하나의 기호가 되었다. 그날 이후 바르트는 지금까지와 사뭇 다르게 강연하고 글을 쓰고 책을 펴냈다. 남다른 지성을 가져 가능한 일이었다. 나같이 졸렬하고 무능한 사람은 흉내낼 수 없는 결실이었다. 그러면 나의 엄마는 절대로 바르트의 마망이 될 수 없는 것인가. 고민했다. 또 고민했다. 그러다가 무작정 백지를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깜박이는 커서를 따라 기억의 보폭을 조금씩 넓혀 보았다. 나에게는 바르트의 지성이 없지만, 나에게도 바르트만큼 그리움이 있었다. 바르트가 ‘나는 마망과 하나가 아니었다.’라고 자책했듯, 나에게도 엄마를 향한 반성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 p.158

“‘그녀가 죽자마자 세상은 나를 마비시킨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거야, 라는 원칙으로.’ 롤랑 바르트가 ??애도일기??에 적은 글이다. 물론 여기서 ‘그녀’는 마망. 어디에 살든 사람은 다 똑같다. 자기 보호 본능은 인간의 끈질긴 속성 중 하나다. 계속 살아남아야 하니까. 바르트는 그것을 노골적으로 권유하는 세상이 견디기 힘들었겠지.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20만 년 전에도 인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죽었다고 굶어죽을 수는 없다고. 사랑하는 이가 죽었다고 제자리에 멈출 수는 없다고. 사랑하는 이가 죽었다고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내가 그랬고, 나의 아들딸이 그러하겠지.”
--- p.160

“내 기억에는 없는데, 엄마가 나만 데리고 시가에 간 적이 있었다. 급한 걸음이었던 터라 해넘이 무렵에 산길을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드물게 다니는 시골버스는 이미 끊겼고, 택시를 부를 방법도 없었다. 아니, 엄마는 택시를 탄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한 시간쯤 산길을 걷자 사위가 부쩍 어두웠다. 길은 아직도 30분 넘게 남아 있었다. 산길 주변에는 마을 사람들의 주검을 묻은 무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그런데 훗날, 엄마는 그 길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고 추억했다. “그때 조막만한 네 손이 얼마나 따뜻하던지. 네가 아주 어렸는데도, 아들과 함께 있다고 생각하니까 두려운 게 없지 뭐니.” ……그런 엄마를 나는 혼자 떠나가게 둘 수밖에 없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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