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현재 역할에 대해서는 만족하시나요?
A. 장녀라는 정체성이 의외로 제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더라고요. [왜죠?] 나이차가 많이 나는 동생이 둘 있어요. 부모님은 맞벌이시고. 나이차가 많이 나다 보니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주변의 압박도 있고, 실제로는 그걸 무시하고 굴러다니고 있지만, 모범적인 어른이라면 좋은 소설을 읽으며 자기 학문과 소양에 열심히 힘쓰는 모습을 보여주겠지 하는… [요즘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그런 대학생이 어딨습니까.] 그렇죠? [네.] 위안이 돼요. 핸드폰 붙잡고 가챠 돌리고 있진 않겠죠?
---「민증만 어른인 애새끼」중에서
Q. 요즘에는 기분이 어떠신가요?
A. 요즘에… 갈피를 못 잡고 있어요. 싱숭생숭. [이유가 있을까?] 일단 다음 주 월요일에 군대를 가니까 그것도 있고, 계획해놨던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제대로 해놓은 게 별로 없어서. [어떤 거?] 군대 갔다 와서 브랜드를 만들려고 해서, 브랜드에 쓰일 영상이랑 그래픽 같은 걸 미리 만들어두려고 했단 말이야. 그래서 11월인가 12월 방학 시작할 때 계획을 세워놨는데(웃음) 지금까지 한 게 없어. 그 모습을 보면서 아 나는 참… 애매한 인간이구나.
---「건실한 청년, 그러나 애매한 인간」중에서
Q. 원래 꿈이 약대였어?
A. 고3 때 약사를 하고 싶어서. [오, 혹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나는 나를 과대평가하지 않으니까 의대, 약대 이런 건 꿈도 못 꾸는 애였는데, 우리 고모가 약사시거든. 고모가 한번 해보라고 얘기해주신 거야. 주변에서 하는 사람이 있고 뭔가 계속 좋은 말을 해주니까. 딱 보기에 그 직업이 되게 워라밸이 좋잖아. 그리고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진로 생각할 때 내가 나를 책임질 만한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일단 디폴트는 혼자니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서. 우리나라에서 여자로 살면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업을 많이 생각했어. 내가 진짜 이게 하고 싶다, 이런 것보다 이렇게 살면 내가 좀 이상적으로 살 수 있을 거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 [굉장히 전략적이시군요.] 애초에 그걸 생각하고 지금 내 과를 온 거야. [너의 과가 편입하는 데 도움이 돼?] 응, 내가 생명과학이거든. 생명이나 화학과를 나오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행복한 희생자는 없대」중에서
Q. 대학에 가는 게 더 좋으세요?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하는 게 좋으세요?
A. 지금은 너무 후회해요. 내가 왜 엄마 아빠 말에 휘둘려서 다 던지고 왜 그랬지. 친구들도 있고, 진짜 제가 하고자 하는 거였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방황하고 있는 시기라고 할까. 어떤 게 맞는 건가, 저에게 맞는 게 있잖아요. 뭔가 하나씩 타고났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있을 텐데. 뭐라고 불러야 하죠? [저는 지민이에요.] 지민 님은 예술 쪽을 타고났다고 하면, 누구는 운동이고, 누구는 건축이고 이런 게 있을 거 아니에요. 나는 그게 뭐지? 그런 것들을 찾아야 하는데 갑자기 이 상황이 생소하다 보니까 계속 그런 생각을 해요. 그만두지 말걸. 그럼 적어도 친구들하고 같이 시험기간에 공부하고 과제하고, 이런 것들이 있으면서 고민을 더 해도 됐을 텐데. [그렇죠. 하고 싶은 건 딱히 없으시고요?] 네, 진짜(웃음).
---「사춘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중에서
Q. 요즘에는 기분이 어떠신가요?
A. 원래 사람들이 잘 지내냐고 물어보면 잘 지낸다고 뻥을 치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잘 못 지낸다고 하고 있습니다. [어째서죠? 잘 못 지내시나요?] 연말 일주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어떤 일인지 여쭤봐도 되나요?] 뭐, 누구나 다 겪는 것들을 일주일 만에 겪은 건데요. 실연도 있었고 독립도 했고, 원래 하던 일이 일용직이었는데 정직원을 하게 돼서 적응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못 지낸다고 하는 이유의 거의는 가난 때문인 것 같아요.
---「아주 조금씩이라도 잘 가고 있다고」중에서
Q. 과정이 있고 결과가 있잖아. 어떤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A. 결과. [왜?] 진짜 결과가 다니까. [왜 그렇게 생각해?] 일단 수능부터 생각해보면 내가 얼마나 공부에 투자를 했고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는, 수능에서 5등급 나와버리면 그냥 끝이야. 좋은 대학 못 가잖아. [그렇게 따지면 그렇구나.] 내가 지잡대를 가놓고 ‘나는 공부를 하루에 12시간씩 했는걸요」중에서라고 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지. 그래서 나는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과정을 통해 얻는 것도 있긴 하겠지.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뭔가에 열중하는 힘이라거나, 후회 없이 뭔가를 해봄으로써 얻은 것이라거나, 그런 건 있겠지만 그래도 일단 중요한 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아」중에서
Q. 귀찮은 것이 있나요?
A. 귀찮은 것? 사는 게 귀찮은데? [왜요?] 많은 것에 의욕을 느끼지 못하거든요. 가끔 꽂히는 일에 추진력을 보일 때가 있는데 그건 정말 드문 일이고요. [그럼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귀찮은 채로 보내는 건가요?] 그렇죠.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할 시간이 진짜 의외로 많아요.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심신의 안정에 좋기도 하고요. [그건 맞다.] 그래도 가끔씩 띠리링 하는 영감을 받으니까 일을 저지르려고 하죠. 그래서 하는 일이 최근에는 밴드 같은 일이었고 공연 기획 같은 일이었고, 그 외에도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상상일 수도 있겠고, 아무튼 이것저것 가끔씩은 시도를 합니다.
---「가능성은 보이는데 실현을 안 하는 사람」중에서
Q. 이럴 수가, 끝났습니다. 어떠신가요.
A. 요즘 들어 다른 사람들한테 내 얘기를 잘 안 하는 편인데, 뭔가 내 얘기를 되게 많이 한 것 같은 기분이야. [음~ 맞아, 넌 얘기 잘 안 하잖아!] (웃음)그래? [엉, 다 알고 있거든(웃음)? 그래서?] 그래서… 뭔가 마음이 편해. [아 그래? 잘됐네.] 사실 내가 내 얘기를 잘 안 해서 너한테 인터뷰하겠다 한 것도 있거든. [아 진짜? 이번 기회로 뭔가…] 뭔가 내 얘기를 잘 안 하다 보면 병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맞아. 근데 평소에 얘기를 안 하는 특별한 이유 같은 게 있어? 아니면 그냥 성격이야?] 성격인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누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잖아, 그럼 그날 내가 했던 말들을 생각하면서 후회를 많이 해. 그냥 그 사람은 기억 못할 수도 있지만 특정 지점에서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적이 많아서, 그냥 그렇게 된 것 같아. [들어주는 쪽으로?] 많이 들어주는 것 같아, 특히 요즘에는. 이렇게 말 많이 한 것도 오랜만이네, 내 얘기를. [이런 순간이 가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나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내가 기준이니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