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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속 그 구두는 잘 있는, 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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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40*205*20mm
ISBN13 9791196576479
ISBN10 1196576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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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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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내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건 오빠의 방학이었다. 엄마는 방학 동안 오빠에게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서 동생을 보라고 당부했다. 오빠는 얼마나 내가 미웠을까. 다른 아이들은 방학이라고 우르르 몰려 뒷산이고 앞산이고 날다람쥐들처럼 온 동네를 놀러 다니는데 집에 앉아 동생을 돌봐야 하는 어린 오빠는 속이 많이 상했을 거다. 종이 동그라미 안에 무지개색으로 채워놓은 즐거운 방학 계획이 틀어지자 입이 댓 발 나온 오빠는 내게 말도 걸지 않고 구슬 주머니만 만지작거리며 토라져 있었다. “전우야 놀자!” 집 아래로 친구 몇 명이 오빠를 데리러 와있었다. “너희끼리 가. 나는 못 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겨우 끄집어내 오빠가 말했다. 친구들은 동생 혼자 두고 엄마 오기 전까지만 놀다 오자며 졸랐지만, 오빠는 친구를 문 앞에 두고 그냥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무릎을 세우고 앉아 한참을 콧김만 씩씩거리던 오빠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해답을 찾아낸 듯 부산하게 일어나 내게 신발을 신기고, 구슬 주머니를 손에 쥐여 주고 어리둥절한 나를 업었다. 겨우 12살 남짓이던 오빠는 또래보다 몸짓이 크던 7살의 나를 등껍질처럼 들쳐 업고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천천히 현관을 나와 난간을 짚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착한 우리 오빠는 차마 나 혼자 방안에 두고 가지 못해 결국 나를 함께 데리고 가기로 한 것이었다.
---「내 기억의 첫 장, 율전동」중에서

내 마음은 무인도에 작은 배 한 척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배가 들어온 이상, 섬은 더 이상 외딴섬이 아니었다. 집안에서 신발을 도둑맞은 사건은 어쩌면 운동화의 소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구두 바닥에 목적지라도 적어 놓았으면 우리는 떠날 수 있었을까. 책들 사이 홀로 서 있는 구두는 글자 없이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기다림이 아닌 다가감의 차례다. 어딘가에서 자꾸만 커지고 있을 외딴섬을 향해. 어쩌면 어렸던 나의 섬을 향해.
---「책장 속의 그 구두는 잘 있는, 가영」중에서

한겨울 잔잔한 난로불처럼 차분하고 따스한 릴랴 아줌마는 그렇게 가끔 나를 콕콕 지르던 컴플렉스 위에 배려로 만든 동그란 예쁜 모자를 씌워주었고, 시간이 흘러 그 모자가 다 해졌을 때는 나의 뾰족함도 그만큼 닳아져 더 이상 나를 예전처럼 아프게 하지 않았다. 나비는 꽃이 아닌 다른 나비와 함께 그렇게 독일로 떠나버렸고 릴랴 꽃은 소나기에 향을 잃은 채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녀의 날아가 버린 나비는 봄이 되면 특별한 말 없는 편지 한 통과 자신의 모든 색채를 그녀에게 보내듯, 여러 색의 식용 색소를 봉투에 담아 보냈다. 푸른 종이가 물에 닿자 컵 안에 작은 호수가 생겼다. 흰색 달걀을 여러 색의 색소에 담그고 몇 번 굴려준 뒤 꺼내자 동화 속 전설의 새가 낳은 것만 같은 오색 빛을 머금은 달걀이 나왔다. 오후의 노란빛이 보라색 하늘로 바뀌는 저녁시간이 되면 나무 위의 아들을 올려다보는 아줌마의 눈빛에서는 체리보다 달큰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
---「릴리아, 꽃말을 아시나요」중에서

잔뜩 성난 고슴도치처럼 가시 같은 불안함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부모님의 애원에도 그들은 폭탄돌리기를 하듯, 나를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떠넘기기에 바빴다. 비행기가 10대 이상 지나가면 내일 모레 퇴원하는 거야. 나만의 미신을 만들어 미래를 점쳤다. 엄마는 벨소리가 나의 울부짖는 비명처럼 들렸다고 했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존재가 저 멀리서 발걸음 소리를 죽이고 다가오는 살인자처럼 느껴졌다. 고대 부족이 한순간에 멸종한 것처럼, 정말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거리에서 사라졌다. 밤이면 봄 향기로 사람들을 부르던 도심 속 공원들도 화창한 볕 아래 침묵에 잠겼다. 대문을 들어서는 아빠의 두 손에는 마치 사냥에 성공한 사냥꾼의 묵직한 수확물처럼 두 손에 약 봉투가 들려 있었고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이 격변하자 나는 더 큰 짐 덩어리가 된 것만 같았다. “엄마, 그럼 지금 불량품 관리해 주는 거야?” 충격을 받을 때마다 통증이 척추를 역류했다. 찌르르. 다시 척추가 아렸다.
---「펜데믹, 그리고 배려」중에서

문틈으로 주단처럼 초록색 향기가 밀려온다. 집 앞에서 대야로 한가득 뜯어온 쑥을 데치는 향에 온 집이 초록의 봄을 맡았다. 20년 전 외할아버지가 고향마을 동곡에서 가져와 심어두신 쑥은 땅 위에 쓰여진 편지처럼, 매년 잊지 않고 자라나 그리움의 안부를 건넨다. 억울한 이름을 가진 반질반질한 개떡에 설탕을 콕 찍어 입에 넣은 엄마는 그 순간 동곡의 봄 들판을 거닐고 있었다. 검은 밭에 희게 올라온 머리칼들이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거렸다. 엄마 머리에 하얀 세월이 드문드문 꽃 피었다.
---「김 여사의 손맛」중에서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게 눈에 갇혀버린 텃밭 위의 눈을 털어내자 비닐 아래 파묻어둔 가을 무가 보였다. 애써 파묻어두었는데 징 한 놈의 추위에 꽁꽁 얼어버렸다. 생채는 못 해도 조림은 되것네. 찬밥이 담겨있던 양푼에 가을의 부지런함이 담겼다. 오므린 손을 호호 두어 번 불고 무밭 옆자리 눈을 쓸어내자 그 아래에 다소곳이 잠들어 있던 봄동이 푸른 잎을 생긋거리며 자신의 생존을 알렸다. 그래 봄이 오긴 오고 있네. 회색 슬레이트 지붕에서 흰 연기가 오르자 엄마의 입에서도 그만큼이나 흰 안도의 입김이 피어오른다.
---「한겨울밤의 수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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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 “어째 반품도 안 되는 불량품을 출고했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대목에선 눈물이 났다. 내게도 소아마비 동생이 있는데, 문득 엄마 등에서 떼를 쓰던 동생이 생각났다. 진솔하고 생생한 글들이 가슴 뭉클하다. 〈엄마와의 목욕탕 이야기〉는 한 편의 완벽한 엽편 소설이다.
- 한희정 (시인)
그가 양손의 검지만으로 짚어낸 문장들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노을이 질 무렵과 동이 틀 때의 시간이 아랄해와 텐산산맥을 훑고 이리로 오는 중입니다. 두 손가락이 타전한 문장들과 그가 겪어야만 했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넌출거립니다. 우주선의 도킹처럼 두 손 가락이 보내는 신호들에 가만히 제 손을 얹어 봅니다. 우리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이은선 (소설가)
부모님 몰래 오빠랑 언덕 아래로 휠체어 달리기를 하다 돌부리에 넘어졌을 때, ‘나는 날개 없이 날았다’라는 대목이 압권이다. 완전 슬픈 이야기인데도 아이들의 순수함 때문에 웃음도 튀어나오는 동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오빠와의 이야기는 나중에 동화로 다시 써도 될 것 같다. 장애의 편견을 넘어선 따듯함이 있는 작품이다.
- 박지음 (소설가)
그녀의 글동네 선생인 조철현 작가와 함께 김가영 씨를 타슈켄트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녀의 맑으면서도 활기 가득한 표정에 풍덩 빠졌다. 그 첫 만남은 내게 ‘표정의 발견’이었다. 그녀만의 개성과 문체로 빛나는 글들은 그 표정의 연장이요, 산물 아닐까 싶다. 연기자로 치면 손예진을 닮은.
- 전찬일 (영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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