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전사에게는 적과 몬스터들을 끌어들이는 특성이 있다.
서윤이 있는 장소로 일대의 몬스터들이 몰려들었다. 점점 강한 몬스터들이 있는 장소로 발길이 저절로 이끌린다.
피와 전투를 찾는 광전사의 절대 감각.
광전사가 있는 장소는 절규가 끊이지 않는 전장으로 변해 버린다.
북부에서도 손꼽히는 고레벨 사냥터, 마반의 숲!
서윤이 있는 장소로 몬스터들이 대거 달려오고 있었다.
‘누구도 날 사랑하지 않아.’
과거를 떠올리지 않기 위해 전투를 벌이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친구…….’
그녀에게 있는 친구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따듯해졌다. 〈로열 로드〉에서 함께했던 모험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으므로.
‘내가 지켜 주고 싶어.’
본 드래곤의 브레스에 금방 죽어 버리던 모습.
연약한 위드를 위해 사냥을 하며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를 쌓고 있었다.
그녀의 레벨은 422!
서윤은 더 강한 몬스터들이 있는 장소로 들어갔다.
--- p.92~93
빙룡이 등장하자 불사조들은 날개를 늘어뜨리고 머리를 조아렸다.
바로 큰형님 대우!
누렁이도 온순한 한우답게 순종의 뜻을 드러내었다.
빙룡은 거드름을 피웠다.
“너희가 수고가 많다.”
“아닙니다, 선배님. 다 선배님이 닦아 놓으신 길을 그냥 이용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누렁이가 유난히 친근하게 굴었다.
“알고 있구나. 우리 때는 선배들의 말씀이라면 항상 귀를 기울여서 들었지.”
“저희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특히 못된 주인 밑에서 버텨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시지요.”
빙룡은 선배 대우에 크게 만족해서 그들에게 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들을 말해 줬다.
“아무리 배고플 때라도 밥은 신중하게 먹어야 된다. 절대 주인 있는 근처에서 먹지 마. 밥 많이 먹는다고 구박받는다. 사냥감들에서 나온 고기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돼. 맛있고 싱싱한 고기는 일단 내다 팔아야 되거든.”
누렁이와 불사조들은 이해하고 또 공감했다는 뜻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결국 주인이 주는 밥만 먹으면서 살아야 되는군요? 맛있는 고기는 언제 먹을 수 있나요?”
“몰래몰래 먹어야 돼. 야산이나 구덩이, 그런 장소에서 배를 채워야 된다. 주인은 항상 우리를 배고프게 만드는 재주가 있거든. 뭐. 배에 기름이 차면 게을러진다나? 음식은 가리지 말고 먹어 놔.”
“과연 선배님이십니다.”
--- p.167~169
“제 생각에 사실은 다인 언니가 오빠의 이상형에 가장 가까울 것 같아요.”
“왜?”
다인이 즐겁게 웃었다.
언젠가 천공의 섬 라비아스의 동굴에서 사냥할 때 위드가 그녀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네가 내 이상형이야.”
무수히 많은 밀담들을 나누던 그때에, 이상형이란 말도 들었던 것이다.
“정말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아. 말해 봐.”
“언니, 긴 생머리 어떻게 관리해요? 미용실에 자주 가세요?”
“아냐. 원래 머릿결이 좋은 편이라서 몇 년째 그냥 쭉 기르고 있어.”
“반지나 귀걸이, 액세서리 싫어하죠?”
“응. 금속류의 거추장스러운 거 착용 안 해.”
“역시! 옷도 수수하게 입는 걸 좋아하는 편이죠?”
“마트에서 주로 사 입어. 이월 상품들로만!”
외모상으로 완벽한 위드의 이상형!
다인도 대답을 하던 와중에 그 사실을 깨닫고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도대체 왜 위드가 그녀에게 참 예쁘다고, 이상형이라고 말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346~347
여신 베르사.
가상현실 〈로열 로드〉의 대륙 이름. 덧붙여 모든 것을 관리하는 중추가 되는 시스템이고, 절대 자아다.
하늘이 내렸다는 천재 과학자 유병준이 창조해 낸 시스템.
〈로열 로드〉는 어떤 오류도 없는 완벽한 가상현실이었다.
새로운 세계 창조라는 전설이, 기적이 이루어졌는데도 유병준은 기뻐하지 않았다.
“이제 겨우 첫발을 떼었을 뿐이야. 그렇지 않으냐, 베르사.”
―네, 박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여신 베르사의 상징물인 초대형 크리스털이 희미한 빛을 내며 대답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3등급 이하의 접속 관리 권한만 있을 뿐, 여신 베르사의 진정한 기능이나 영향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클클, 여기까지 무려 40년이나 걸렸다. 나의 모든 꿈을 쏟아부은 프로젝트가…….”
유병준의 눈이 빛났다.
--- p.400~401
서윤이 다가와서 쪽지를 내밀었다.
부탁 들어줄 거죠?
이현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구나! 그것도 1달도 넘게…….’
돼지도 잘 먹인 후에 도축한다. 도시락을 많이 먹여 놓고, 그것을 약점 잡아서 무리한 부탁을 하려는 속셈! 하지만 이현은 빚을 지고 살고 싶지는 않았다. 빚이란 이자를 치며 늘어나서 결국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이 되어 버린다.
“적절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부탁이라면… 들어줄게.”
그녀는 다행이라는 듯이 미리 준비해 놓았던 쪽지를 꺼냈다.
양념반프라이드반에게 친구가 필요해요.
“양념반프라이드반?”
이현은 머리를 갸웃했다. 그 독특한 이름은 집에 키우는 닭들이 대대로 이어 가는 이름이 아니던가. 금방 MT 때 가져갔던 닭을 이야기한다는 걸 깨달았다.
“닭이 필요해?”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은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을 숨기지 않고 다시 물었다.
“달걀을 낳을 수 있는 암탉으로?”
서윤은 그저 친구를 데려다주려고 했을 뿐이었다. 암수 구분에 대해서는 사전에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양반이가 수컷이니 기왕이면 암컷을 데려오는 편이 나으리라.
서윤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현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더없이 괴로운 표정을 억지로 참고 있는 것이다.
‘씨암탉이 더 비싼데… 특히 지금 키우고 있는 놈은 저번에 산에서 주운 도라지도 반 뿌리나 먹어 치운 놈인데.’
--- p.52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