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교수는 해방 후의 한국 사회과학, 특히 정치학의 새로운 방향과 기준을 제시한 독보적 학자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전후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경쟁과 공산주의를 비롯한 이데올로기의 세례를 받은 남북한의 정치를 체계적으로 연계 분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한 업적이 가능했던 것은 이 교수의 타고난 지적 능력과 로버트 스칼라피노라는 대단한 선생님을 만나게 된 행운의 결과라고 여겨 왔지만, 그보다는 이 교수가 중국, 만주, 남북한으로 방랑하며 소년 가장으로 겪었던 경험이 튼튼한 기반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해 온 그의 삶이 담긴 자서전이 출판된 것은 한국 학계에 큰 경사라고 하겠다.
-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 책은 개인의 자서전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다. 이정식 교수는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한국전쟁을 중국 대륙, 만주, 북한, 남한에서 겪은 파란만장한 체험을 감동적으로 이 자서전에 담았다. 중국의 장제스 군대와 마오쩌둥 군대, 소련군, 북한군, 한국군, 미군을 모두 목격했고, 국민방위군 사관학교의 고난, 그리고 미군 통역으로 중공군 포로 심문에 참여했던 귀한 체험을 담담히 회상했다. 전쟁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아이비리그에 속한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로 정착했으며 미국정치학회의 최고저작상인 우드로 윌슨 파운데이션 상을 받은 후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 연구에 수많은 업적을 냈다.
-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 전 한국정치학회장)
대학자의 길. 그 길이 청하는 인생의 과업은 남다른 것이다. 깊고 넓은 학문세계를 향한 각고의 노력과 인내, 열정과 집념. 그 길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기쁨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행운’ 혹은 ‘불운’이 뒤따라야 한다. 학자적 양심과 혜안은 자신이 몸소 체험한 행·불운의 삶의 역사를 인간의 역사, 미래의 광환光環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학자 이정식. 그분의 인생 여정은 바로 그 경지에 도전한 삶이다.
- 조인원 (학교법인 경희학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