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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플롯 (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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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플롯
[도서] 서브플롯
황모과 저 은행나무
10% 11,700
서브플롯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66*244*20mm
ISBN13 9791167373304
ISBN10 116737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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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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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나는 여행을 사랑했다. 어렸을 때 아주 특별한 여행을 경험했다. 엄마와 한 번, 그리고 초등학교 때 단짝 송인과 또 한 번. 그땐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내가 이토록 특별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무나 우리처럼 여행을 떠나진 못한다는 것을. 혼자서는 떠날 수 없었다. 여행을 하려면 함께 건너갈 사람, 여행지를 동시에 꿈꿀 사람이 필요했다.
--- p.55

이야기가 만들어낸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곳은 이야기를 자기 경험의 일부로 동의한 사람들이 함께 체감하는 특별한 곳이었다.

그다음부턴 간단했다. 서로의 설정에 동의한 뒤 그 세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감당해주면 됐다. 두 사람의 머릿속 그림이 일치하면 우리는 함께 그 세계로 건너갔다. 간단한 룰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언제든 누구든 누구와 함께든 체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그게 뭐냐고 말할 테고 또 어떤 사람은 유치하다고 말할 거였다.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몽상이고 망상일 뿐이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냉정하고도 이성적으로 슬며시 자신의 현실 밖으로 이야기를 내몰 것이다. 남의 이야기는 영원히 남의 이야기일 뿐, 자기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였다. 살다 보니 그런 사람들도 많았다.

두 사람, 혹은 두 사람 이상이 하나의 이야기를 현실의 연장처럼 받아들이는 일엔 상상력이 필요했다. 비슷한 감수성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즐길 줄 아는 유머감각도 필요했다.
--- pp.69~70

태인과 함께 보낸 순간은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 안으로 들어왔다. 함께 요리를 만들고 음식을 나눈 일, 어떤 일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높인 일이 모두 냥나라 행성 속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과 사건들이 이야기 속 악역이 됐고 갈등이 되었다. 우리 둘이 동시에 사랑하는 일이 이야기의 결말이 되었다.
--- p.102

“서브플롯으로 개작을 시도해보시겠습니까?”
“서브플롯? 무슨 개작이요?”
그는 내 인생을 다시 써보자고 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런 게 가능하다면야 좋죠. 뭘 해보면 좋으려나?”
내게 허락되지 않은 삶을 새 인생처럼 각색해보자고 했다. 나는 그와 함께 구체적인 옵션을 설정하기 시작했다.
--- p.133

“모든 사람을 작가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자신이라는 가장 유니크한 이야기의 작가요. 이 생은 온전히 당신만의 이야기니까요.”
나만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만든 이야기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를 구했다는 결론은 더욱 마음에 들었다.
--- pp.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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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은 어떻게 탄생하는가에 대한 황모과식 영웅 설화이며, 자신이 사랑에 빠진 “모든 멋진 이야기를 상징하는 기호”를 끊임없이 재창조하는 작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감동적인 헌사다. 그리고 “진짜로 진짜가 될 멋진 거짓말”을 또 한 번 지어낸 작가 황모과가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거부할 수 없는 히든플롯이다. 가장 작은 존재의 친구가 되리라 선언한 작은 영웅이 말한다. 남의 이야기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기꺼이 엑스트라가 되어 주인공을 돕는 황모과의 이야기 속 룰에 합의하라고. 그러면 우리의 이야기는 더욱 아름답게 완성될 수 있다고. 냥라라랄라!
- 조우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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