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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학교 1

: 모퉁이 교실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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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58g | 153*210*9mm
ISBN13 9788934940852
ISBN10 8934940859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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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내 말을 안 믿은 것 같기도 해요. 사실은 나도 학교에 진짜 토끼가 오는 건지 쪼끔은 의심스러워요. 타박타박 걸어가는데 재우가 뛰어왔어요.
“어이, 새봄. 뭐 문제 있냐?”
나는 잠자코 걷기만 했어요. 재우는 좀 이상해요.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해요. 지금처럼 ‘어이, 새봄’ 하는 게 특히 마음에 안 들어요. 나랑 동갑이면서 꼭 어른처럼 군단 말이죠.
“어이, 새봄. 오늘 진짜로 걔가 올까?”
나는 대답하기 싫었어요.
“너, 진짜로 토끼 사료를 가져온 거야?”
“…….”
“설마, 그게 진짜로 토끼한테 좋을 거라고 믿냐?”
나는 재우를 확 째려보았어요.
--- p.8

우리 학교에 토끼가 온대요. 장갑분 할머니 고향에서.
장갑분 할머니가 특별히 부탁했대요. 당연히 우리를 위해서지요.
우리 학교에는 올해도 입학생이 줄었답니다. 학교에 입학할 아이가 부족하다는 뜻이죠. 이러다가는 학교가 텅텅 비고 말 거래요.
사실 이건 어른들 말이에요. 나는 잘 모르겠어요. 결석하는 애가 없으면 교실이 꽉 찬 것 같으니까요.
우리 학교는 올해 백 년이 됐어요. 학교가 백 살이나 먹은 거예요.
백 년이라니.
나는 이게 얼마나 많은 시간인지 상상도 못 하겠어요. 엄청난 숫자라는 것 말고는. 하지만 학교에 올 아이가 없으면 끝이죠 뭐. 손님이 없는 가게처럼 학교도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 p.11

장갑분 할머니가 한숨을 포옥 쉬었어요.
“하이~고~오! 오늘 구구단 시험 때문에 내가 잠을 다 설쳤다.”
“아직도 못 외우셨어요?”
할머니 마음이 어떨지 알 것 같아요. 나도 구구단을 못 외울 때 그랬거든요.
우리 반 애들은 몇 명 빼고는 구구단을 줄줄 외울 줄 알아요. 하지만 아직 곱셈이 서툰 친구들 있어서 요즘 복습을 하고 있답니다.
“에구……. 나도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닌디 말여. 늙으면 머리가 말을 안 들어. 이래서 배움도 다 때가 있는 법인갑다.”
장갑분 할머니는 우리 반 친구예요. 나이가 67살입니다. 하지만 나랑 같이 입학해서 이제 3학년이에요. 어렸을 때 학교를 못 다녀서 지금 다니는 거래요. 선생님보다 어른이라 우리는 모두 장갑분 할머니를 ‘짱 할머니’라
고 부르지요.
“짱 할머니, 오늘 진짜로 토끼가 와요?”
“암만! 분명히 오지!”
--- p.15~16

우리는 쉬는 시간마다 정글로 달려갔어요.
첫 번째 쉬는 시간에 가 보니까 누가 벌써 토끼 이름을 지었더라고요. ‘모퉁이 교실’ 밑에 ‘반지’라고 적어 놓은 거예요. 누가 그랬는지, 왜 하필 반지인지 몰라도 그때부터 토끼는 반지가 됐어요.
쉬는 시간은 짧고 풀이 워낙 우거져서 반지를 보는 건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쩌다 눈이 마주칠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갈색 토끼 반지는 입을 오물오물하며 우리를 빤히 보았어요.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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