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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42쪽 | 208g | 128*205*20mm
ISBN13 9791193093122
ISBN10 119309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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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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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을 쏟아 밤이슬을 막으며
기둥만 끌어안고 있는 게르 한 채

우리는 눈을 번갈아 뜨며 별을 헤아렸고 낮달의 욕심이 길어지기를 기다렸다 바람이 핥아 눅눅해진 스낵을 찬 숨으로 녹여 먹으며 아직 남은 미련이 있는지 빈 봉지 속에 손을 넣었다 빼곤 했다 두 심장 거리에서 바스락대던 종소리는 새벽을 아침으로 조각했다 산책하러 나갈까 묻는 말에 눈이 내리네 답하며 나는 기차표를 만지작거렸다 심장박동이 잦아들고 있었다 계획이란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가끔은 플랫폼이라는 예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편도로 왕복을 고집했던 감정에는 구멍이 숭숭했다 바람이 외투 안으로 들이치는데 손끝이 시렸다
---「눈 내리는 게르」중에서

어디냐고 묻기도 전에
거기 있잖아 왜 거기

너의 시소와 나의 정글짐은 서로 달라

내가 닿으면, 너는 비상구를 열고
네가 다가오면 비상계단을 닫는 나

놀이터에서 우리는 가닿지 못하고
서로의 기울기만 바라보잖아

거기 알지?
모래밭에 심어져 있던 폐타이어가 우리를 튕겨 올렸던 곳

거기서 기다릴게
---「기억나? 거기」중에서

그럴 리 없잖아요 엉망으로 널브러지고 싶다는 말이 핑계라니요 브래지어를 벗어 침대 위로 팽개친 그녀, 포춘 쿠키를 건네준 손등을 떠올리며 운세가 적힌 띠종이를 만지작거리네요 ‘내일을 믿지 마세요’ 읊조리다 태엽이 풀린 오르골처럼 그녀가 꺼지네요 답이 필요 없는 질문지를 만들었어요 검은 혓바닥에서 간헐적으로 혓바늘이 솟구쳤어요 소금물로 헹궈내도 가라앉지를 않네요 창가에 놓인 하젤 장미는 여전해요 얼떨결에 날아오는 부케를 받았어요 면사포가 지나치게 풍성해 조준을 잘못한 것이기도 하지만, 받으려는 손들이 한꺼번에 뒷짐을 졌거든요 받으라고 말하기 전에 맹세했나요 당신의 그녀가 버석거리네요 피하지 않고 덥석 받아주는 게 예의 바른 태도 아닐까요
---「하젤 장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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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선 시의 언어는 우리 사이에 가로놓인 심연을 건너가는 말들로 나타난다. 간극을 넘어가는 움직임으로써 스스로를 드러내는 시의 말들은, 끊어진 것들 사이를 서로 잇는다.

우리는 송미선의 시에서 한 삶이 끝나더라도 다른 모습으로 변전하여 새로운 힘을 구가하며 ‘다음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자들과 만나게 된다. 그러한 존재자들의 모습을 전하며 시인은 ‘단절’의 상황 가운데에서도 다시 이루어질 ‘이어짐’을 노래하며 긍정한다.
- 김태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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