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동북부
강원도는 타지역에 비해 많은 암각문 자료가 산재해 있다. 따라서 대관령을 기점으로 크게 영동, 영서지역으로 구분하고, 그리고, 편의상 강릉을 중심으로 북쪽 지역인 고성·속초·양양을 북부, 동해·삼척·태백·정선을 남부지역으로 구분하여 정리한다. 이 책에서는 강릉시의 암각문은 2021년도 6월에 별도로 간행한 바 있으므로 포함하지 않는다. 영동 북부지역의 자연환경이나 역사를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영동은 대관령의 동쪽을 가리킨다. 강원도 동해안 지방은 명승지가 많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관동팔경이라하여 정자나 누대가 있어 많은 문인들이 풍류를 즐기고 빼어난 경치를 노래하였다. 고려말의 문인 안축安軸은 경기체가인 [관동별곡]에서 총석정·삼일포·낙산사 등의 경치를 읊었고, 조선 선조 때 정철鄭澈은 가사인 [관동별곡]에서 금강산 일대의 아름다운 산수와 더불어 관동팔경의 경치를 노래하였다. 관동팔경으로 통천의 총석정叢石亭, 고성의 삼일포三日浦, 간성의 청간정淸澗亭,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강릉의 경포대鏡浦臺, 삼척의 죽서루竹西樓, 울진의 망양정望洋亭, 평해의 월송정越松亭을 꼽는다. 평해의 월송정 대신 흡곡의 시중대侍中臺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현재 망양정과 월송정은 경상북도에 편입되었고, 삼일포·총석정·시중대는 북한에 속한다. 결국 강원도 영동북부 지역의 암각문은 고성·속초·양양을 범주로 다룰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강산의 암각문을 포함하였다. 남북 분단 이전에는 고성지역에 포함되었던 권역이기도 하며, 암각문의 보고는 금강산이기 때문이다.
고성군
북한에서 남으로 달리는 태백산맥을 따라 향로봉香爐峯·마산馬山:1,052m·신선봉神仙峯:1,204m·칠절봉七節峯:1,172m 등 1,000m가 넘는 험준한 산들이 줄지어 있으며, 간성에서 인제로 넘어가는 길목에 진부령陣富嶺: 520m이 있다. 이들 산세는 해안 쪽으로 급사면을 이루다가 해안 근처에 좁은 평야를 이루며 동해에 이른다.
동쪽으로는 동해안과 접하고, 서쪽으로는 미시령 사이로 인제군, 남쪽으로는 속초시와 접하고 북쪽으로는 휴전선을 경계로 북한 고성군과 접한다. 옹진군·철원군과 함께 남북한에 모두 존재하는 군이다. 남한이 대부분을 차지한 철원군과 달리 고성군은 남(664.55㎢)과 북(518.56㎢)의 면적 차가 크지 않다. 남북이 절반 정도를 각각 나눠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옛 간성군 전역과 옛 고성군 고성읍 남부 4개리, 수동면 동부 8개리를 남한이 차지했고, 나머지 지역을 북한이 차지하고 있다.
면적으로만 보면 남쪽의 원래 고성군 영역이 더 넓지만, 고성읍, 장전읍 등 분단 이전의 주요 행정·경제 중심지는 북쪽에 있다. 6·25 전쟁 이후 군청 소재지였던 고성읍 일부가 남한으로 넘어갈 정도로 경계선이 북쪽으로 올라오자 북한은 군청을 최북단이었던 장전읍으로 옮기고 통천군 임남면 일대를 고성군에 편입하였다. 현재는 북한의 고성군 면적이 조금 더 넓은 편이다. 1913년도 행정구역 통폐합 이전의 간성군 영역은 남한이, 고성군 영역은 북한이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고성·간성 지역은 삼국시대에는 강릉과 더불어 동예의 땅이었다. 고성은 고구려의 달홀達忽이었으며 신라에 편입된 후 경덕왕 때 고성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간성은 고구려 수성군·城郡이었으며, 신라에 편입된 후 경덕왕 때 한자가 다른 수성군守城郡으로 바꿨다. 고려 때는 간성현으로 불렸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