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관통하는 한 가지 사상이 있다면, ‘우리가 타인과 맺는 애정관계의 질quality은 우리가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와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는 무의식 수준에서 작동하므로 타인 및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드라마와 역학관계는 대부분 우리 자신의 심리를 표현한다. 그렇다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더 의식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중략) 최선의 자기 자신이야말로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들어가며」중에서
타자에게 버림받는 경험, 또는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를 상대하는 전략은 두 가지다. 자신을 축소함으로써 고통의 되풀이를 피하는 방법, 그리고 다른 누군가와 이어지려 필사적으로 애쓰지만 대부분은 이전의 경험을 되풀이하게 할 타자를 ‘선택’하는 방법. 앞서 말했듯이 이 두 가지 전략 뒤에는 어렸을 때 정신에 프로그래밍된 거대한 무의식의 힘이 도사리고 있다.
---「1장. 잃어버린 낙원
나 자신에 관해 내가 모르는 모든 것을, 내가 가족과 문화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비밀 계획을 이제 나는 내 연인과 반려자에게 부여하려 한다. 그럼 내가 살면서 얻은 모든 콤플렉스를 상대도 전부 겪을 것이다.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나는 어떻게 그 사람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 사람은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1장. 잃어버린 낙원」중에서
두 사람이 맺는 친밀한 관계가 얼마나 건강하고 희망적일지는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관계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당사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일리 있는 말이고 간단해 보이지만 이것보다 어려운 일도 없다. 어떤 관계든 부담이 따르는 이유는 그 이면에 다른 사람을 통해 낙원을 되찾겠다는 거대한 계획이 숨어 있기 때문이며, 우리 내면에서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관계를 스스로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2장. 에덴 프로젝트」중에서
호니는 공포에 대처하는 이 같은 전략을 각각 복종submissiveness, 권력power, 거리두기distancing라고 칭하며, 흥미롭게도 사랑 역시 공포에 대처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본다. 심층심리학자와 신학자들이 종종 이야기하듯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공포다. 타자를 긍정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영혼을 넓혀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는 공포감에 맞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를 다치게 할 힘이 있음에도 타자를 사랑할 수 있으려면,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하지 않기 위해 상당한 크기의 영혼과 더불어 넓은 자기감이 필요하다.
---「3장. 커플」중에서
우리를 과거에 묶어놓아 성장을 막는 여러 가지 공포의 힘은 사실 매우 강력하다. 소시오패스는 성격 전체가 공포에 대한 방어기제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를 사랑할 수도, 따라서 성장할 수도 없다. 사랑의 힘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사례는 공포를 이겨낼 때다. 공포가 지배하는 곳에 사랑은 없다. 공포는 어디에나 있으므로 공포에서 사랑으로 옮겨가는 일은 만만찮은 도전이다. 자신의 공포를 마주하며, 애매함 및 양가감정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만이 타자를 사랑할 힘을 얻는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심리치료를 받으러 오는 커플은 이미 서로 상처를 엄청나게 입은 상태다. 서로를 덮고 있던 투사는 이미 닳아 없어졌다. 낙원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이 표면으로 드러났지만, 두 사람은 몽상에서 깨어나 얻은 환멸과 분노가 뒤섞인 채 사랑의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다. 두 사람 다 자신이 정당하고 옳다고 믿으며, 공정한 제삼자가 그 사실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3장. 커플」중에서
우리의 자기중심성을 바꿀 수 있는 기본 경험 세 가지가 있다. 고통을 겪는 일, 삶에서 자신의 의지보다 더 큰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는 일, 그리고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다.
---「3장. 커플」중에서
모든 삶은 관계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우리가 타인과 맺는 관계의 질은 우리 자신과의 관계가 발전한 정도에 비례하며, 우리 자신과의 관계는 보통 원초적 타자와의 관계에서 생긴 결과로 우리 내면에 자리잡는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금과 다른 시기 다른 장소에 해당하는 역학을 끊임없이 현재로, 그리고 지금의 관계로 전이한다. 마찬가지로 타인도 자신의 심리적 이력을 우리에게 전이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혼자일 때조차 관계의 역학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족, 직장, 사회제도 등의 집단 구조와 관계를 맺는다. 그렇기에 자신이 맺는 애정관계의 성격뿐만 아니라 집단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삶의 역동 또한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5장. 관계의 확장」중에서
우리에게는 개인으로서의 목표가 있으며, 이를 위해 에너지를 투자?관리한다. 자신의 에너지가 영혼이 원하는 목표를 향할 때 우리는 안녕감을 느낀다. 반면 리비도가 영혼의 목적성과 맞지 않는 곳으로 향할 때는 신경증에 걸린다. 이와 비슷하게 직원의 에너지 관리가 직원 개인의 진정한 목표에 이바지하지 못하는 조직은 분열에 시달린다. 기업이 신경증을 겪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되겠다.
---「5장. 관계의 확장」중에서
융은 이러한 어린아이 같은 보편적 욕구 이면에 더 깊은 의미, 곧 짧게 지나가는 지상에서의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려는 욕구가 숨어 있음을 이해했다. 앞서 인용한 작품 속에서 세 시인은 우주를 우리의 부모로 삼으려 하는 대신 용기를 내어 철저히 타자로 머무르게 했다. 이들의 비전은 어떤 편안함이나 안정을 주지 않았지만, 그 대신 존엄성과 의미를 선사했다.
---「6장. 당신 안의 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