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은 부지런하다. 그가 없는 서울의 반빈곤 집회는 상상하기 어렵다. 활동가 윤영이 철거민, 노점상, 홈리스와 함께 싸우며 강요당한 침묵에 저항했다면, 작가 윤영은 이들의 시선으로, 그리고 이들을 오랫동안 봐온 자신의 시선으로 도시의 지도를 고쳐 쓰고, 빈곤을 덮은 가림막을 뜯어낸다. 가난한 사람들의 강제 추방을 합법화하는 제도, 이들이 접근할 수 없게 고안된 시설, 이들을 일거에 내쫓는 물리적 폭력까지, 가림막은 질기고 두꺼워 질식을 유발한다. 하지만 독자들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을 단지 짓눌린 타자가 아니라 수다스러운 이웃, 도시에서 진즉에 마주쳤어야 할 동료 시민으로 느꼈다면, 그것은 윤영이 활동가이자 작가, 그리고 훌륭한 대화자이기 때문이다. 쫓겨난 이들과 한패가 된 사람이 무심한 이들까지 꼬드기는 건 쉽지 않은데, 윤영은 말로 글로 열심히 싸우며 그 어려운 일을 해낸다.
-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우리는 ‘장애 등급제·부양 의무제 폐지’를 갈망하며 광화문역 지하차도에서 1842일 동안 농성을 했다. 농성장에는 쫓겨난 사람들과 활동가들이 있었다. 쫓겨난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배제돼 격리된 사람들, 권리로부터 삭제된 사람들이었다. 활동가는 그들과 함께 지독히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사회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졌다. 그 돌멩이들이 쌓여 우리의 해방의 돌무덤이 되었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작은 돌멩이를 던지고 있고, 이 책 역시 그런 돌멩이들 가운데 하나다. 이 돌멩이 쌓기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대체 못 하는 게 뭐야?” 활동가 윤영이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일 거다. 활동가로서 해야 할 선전, 상담, 글쓰기 그리고 어울려 노는 것까지 그녀는 뭐든 잘한다. 무엇보다 눈썰미가 남다르다. 주변 사람들의 특징을 포착해 곧잘 흉내를 내곤 하는데 그때마다 모두 감탄한다. 이 모든 건 그녀의 남다른 시선 덕분이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도 작은 골목과 상점들, 그리고 거기 살던 사람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 시선이 책으로 나왔다. 앞만 보고 달려가기보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담았던 기억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들었던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자기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이들과 함께 울고 웃고 싸우며 쌓아 올린 이 기록을 통해, 이 도시에서 당신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좋겠다.
-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