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여기선 결코 흐려지지 않는 평화 속에서 시민의 행복이 꽃피어나고 있소. 이런 평화를 나는 플랑드르 사람들에게도 줄 것이오. 후작 (재빨리) 무덤의 평화를요?---p.198
후작 죽어야 할 존재인 인간이 그토록 많은 것을, 그토록 신적인 것을 필요로 하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유럽의 모든 왕이 스페인의 이름을 존중합니다. 유럽의 왕들 중에 맨 앞장을 서십시오. 마마의 손으로 이루어진 서명 하나면 지구는 새롭게 태어납니다. 생각의 자유를 주십시오― (그의 발치에 몸을 던진다) 왕 (깜짝 놀라 얼굴을 돌렸다가 다시 후작을 바라보며) 이상한 몽상가로군! 하지만 일어서시오―난― 후작 이 찬란한 자연을 둘러보십시오! 이것은 자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자유를 통해 얼마나 풍성한지요!---p.201
후작 카를로스에게 말해주세요, 그가 남자가 되거든 젊은 시절의 꿈에 주목하라고, 널리 찬양받는 이성理性이라는 치명적인 곤충이 섬세한 신들의 꽃인 마음을 갉아먹게 하지 말라고―먼지의 지혜가 하늘의 딸인 열광을 비방해도 헷갈리지 말라고요. 전 이미 그에게 말했죠― 왕비 어떻게, 후작? 그리고 무엇하러― 후작 그에게 전해주십시오. 제가 인간의 행복을 그의 영혼에 걸었다고요.---p.278
왕 내 하나뿐인 아들입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힘을 모은 것일까요? 대심문관 자유보다는 차라리 절멸을 위해.---p.345
카를로스 나는 길고 무거운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나는 사랑에 빠져 있었죠. 이젠 깨어났어요. 과거는 잊어야 합니다! 여기 당신의 편지들을 돌려드립니다. 내가 보낸 편지들을 없애버리세요. 이제 내 혈기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런 건 지나갔으니까요. 순수한 불꽃이 내 본질을 정화했어요.---pp.347~348
마음의 진짜 위대함도 이기주의나 지배욕 못지않게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곤 합니다. 그것은 개별적인 주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행동 자체를 위해서 행동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위대함은 항상 전체에 대한 관점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이런 광대한 전망에서 개인의 하찮은 이해관계를 너무 쉽게 무시하는 것입니다. 미덕은 법칙을 위해 위대하게 행동합니다. 몽상은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 위대하게, 사랑은 대상을 위해서 위대하게 행동하지요. 첫째 유형[법칙을 위해 위대하게 행동]으로는 입법자, 판사, 왕 들을, 둘째 유형[자신의 이상을 위해 위대하게 행동]으로는 영웅들을 꼽을 수 있지만 셋째 유형[대상을 위해 위대하게 행동]에서만 우리는 친구를 고르는 것이지요. 우리는 첫째 유형을 존경하고 둘째 유형에 대해서는 경탄하며 셋째 유형은 사랑합니다. 카를로스는 이런 구분에 주목하지 않은 채 위대한 사람을 자신의 친구로 만든 것을 후회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