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하콘의 세 매니저는 강하고, 치밀하며, 빠르다. 물론 이렇게 각자 꼭 필요한 장점을 갖추고 있는 매니저들이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외부 상황 앞에서 큰 상처를 받는 여린 친구들이기도 하다. 그 외부 상황이 우리에게는 가장 슬픈 일이기도 하다.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놓아둔다면 아마도 지금 분량의 다섯 배 정도는 너끈히 소화할 텐데 말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요즘, 이 친구들이 카페에서 활짝 웃으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너희는 기운도 참 좋다.” 하니 돌아오는 답이 걸작이다. “저희 미쳤다가 한 바퀴 돌아온 거예요. 으하하… 깔깔깔.” 보통내기들이 아니다.
--- p.69, 「1부 하우스콘서트 20년의 기록」중에서
표면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민간 차원의 지원 규모는 날로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지원이 진정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구심이 듭니다. 대부분의 지원은 이미 성공하여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나 분야에 집중되는 추세입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대중 매체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은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가치 있는 것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자생력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습은 보기가 힘듭니다. 이미 유명한 인물이나 분야를 지원하고, 그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전시하는 데에 급급합니다. 그런 보여 주기식의 지원은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면 지원 대상의 명성과 가치를 돈으로 사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필요한 부분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니 새롭고 다양한 가치를 발굴해야만 하는 문화계의 기본 가치에 대한 혼란을 유발하는 우를 범하게 되기도 합니다.
--- p.80, 「1부 하우스콘서트 20년의 기록」중에서
애초에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한 이유는 어쩌면 나 스스로 행복하고 싶다는 개인적 이기심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기심을 버리면 얼마나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나누고 공공의 가치를 만들겠다는 진짜 욕심으로 발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p.86, 「1부 하우스콘서트 20년의 기록」중에서
하콘의 목적은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 연희동 자택의 문을 열고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한 이래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자주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아름답고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아주 좋은 취미 생활을 한다는 이야기도 듣곤 했습니다. 어쩌면 첫 10년 동안은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질 좋은 공연과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차가 거듭되면서 예술계 곳곳에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언젠가부터 이런 문제점들 앞에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부터 전국, 전 세계 규모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 p.101, 「1부 하우스콘서트 20년의 기록」중에서
하콘의 굵직한 결정은 제가 내립니다. 그리고 한 번 내린 결정은 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하는 성격이라 이후의 일들은 두 매니저 강선애, 한진희의 진행 아래 일사천리로 실행에 옮겨지지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몇 달 전부터 밤잠을 못 자고 심사숙고해 온 결정을 이야기했는데, 처음으로 매니저들이 반대하더군요. 적극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더니 그래도 제가 내린 결정에는 변함이 없을 걸 알았는지, 제대로 실행에 옮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니 본인들을 설득해 내랍니다(요즘 제가 이러고 삽니다). 밤낮으로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을 두고 이제는 또 이 친구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깊은 고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 p.118, 「1부 하우스콘서트 20년의 기록」중에서
몇몇 분들이 저에게 질문합니다. 왜 한 달간 매일 공연을 하는지… 그 이유는 살고자 하는…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그리고 저 스스로 예술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발버둥과 확인의 작업입니다.
--- p.121, 「1부 하우스콘서트 20년의 기록」중에서
예술의 궁극적인 것은 하나의 구제에 있는 것이다. 영혼을 구제하는 것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에게 한 발 더 앞으로 갈 수 있는 예술적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것들이 바로 우리들의 하우스고, 하우스와 홈을 만드는 예술 공간이다. 삶이나 모든 곳에서 새 공간을 찾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그것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새 공간 찾기를 한 것입니다.
--- p.301~302, 「2부 제200회 하우스콘서트 세미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