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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끌로이

안녕, 끌로이

: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 양장 ]
박이강 | 북다 | 2023년 10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41건 | 판매지수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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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76g | 128*188*20mm
ISBN13 9791170610328
ISBN10 117061032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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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나 마찬가지라던데.” 네가 처음으로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을 때, 그렇게 말한 거 기억나? 얼떨결에 책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든 나는 내 앞에 서 있는 널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멍한 내 얼굴이 바보 같아 보여서였을까. 너는 웃으며 손에 쥔 책을 들어 보였어.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나와 똑같은 펭귄 페이퍼백이었지. 그제야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어. 그리고 네가 한 말의 뜻을 이해했지. 너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어. “넌 거의 다 읽었네. 지금 결말을 물어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겠지?”
--- p.9

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서리를 쳤다.
“난 아직도 무서워.”
“무섭긴. 내가 옆에 있잖아.”
순간 내가 옆에 있다는 끌로이의 한마디가 벼린 칼날처럼 날카롭게 지유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동안 절절했던 엄마의 부재가 상기되면서, 그토록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을 누군가가 해 주었다는 게 감격스러워 울컥했다.
--- p.27

이어지는 재촉에 지유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을 엄마가 가리킨 도미노 조각에 조심스레 갖다 댔다. 타다다다닥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는 순간, 지유는 눈을 꼭 감았다. 소리가 멈춘 뒤 눈을 떴을 때 지유는 황홀함으로 번져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명심해, 지유야. 처음과 끝은 연결되어 있어. 처음은 끝이고, 한 개는 전부나 마찬가지야.”
--- p.75

그 후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유는 그때 느꼈던 감각의 여운이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게 자신의 첫 키스였다는 것도 말하지 못했다. 아니 말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p.117

지유는 점점 불안해지는 자신을 의식하고 있었다. 이젠 그날 B-플랫에 가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은 부질없는 가정에서 그만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유는 자신이 제삼자가 되어 버린 상황이 비참하면서도 끌로이가 불장난하는 아이 같아 걱정되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 둘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지유는 책임을 느꼈다.
--- p.131

“어서 오세요.” 굵은 웨이브의 숱 많은 긴 머리, 조그마한 얼굴, 양 볼에 가득한 주근깨, 커다란 눈, 그리고 끝이 뾰족한 앙증맞은 코. 지유는 그날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님을 확인했다.
--- p.136~137

미지는 잊을 만하면 맥주 언제 살 거냐고 재촉했지만, 지유는 선뜻 그러자고 대답하지 못했다. 타투 숍이라는 공간을 벗어났을 때 둘의 관계가 어떻게 작동할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드디어 두 사람은 만날 약속을 잡았다.
--- p.154

고소인은 ‘권미선’이었다. 지유는 미지가 실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고소를 당한 것만큼이나 충격적이어서 고소인과 권미선의 조합이 도무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피해자 권미선의 성추행 신고에 따라 피의자조사를 받는 동안 지유는 사건 장소와 시간대만이 유일하게 미지의 주장과 자신의 진술이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89

어리석게도 그다음에 뭘 해야 할지 생각 못 했던 게 패착이었다. 그제야 지유는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도미노를 잘 쓰러뜨리려면 처음 세울 때부터 전체가 어떻게 쓰러질지 큰 그림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던 그 말이.
--- p.197

제발 엄마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초조한 가슴속에선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꾸역꾸역 올라왔다. 나만 두고 갈 수는 없다고, 아직은 안 된다고, 나는 아무것도 자신이 없다고, 그리고 너무나 엄마가 원하는 딸이 되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장 절박하게 엄마를 붙잡고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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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마마 걸로 자라 미국으로 유학 간 ‘지유’, 지유의 룸메이트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끌로이’, 한국으로 돌아온 지유가 만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타투 숍 직원 ‘미지’, 그리고 지유의 내면을 지배하는 ‘엄마’까지. 네 여자의 이야기가 긴장감을 유지하며 얽혀 있다.
- 이도우 (소설가)
모녀, 친구, 연인 등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수시로 맞닥뜨리는 심리적 갈등을 농밀하게 담아냈다. 지유, 끌로이, 미지, 엄마는 다른 인물이되 동일인으로 작용하고 서로가 서로를 상처 내는 동시에 치료제가 된다.
- 강지영 (소설가)
작가는 상징이나 인물의 심리 상태를 적확하면서도 시적으로 표현한다. 이른바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끌고 가는데, 그것의 전형성이나 상투성을 넉넉히 비껴가거나 극복해 낸 독특한 지점들을 확보했다.
- 주원규 (소설가)
각자의 방식으로 갈등하고 또 이해하는 과정이 안정적으로 표현되었다. 덜컹거리는 관계에 힘들어하면서도 자기만의 방법을 거쳐 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달한다.
- 콘텐츠 제작사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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