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가사사건과 거리를 두고 있다가 다시 접하게 된 법률전문가가 사건을 본격적으로 처리하면서 앞서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부족함이 없고, 소년심판이 실제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도 크게 어렵지 않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법관은 평생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다. 복잡한 사실관계를 파헤쳐 무엇이 진실인가를 찾는 일이 먼저이겠지만, 확정된 사실관계를 두고 어떤 법리를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 역시 또 하나의 어려운 과제이다. 재판을 하다 보면 논리필연적인 결론의 도출보다 선택의 문제로 난감해질 때가 많다. 여러 생각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법관이 재판에 관한 이야기를 법정 바깥에서 진솔하게 풀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족한 시간과 힘들고 무거운 재판업무 가운데 이렇게 훌륭한 저술을 해낸 김태형 부장판사에게 많은 찬사를 보낸다. 중간중간 인간적인 심정으로 법관의 일상과 법원의 모습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엮어낸 감성과 필력도 예사롭지 않다. 온화한 자세로 공감하며 재판해온 저자의 법정에서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2005년 사법연수원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이래 저자는 늘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온 것으로 기억된다. 법관으로서,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경력을 바탕으로 지식재산권이나 재판영상중계 등 사법정보화 분야에서도 많은 활약을 보였으며 학문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이제 저자가 5년간 가사전문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맺은 성과물인 이 책을 통하여 많은 독자들은 상속재산분할, 이혼소송이나 소년심판 나아가 법원과 법관의 삶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법관은 흔히 판결로만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글을 통하여 법정에서 판결로만 비치는 법관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솔직한 모습으로 더 다가설 수 있다면 판결 외에서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학문적 발전과 법관으로서 더 큰 성장을 기대한다.
2023년 8월
- 노태악 (대법관)
법조인이 쓴 책은 대부분 지루하고 재미없다. “부장판사가 알려주는 상속, 이혼, 소년심판 그리고 법원” 이야기도 아마 자기 자랑이거나 딱딱한 조문 해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상속에 관한 첫 페이지를 열었을 때 마치 내가 궁금했던 것이 무언지 아는 것처럼 상담하듯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전개해나가는 이야기들이 다소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곧이어 상속과 이혼에 관하여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이슈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건너뛰면서 읽어나가니 불과 2시간 만에 책을 다 읽어볼 수 있었다.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 가듯이 읽은 법조인 책은 이것이 처음이다. 책 속에서 필자 김태형 부장판사의 특이한 자질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김 판사를 처음 만난 건 대학원 수업 때였다. 대학원 발표 주제도 특이했고 그 발표 방식, 발성 및 제스처 등이 남달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학 재학 시절 방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 판사는 법의 날 기념으로 대법원에서 열렸던 “도전 골든벨(KBS)”에 출연했고, 대법원과 사피엔스 스튜디오에서 공동 주관한 “어쩌다 어른”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하는 등 법원의 외부 홍보 채널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김 판사를 보면 항상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쁜 법원 재판 업무를 하면서도 석사, 박사 과정 수업을 다 듣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특히 서울대학교 기술과 법 센터에서 발간하는 “Law & Technology”에 뿐만 아니라 여러 학술지에 틈틈이 논문을 발표하면서 공부하는 판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번에 가정법원에서 전문법관으로 오래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책을 낸다고 했을 때도 그리 놀랍지 않았다.
김태형 부장판사의 이 책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직접 당사자가 되기도 하고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속과 이혼 그리고 소년심판의 특징과 절차 그리고 실무상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알기 쉽게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노령화 사회, 개인주의가 강조되는 사회, 청소년 비행이 날로 심각해지는 사회 변화 속에서, 상속재산분할, 이혼소송 그리고 청소년의 문제는 누구나 알아야 할 상식 수준의 문제가 되었다. 이 책은 특히 복잡한 제도와 절차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상속재산분할 등은 특수법원인 가정법원에서 주로 다루는 분야이므로 관련 분야의 실무를 경험하지 못한 법조인들에게도 5년간의 실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나아가 챕터 사이 사이에 들어 있는 법원과 법관 생활에 관한 김 판사의 에세이 역시 ‘법원과 법관의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나는 늘 법조 직역의 여러 정보가 그 집단 내에 갇혀 있지 않고 가능하면 폭넓게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알면 알수록 우리 삶이 더 편해지고,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으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김 판사의 특수한 경험들을 이렇게 공유해주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늘 부지런히 노력하면서 사는 제자, 김태형 부장판사의 건승을 기원한다.
2023년 8월
- 정상조 (서울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