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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를 사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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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535g | 148*210*30mm
ISBN13 9788965235071
ISBN10 896523507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는 바텐더를 부르기 위해 몸을 돌렸고 나는 그가 말하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편안하고 자신감에 찬 남자, 그의 명령이라면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종류의 남자였다. 그는 아마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으로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매력적이었다. 넓은 어깨에 도시 남자들이 하는 전형적인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여성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아름다웠다. 아마도 눈썹 때문일까. 그는 매력적인 긴 속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 속눈썹처럼 둥글게 말아 올라가고 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아름다움은 왠지 차가웠다. 그 아름다움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거의 알 수 없었다.

나는 누군가 심술궂은 말을 하면 울면서 선생님에게 달려가는 그런 끔찍하게 예민한 아이들 중 한 명이었고, 세상의 도덕성을 전적으로 확신하고,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며 사람들은 항상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은 모두 초라하고 싸구려인데다 수치스럽다. 네 벽이 있지만 페인트칠과 밝은 톤의 가구-임시로 만든 방에 결코 그 방에 살지 않을 사람들이 그 방만을 위해서 산 가구-를 망칠까봐 사진 한 장을 걸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인생. 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거다. 내 헤어 브러쉬에 얽혀 있는 로리의 머리카락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로리의 서랍에 들어있는 내 옷. 아래층 층계참에서 속삭이는 집주인 P의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나 쓸 수 있는 욕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인생의 추함, 이런 인생을 자랑스럽게 내보일 용기는 없었다.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 속옷, 오래되어 뭉치고 건조해져 들떠 있는 화장, 구두 굽을 못 갈아서 금속이 바닥에 부딪히는 바람에 걸을 때마다 따각 따각 소리를 내는 하이힐, 그가 내 구두를 알아채지 않기를 계속 바라면서 그의 농담에 맞춰 웃으려는 나의 노력. 이런 표정을 짓기 위해 내가 애쓰고 있다는 것을 그가 모르기를. 그리고 내 인생의 권태로움. 매달 남아 있는 돈을 확인해야 하는 권태로움.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지하철 안에서는 한 무리의 술 취한 남자들이 별것도 아닌 일로 떠들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명함을 끼워 넣으려고 프레보의 마농을 꺼냈다. 나는 음악원에서 마농 대역을 맡고 있었고, 원전을 읽고 싶었다. 로리가 책 표지를 쳐다보았다.
그 여자는 창녀지, 맞지? 로리가 말했다. 마농? 그 책 읽은 것 같아.
몰라.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글쎄, 창녀가 맞아. 그 표지에 있는 사진을 봐봐. 그리고 여자가 창녀나 뭐 그런 게 아니라면 남자들은 여자 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책을 쓰지 않아. 그렇지 않은 책으로 생각나는 게 있어?
보바리 부인. 나는 말했다. 그 여자는 창녀가 아니야.
글쎄, 직업적으로는 아니지만 확실히 창녀 비스무리해.
안나 카레니나.
마찬가지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건 아동용 책이야. 그녀는 말했다. 예외야.
더는 생각이 안 나.
우리는 집에 가는 내내 별 것도 아닌 일에 웃고 떠들었다. 하지만 집이 있는 거리에 들어서자 로리는 침울해졌다. 그녀는 말이 없어졌고 몇 번 한숨을 쉬었다. 나도 화나고 역겹고 절망적인 기분이 되었으며 로리도 그런 기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로리는 문에 열쇠를 끼우면서 말했다. 이 망할 놈의 집, 이 망할 놈의 인생, 애나, 이 짓을 우리가 왜 하는 거야? 제대로 된 직장을 잡아야 해. 꼭 그래야 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나는 준비했던 말을 하려던 참이었다. 난 더 이상 가수가 되고 싶지 않아요. 여기 잠깐 동안 있을게요. 괜찮죠? 하지만 엄마가 말을 막았다. 물 한 잔 가져다 줄래? 나는 하려던 말을 미룰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며 대답했다. 그럴게요. 나는 부엌으로 가서 수도꼭지를 틀고 차가운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창문이 열려 있었고, 누군가 울타리 너머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멈춰 섰다. 그 여자의 목소리로는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눈에 띄지 않으려고 싱크대에서 떨어졌다. 그 두 사람이 중얼거리는 소리에서 내 이름이 들렸다. 런던에 자주 가겠네요? 내 말은, 거기 애나가 있으니까요. 애나가 하는 쇼를 보러 자주 가세요? 그럼요. 애나가 쇼를 많이 하죠. 우리가 항상 갈 수는 없지만, 네, 가려고 노력해요. 갈 수 있을 때는 언제든지요. 수치심이 내 속을 깊이 찔렀다. 나는 부모님을 내 쇼에 초대한 적이 없었다. 나는 밖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돌아갔다. 덤불에서 잎사귀를 따서 녹색 대가 나올 때까지 벗기면서 말했다. 그런데 토요일에 런던으로 돌아가려고요. 오늘 밤 기차를 예약할 거예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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