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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머하우스

홀리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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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94쪽 | 412g | 130*188*19mm
ISBN13 9791192134499
ISBN10 1192134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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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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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지구를 떠나고 싶었다. 이상한 말인 것을 안다. 하지만 진심이었다. 나는 글러 먹은 놈이었다. 확실히 뭐가 될 것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내 환경적인 조건은 괜찮았다. 잘 곳이 없을 만큼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었고, 부모에게 폭력을 당하지도 않았다. 다시 말해 불행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 행복해야 할까. 오히려 조건의 만족이 나의 무능을 증명해 준 셈이니 나는 행복할 가치가 없었다. 역설적으로 나는 주제넘은 우울 속에서 행복을 꿈꾸고 있었다.

나는 종종 이곳저곳을 그었다. 내 몸을 말이다. 이틀에 한 번 정도. 꾸준하게. 세 개에 천 원으로 묶어 팔던, 붉은색의 싸구려 칼로. 이유는, 글쎄. 핑곗거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피가 묻은 휴지가 하나둘 쌓이면 누구 하나가 날 동정해 줄까 봐. 그러면 그가 내가 얼마나 죽고 싶어 하는지 알아줄까 봐. 그 후에 나에게 더 살아달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줄까 봐. 그 말을 듣고 나서는 어쩔 수 없지, 하며 살아갈 생각이었던 것 같다. 때론, 나 같은 게 건강히 호흡한다는 사실이 같은 공기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미안했다. 그래서 앞서 말한 바보 같은 방법으로 죽음을 유예받고 싶어 했던 것일 터였다.

가만 생각해 보면 그 역시 하나의 변명 같다. 모든 원인이 만들어지기 전에 나는 손목을 그었다. 당장 나에게서 흐르는 피를 봐야 했다. 혹은 고통을 느끼며 울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삶과 가까워져야 했다. 그게 나의 연명법이었다. 딱히 죽을 계획은 없었다. 그래서 지구를 떠나고 싶어 했나 보다. 내 우울을 우주로 쏘아 올리고 싶었다. 그러면 수백 년 후에 예쁜 행성으로 발견될까 봐.

“대학은 정했니? 학과는? 어머, 아직이라니. 그런 건 빨리 결정해 놓아야지. 이제는 빨리도 아니다, 얘.” 네, 선생님. 저는 생각 없는 놈이라 뭐 해 먹고살지도 모른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그마저도 지쳐 대충 웃어넘겼다. 사서 선생님은 내 대답이 시원찮았는지 혀를 찼다. “너 아까 담임한테 진로 상담받고 왔다며? 그 쌤 또 존나 꼽줬겠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아이가 말했다. 누구더라. 명찰을 보니 같은 학년이고, 하는 말을 들어보니 같은 반이다. 기억에서 그의 이름을 뒤져보려 하다가 귀찮아 그만두었다. 나는 불편한 자리를 떠나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어디로 갈까. 고민에 해답을 찾기도 전에 나는 9와 4분의 3번 화장실에 와있다. 그것은 내가 화장실의 비밀 공간에 붙인 이름이었다. 창고로 쓰려고 했던 건지 철문이 달린 그 공간은 칸과 세면대의 사이에 있었다. 녹슬고 으슥한 분위기에 그 안으로 들어오려는 학생은 없었다. 게다가 천만다행히도 철문은 안에서 잠글 수 있게 되어있었다. 자연스레 그곳은 나의 아지트 비스름한 것이 되었다.

?내부에는 내 얼굴만 한 창문이 하나 달려있었다. 그것을 통해 보이는 건 뒷마당에 심어진 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꽃이 정확히 무슨 꽃이었는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까치발을 세워 확인해 봤다. 장미였다. 전부 빨간색이었다. 그리 예뻐 보이지 않았다. 파란색도 있으면 좋으련만. 왠지 파란 장미가 보고 싶어졌다.

주체스러운 햇살, 그리고 철문을 거쳐 뭉개진 아이들의 말소리. 나는 그것들을 애써 모른 척하며 밀려오는 질문들에 삼켜졌다. 나 지금 뭐 하고 있지. 어쩌다가 여기에 왔더라. 여기가 어디지. 잠시만. 오늘이 언제지? 이상한 질문들, 그중 마지막 질문을 곱씹었다. 오늘이 언제지. 요즘이 여름인가? 무슨 날이더라. 맞다. 번의 생일이었지.

번에게 가기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버스를 타지는 않았다. 버스비가 아깝다는 이유로 말이다. 사실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지? 그래, 홀리머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왜 가야 하지? 엄마가 ‘하나뿐인 동생 생일인데 누나가 데리러 가주면 얼마나 좋아하겠니.’라고 해서. 막상 더듬어보니 정리할 것도 없었고, 이제는 무슨 생각을 해야 되나 싶었다. 괜히 했다. 고심할 거리가 필요했는데. 아주 복잡해서, 눈물이 날 틈도 없게 하는 그런 거리가 말이다.

도착해서는 이상하리만치 밝은 달빛에 눈살을 찌푸렸다. 북두칠성처럼 이어진 별들이 이상했다. 겨울도 아닐 텐데 해는 왜 이리 일찍 떨어진 거야. 번은 또 왜 이렇게 안 나오고. 짜증이 나려는 참에 걸어오는 번이 보였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케이크 사서 들어가자. 네가 골라.” 우리는 빵집에 들렀다가 집으로 갔다. 그동안 대화는 오고 가지 않았다.

“엄마는?”
번이 케이크 위 생크림을 휘적이며 물었다.
“늦는대.”
“아들 생일인데.”
“바쁘시잖아.”
나는 먹고 남은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으려고 일어났다. 한 판이 거의 다 남았다. 그것에 얼굴을 박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러다 그것을 도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러곤 생각했다. 나 뭐 하려고 일어났더라.
“번. 있잖아.”
“난 누나가 나 이름으로 부를 때가 제일 무섭더라.”
“재작년에 너 가출했을 때, 어디로 갔었어?”
“가출 아니었다니까.”
“하여튼 갑자기 두 달 동안 사라졌을 때. 그때 어디 갔어?”
“몰라. 저 멀리.”
“여행 갔냐?”
“그보다 더 멀리.”
“화성이라도 갔어?”
“비슷해. 근데 더 멀리.”
그 당시의 재미있는 추억이라도 있는지 번은 웃었다. 씁쓸해 보이기도 했다. 화성보다 더 먼 어딘가에 무언가를 두고 온 사람처럼.

그의 손목에는 흐릿한 흉터가 있었다. 2년 전에는 상처였던 것이었다. 그의 종아리와 허벅지, 그리고 팔뚝에도 비슷한 것들이 보였다. 모두 다 아문 것을 보니 자해를 그만두었다는 게 사실인 것 같았다. 재작년의 (그가 실종이라고 부르는) 가출 후, 반년간의 정신과 치료 후 말이다. 병원이 도움이 되었던 걸까. 나도 그때 그만두지 말고 계속 다닐 걸 그랬나.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내 서랍에 커터 칼이 없었을까.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믿지 못하겠으니까. 약효도, 검사도, 내가 살아줬으면 한다는 의사의 말도. 차라리 아무도 내게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 사람들이 모조리 나빠서 날 죽이려 들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왜냐면, 마음의 농도를 구별하는 게 어려워서.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그건 또 왜냐하면, 있잖아, 사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근데도 있지, “도망가야 할 것만 같아서.” 그 이후로 대화는 오고 가지 않았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창문 밖은 유난히 어두워서 웬일로 별이 빛났다. 이상했던 것은 별이 저 멀리에 있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걷다 보면 잡힐 것 같은 우주 속이 아니라 더 먼 어딘가. 그 어딘가에 별빛이 있는 듯했다.
---「홀리머하우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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