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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외출

: 이미 없는 그와 아직 없는 그녀의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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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96쪽 | 800g | 128*188*35mm
ISBN13 9791191443202
ISBN10 119144320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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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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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자신감과 초연함이 주는 선물이다. 이것은 남녀 사이에 있어서 특히 그러하다. 진정한 자신감은 조건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현재의 노력에서 나온다. 자기 개선을 위해 애쓰는 남자들은 자신감을 가진다. 어쩌면 이 자신감은 많은 것들을 잃는다 해도 어떻게든 살아 나갈 수 있다는 본능에서 온 것이다. 여자를 잃더라도 삶이 충실하다면 그래도 견딜만하다. 초연함은 관용에서 나온다. 관용은 경멸이나 포기와는 다르다. 그것은 존중과 함께하는 방법론적 공감을 전제한다. 그들은 그들의 생각을 말할 뿐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모든 지혜로움에 근거가 있듯이 어리석음도 나름의 근거를 지닌다. 어리석음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들처럼 나도 언제라도 어리석음에 잠길 수 있다. 그러니 나 자신을 불쌍히 여기듯이 그들도 불쌍히 여기자. 이것이 초연함이다.
--- p.125

사랑과 육체적 관계의 인과율은 어리석은 가정이다. 그것은 서로 독립적이다. 사랑도 발생하고 성적 관계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중 하나는 전과 같은 채로 다른 하나가 새롭게 발생할 수도 새롭게 소멸할 수도 있다. 여전한 사랑 가운데 육체적 관계가 소멸하기도 하고 여전한 육체적 관계 속에서 사랑이 소멸하기도 한다. 세상은 여전한 채로 어떤 것이 소멸하기도 한다.
--- p.166

삶은 살아지는 것이지 소유되는 것은 아니야. 언어도 예술도 마찬가지야. 그것은 말해지고 감상되고 사유되는 것이지 소유되는 것은 아니야. 소유는 모든 것을 망쳐. 소유하는 순간 우리 의식은 그것을 깊은 무의식 속에 밀어 넣고는 더 이상 살펴주지 않아. 사실은 소유하지도 못하지. 단지 그것들을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느낄 뿐이지. 한때 관심을 가졌지만, 곧 의식에서 사라지고 말지. 사랑을 결혼으로 물화시키듯이 모든 것들을 물질화하는 거야. 사랑을 소유하게 된 거지. 소유는 고착이야. 생명을 위장하는 시체야.
--- p.203

무거움과 가벼움. 끈적거림과 산뜻함, 탐욕과 무욕, 전락과 개선 사이에서 나는 전자들을 선택했다. 그러한 것들이 나의 오만과 어리석음을 더 만족시켰기에. 나는 더 이상 유영할 수 없었다. 끝없는 불안정과 소요, 불확실과 망설임, 매 순간의 결의와 순간의 삶. 이런 것들이 두려웠다. 나는 뿌리박기를 원했다. 나는 포식자가 되고자 하지 않았다. 태양 빛과 산소만으로 살기 바랐다. 비겁한 식물들이 한기와 모험을 피해 한 곳에 뿌리박듯이.
--- p.282

나는 그의 현재를 소유하면서 그의 과거를 없었던 사실로 지우고 싶었다. 그를 소유하고자 했을 때 내가 소유할 수 없는 그의 과거는 살아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나의 부재 가운데 행복했던 그의 과거는 내게는 단지 슬픔일 뿐이다. 사랑은 결국 이렇게 추악해진 채로 종말을 향해간다. 그때에는 이미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단지 전면적인 소유에의 탐닉일 뿐이다. 과거도 그의 일부이다. 어쩌면 현재보다도 더 소중한 일부이다. 현재가 얇은 종이 한 장이라면 과거는 두꺼운 책이다. 더구나 그 과거라는 책은 새롭게 써 내려 나갈 내용으로 채워질 그 얇은 종이 한 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책이다. 그리고 그 종이 한 장도 결국 그의 과거로 축적될 것이었다. 누구를 사랑한다면 그 과거도 사랑해야 한다. 만약 그것이 사랑의 용량을 넘는다면 그때에는 더 이상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그때에는 그것은 단지 소유욕일 뿐이다.
--- p.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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