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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동 사람들

[ 양장 ]
박건웅 글그림 | 우리나비 | 2023년 09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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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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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9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704쪽 | 154*210*40mm
ISBN13 9791191884333
ISBN10 119188433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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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흐르지 않는 시간

#1- 분주히 사람들이 오가는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에서 한 남자가 깨어난다. 그리고 마침 힘겹게 지하철 청소를 하는 할머니를 안타깝게 보고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걸어 보지만 할머니는 무심한 표정으로 아무런 반응도 없다. 그는 오늘도 전철을 타고 을지로 악기점에 나가 일을 한다. 그에게는 1995년 이전의 기억이 없다. 가족이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2- 산 언덕 꼭대기에 있는 곧 재개발을 앞둔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 황금 아파트라 불리는 17평 남짓 허름한 아파트에서 하루의 고단함을 푼다. 그러나 웬일인지 여기저기 아픈 몸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약을 먹고 통증을 없앤다. 아파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이 청장년층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늘 웃는 모습으로 인사하는 아파트 관리 아저씨는 층간소음 등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안내방송을 하며 특히 12시 이후로는 밖으로 나가지 말고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신신당부한다. 입주민들 모두가 통제에 잘 따르는 착한 사람들이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다.

#3- 남자는 손재주가 좋아서 무엇이든 고치고 수리하고 만드는 일을 한다. 특히 도장을 파는 재주가 뛰어나다. 저녁에 일 때문에 도장을 파 달라는 옆집 아저씨가 찾아왔고 이름을 물어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역시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그에게 여기에 언제부터 살았느냐고 물어본다. 마찬가지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무렵 대문마다 붉은 동그라미 표시를 한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지는 걸 알게 된다. 동장은 이사 간 것이라고 말한다.

#4- 반상회 날 아파트 주민들 모두가 모였다. 곧 있을 황금동 재개발 때문에 사람들은 큰 기대를 하고 있었으며 예전에는 이곳에 황금이 나오던 곳이었다는 얘기가 있어 곧 좋은 일들이 생길 것이라며 좋아한다. 남들처럼 멋들어진 아파트가 이곳에 지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입주민들은 보상은커녕 이제 돈이 없는 우리들은 모두 떠나야 할 것이라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서 간혹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재개발하는 데 필요한 주민 동의 서명을 받는데, 이상하게도 주민들 대다수가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다. 사람들 모두가 1995년 이전의 기억이 없다. 동장은 웃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다음에 서명을 받자고 말한다.

#5- 남자와 입주민 아저씨, 중학생, 아주머니 등 몇 명은 자신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 왜 기억이 없는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각자가 가지고 온 앨범들을 보면서 지난 세월들의 사물과 지명, 흔적 관계 등을 연상하게 되고 한 사람씩 조금씩 기억을 더듬어 나가기 시작한다.

#6- 동장은 진실을 이야기해 주는데, 황금 아파트에 사는 그들 모두의 가족들이 오래전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타 죽었다고 말해 준다. 또한 집단 트라우마 때문에 충격을 받아 사람들은 95년 이전 기억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들은 가족들을 잃은 것에 대해 슬퍼하고 서로 위로하며 함께 공동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7-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남자는 약을 먹지 않게 되고, 동장이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는 것이 재개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는지 못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임을 알게 된다. 황금동 사람들과 함께 실종된 사람들을 찾던 도중 지하실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실종된 입주민들이 용역 깡패들에게 심하게 구타를 받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기억을 찾은 사람들은 몰래 납치되어 이곳에 감금되고, 다시 약을 먹게 되고 기억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8- 남자는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아파트에서 도망친다. 12시가 넘어 아파트에서 나온 세상은 철거촌이 아닌 깊은 밤 산속 어느 풍경이었고 그는 굴러 넘어지며 과거 속으로 돌아간다.

2부- 떠나지 못한 사람들

#9- 잠에서 깨어난 남자는 자신이 나쁜 꿈을 꾸었다고 생각한다. 평화로운 마을에서 딸과 함께 살아가는 남자는 갑작스레 한국전쟁을 맞이하게 된다. 피난을 가려고 하지만 피난 가지 말라는 대통령의 연설로 피난을 가지 않고 남아 있는 바람에 마을은 곧 인민군들에게 점령당한다. 어쩔 수 없이 부역을 하게 되고 서울 수복 후 경찰과 반공단체에 의해 끌려가 고문을 당한다. 그리고 어느 이름 모를 야산에 있는 금정굴로 끌려가 학살을 당한다. 그때 같이 끌려갔던 사람들이 바로 황금동 사람들 주민들이었다. 황금 아파트의 사람들은 화재로 죽은 유가족들이 아닌 경찰들과 반공단체 사람들에게 끌려가 금정굴에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딸아이에게 곧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총소리가 울리며 까맣게 변한다.
- 놀라는 남자의 얼굴이 지하실 창고에 층층이 보관되어 있던 유골들의 모습으로 변한다.

#10- 자신의 기억을 찾고 쓸쓸히 황금 아파트로 돌아온 남자는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며 망설인다. 무슨 일이 있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모두가 충격을 받을까 봐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당신들의 가족들을 찾았다며 가족들의 집 주소를 알려 준다. 기뻐하는 사람들은 12시 종이 치자 각자가 주소지를 들고 가족들을 만나러 나간다. 다시 들어가라고 제지하는 동장과 관리인 아저씨에게 입주민들은 더 이상 순응하지 않고 화를 내며 항의한다.
그리고 그들은 동장이 바로 아파트에 불을 내고 혼자 몰래 도망쳤던 사람임을 비로소 기억해 낸다. 순응하며 살던 입주민들의 갑자기 돌변한 행동에 아파트 문이 열리고 어리둥절한 관리자들은 이를 막지 못한다.

#11- 저마다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온 사람들의 얼굴은 웬일인지 슬프면서도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각자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날 밤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하늘 위의 달은 달이 아닌 구멍으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빗소리 때문에 아무도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다. 각자가 자신이 죽었음을 비로소 처음으로 알게 되는 날이었다.

#12- 다음 날 아침, 세월호 관련 뉴스 속보가 나오면서 “가만히 있어라”라는 선내 안내방송이 과거 전쟁으로 피난 가던 도중 자신은 도망치고 국민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정부의 안내방송을 떠올리게 한다. 아파트에 살았던 사람들 중 일부는 서로 가족인 사람도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기억해 내고 껴안고 운다. 주인공 남자는 아파트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새로 파 준다.

“저는 27살이구요 도내리에 살던 장기연이라고 해요. 저는 22살이고요... 헤헤.”

200여 명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들고 내가 누군인지 알았다고 기뻐한다. 드넓은 일산평야로 황금 아파트 사람들이 삐삐선으로 묶인 것이 아닌 서로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기억을 되찾은 사람들은 고통스럽지만 자유롭고 행복하다.

#13- 어느 봄날 지하철 환승장에서 다시 잠에서 깨어난 남자는 청소하던 할머니를 만나 말을 건넨다. 그동안 아무런 반응도 말 한마디도 안 하던 할머니는 남자를 돌아보며 울먹인다.

“아부지... 아부지, 왜 이제서야 돌아오셨어요? ”
“그래 그래, 미안하다 얘야...
아이고, 손이 왜 이리 거칠어졌니, 응?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았지...?”

할머니는 바로 남자의 딸 순이였다. 그리고 지하철 후미진 구석 벤치에서 서로 손을 잡고 울먹이며 대화를 나눈다. 주변 사람들은 무관심하게 분주히 제 갈 길을 간다. 열차가 들어오고 할머니는 아버지가 가지 못하게 꼭 끌어안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할머니 자신의 긴 그림자이자 그리움이었다.

#14- 잠에서 깨어난 할머니. 휭휭 겨울바람이 불어대는 새벽녘 짐을 챙겨서 어디론가 향한다. (가방에는 진상규명을 위한 청원서류가 들어 있다.) 버스를 타고 가며 창밖으로 눈이 하얗게 덮인 드넓은 일산평야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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