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발칸 반도로의 도피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84
베스트
여행 에세이 top100 3주
정가
18,800
판매가
16,92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무료 ?
  •  국내배송만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127*188*20mm
ISBN13 9791167471260
ISBN10 116747126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오랜만에 경험하는 다인실 도미토리는 재앙이었다. 귀에 거슬리는 작은 절규 소리에 잠이 깼다. 적막한 새벽에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가 울고 있다는 것은 다소 비현실적이었다. 괜찮냐고 물어봐야 할지 아니면 조용히 해 달라고 해야 할지 고민했다. 잠에서 깬 것이 조금 화가 나긴 했지만, 나는 늘 타인의 슬픔을 보았을 때 말문이 막히고 마는 사람이었다. 나는 위로와 공감에 영 재능이 없었다. 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속에 말을 뱉었다. “괜찮아?” 누구인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물었다. “아니 안 괜찮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훌쩍이며 말했다. 2층 침대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서 커튼을 잠시 열고 그녀를 바라봤다. “괜찮아?” 멍청하게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미안해.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전화했어.” 그녀는 슬픔에 온몸을 맡긴 채로 문을 열고 나갔다. 나가서 위로해 줘야 하는 건지 고민했다. 짧지 않은 고민 끝에 다시 잠을 청했다. 타인의 아픔을 안기에는 너무 피곤하고 지쳐 있었다. 마음을 빌려줄 여력이 없었다. 지쳐 쓰러져도 돌아갈 곳 하나 없는 나는 그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조금은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게 그저 귀찮을 뿐이었던 그 밤은, 그녀에게는 심장 언저리에 생채기가 생긴 그런 아픈 밤이었을 것이다. 눈을 뜨고 어둠 속을 바라봤다. 이 순간 지구 어딘가의 어떤 이는 다시는 잊을 수 없는 행복을 마주했을 것이다. 또 다른 대륙의 누군가는 평생 잊고 싶어 할 슬픔을 겪었을 것이다. 같은 날짜가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었다. 늘 그렇듯이 시간은 다르게 적힌다. 내게 의미 있는 몇몇 날들을 떠올렸다. 그날들은 나에게서 떠나간 몇몇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었다.
---「마음을 빌려줄 여력이 없었다」중에서

“왜 불가리아에 오셨어요?” 내가 말했다. 그녀는 아주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근 몇 달 동안 늘 지어야만 했던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타인에게 자신의 인생을 어디서부터 어느 정도나 검토받아야 하는지 고민할 때의 표정이다. 여행자들은 보통 서로에 대한 배경지식 없는 대화만을 나눈다. 직업이나 학교나 회사 따위를 언급하지 않고 나라는 인간과 자신의 감정에 관해 설명하는 것은 어색하지만 재밌는 일이다. 그런 대화는 ‘이 양송이수프 엄청 맛있는데?’ 라거나 ‘그냥 일기 쓰고 있어.’ 같은 형식으로 시작한다. 어색함이 조금 걷히면 대화는 ‘느끼한 것보다는 매운 음식을 좋아해.’ 라거나 ‘부끄럽지만, 취미로 글을 쓰고는 해.’로 바뀐다. 낯선 이와의 대화가 익숙해지면 먹어봤던 세계의 여러 매운 음식들을 설명하게 되고 이 근처에서 먹을 수 있는 특이한 매운 음식들을 알게 된다. 책을 쓰고 싶다는 꿈에 대해 말하게 되고 또 그러기에는 내 문체는 너무 맥 빠지고 서글픈 것이라 한동안 글 쓰는 것을 포기했던 사실도 말하게 된다. 여행자의 대화는 나 스스로 재미없는 인간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다. 나는 매운 것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것을 좋아하고, 이 동네 음식이 너무 느끼해서 핫소스를 챙겨 다니는 괴팍한 사람이 된다. 또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지만, 막상 그 문장들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던 몇 안 되는 사람으로 한정되었으면 하는 모순적인 인간이 된다. 자신을 알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의 좋은 점이다. 다만 그런 대화는 타지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만으로 쉽게 깨지게 된다.
---「인생은 세 가지 말로 충분하다」중에서

미리 공부해 둔 키릴 문자는 꽤 큰 도움이 되었다. 아예 읽을 수 없는 것과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는 것에는 차이가 크다. 소피아와 플로브디프라는 짧은 지명을 읽는데 앞사람 두 명이 표를 구매하고 돌아설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짧게 인사하고 플로브디프행 표를 구매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대화가 통하는 경험은 늘 흥미롭다. 직원을 바라보고 부디 내 발음이 맞기를 기도하며 플로브디프라고 말했다. 직원은 시간표를 가리켰고 나는 핸드폰 달력을 꺼내서 내일 표를 원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그 표정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산 것을 보니 아마 완벽한 표정이었던 것 같다. 이 단출한 성공이 너무나도 기뻤다. 여행은 행복의 역치를 많이 낮춘다. 버스표를 사는 것도,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그들에겐 그저 삶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충분한 도전이 된다. 그리고 대화의 끝에 그들의 언어로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것만으로도 꽤 따뜻한 칭찬을 받는다. (...) 정체 모를 음식이 하나 나왔다. 고기와 치즈를 뒤섞어 뚝배기 같은 것에 요리한 음식이었다. 직원에게 음식 이름을 발음하는 방법을 물어봤다. 직원은 성심성의껏 가르쳐 주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결국 발음하지 못하고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 입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직원에게 다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불가리아 사람들은 고기와 감자와 치즈만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여행은 행복의 역치를 많이 낮춘다」중에서

여덟 시간을 넘게 달려야 한다는 버스는 별로 크지 않았다. 동네 태권도 학원 버스랑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였다. 기사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그런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큰 캐리어를 두 개나 가져온 미국인과 실랑이를 벌였다. 커피를 홀짝이면서 불가리아 사람과 미국 사람이 러시아 사람의 더듬거리는 통역을 통해 싸우는 것을 보는 것은 재밌는 일이었다. 긴 불가리아어와 그보다 더 긴 영어는 머리를 박박 깎은 러시아 사람에 의해 본인 머리보다 짧은 러시아어로 바뀌었다. 덕분에 예상 시간을 조금 넘어서 출발했지만, 불만은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버스에서는 지루할 일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로가 노력할 필요가 없는 사이다. 버스를 함께 탄다는 것은 그렇다. 같은 출발지와 같은 목적지를 가지지만 굳이 서로 알 필요가 없어져 버리고 만 관계다. 꽤 긴 시간을 어깨를 맞대며 가야 하는데도 그렇다. 호스텔 로비에서 봤다면 어색하게나마 인사를 했을 사람들이 버스에 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아무런 말이 없어졌다.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편하기는 했지만 그런 관계가 있다는 것이 조금 슬펐다. 아무런 말 없이 버스는 마케도니아로 향했다.
---「서로가 노력할 필요가 없는 사이다」중에서

“너는 되게 인생을 슬프게 바라보는구나. 그런데 네 인생은 안 슬퍼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슬퍼하는 게 되게 특이해. 보통은 자기 사는 게 제일 슬픈 게 당연하거든.” 리안이 이어서 말했다. 대답하는 것이 어려웠다. 아무래도 내 취미는 모든 것에 슬퍼하는 일이다. 슬픈 것은 우울한 것이나 무기력한 것과는 다르다. 오래 씹은 슬픔은 쓰지 않고 꽤 단맛이 난다. 고급 소금과도 같다. 글을 써야 할 때면 여기저기서 눈물을 모은다. 눈물을 잉크 삼아 글을 쓰면 언젠가 말라 자국만 남는다. 그 눈물 자국에서 소금기를 조금씩 모은다. 나는 내 눈에 보이는 슬픔을 잘 모아 말려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삶을 보는 내 시선을 참 좋아했다. 지금은 뭐 하고 사는지 알 방법도 없는 사람이다.
---「내 취미는 모든 것에 슬퍼하는 일이다」중에서

국경이 점선으로 되어 있는 나라였다. 인터넷 연결이 이상한가 해서 앱을 두 번 껐다가 켜 보아도 결과는 그대로였다. 이상한 나라의 이름은 코소보였다. 2008년에 세르비아에서 독립을 선언했지만, 그들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도 많은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는 나라 중 하나였다. 원래대로라면 호수가 유명하다는 마케도니아 남부 쪽으로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목적지를 바꾸게 됐다. 코소보 입국 도장이 찍히는 순간 세르비아 쪽은 갈 수 없는 것이 뻔했지만 신생 국가를 보게 된다는 것이 더 설렜다. (...) 몇 개의 모스크를 거치며 거리를 걸었다. 여태까지의 발칸 반도 여행이 그랬듯 무언가 자랑할 정도로 볼 만한 것은 없었다. 단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평화로움이 모든 곳에 덧칠해져 있었다. 모르는 외국인에게도 예쁘게 웃으며 인사하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별 이유 없이 행복해졌다. 패트릭은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아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이 패트릭을 알아보고 인사하러 다가왔다. 덩달아 계속 인사를 했다. 과일 팔던 아주머니는 사과를 닦아 내게 건넸다. 담배를 피우던 아저씨는 담뱃갑을 꺼내 한 대 피우겠냐고 물었다. 사과는 입에 물었지만, 담배는 그렇지 않았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코소보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했다. 패트릭은 웃으며 기다려 줬다. 이상한 나라였다. 특히 수도인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했다. 어떤 나라인지 상관없이 수도는 그 나라에서 가장 삭막한 사막 같은 곳이다. 하지만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의 사람들은 내가 아는 상식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대단한 것을 본 것도 아니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았지만 어째 처음으로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지도에서 이상한 나라를 발견했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무료배송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6,92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