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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0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24*178*50mm
ISBN13 9791155816417
ISBN10 1155816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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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에 걸려 있는 새장에서 푸르고 노란 깃털의 앵무새가 반복해서 소리쳤다.
---「첫 문장」중에서

의식의 낯선 영역에서 생성된 것 같은 설명할 수 없는 압박감이 에드나의 온몸을 막연한 분노로 채웠다. 그것은 마치 영혼의 여름날을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 혹은 안개와도 같았다.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남편을 원망하지도 않았고,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운명의 여신을 탓하지도 않았다. 그저 혼자 실컷 울고 싶을 뿐이었다.
--- p.29

에드나는 쉽게 마음을 터놓는 성격이 아니었다. 마음을 터놓는 것이 그동안은 성격에 맞지 않았다. 심지어 어릴 때도 자기만의 세계에 머물며 그만의 조그만 삶을 살았다. 에드나는 일찌감치 삶의 이중성을 이해했다. 순응하는 외적인 삶과, 회의를 품은 내면의 삶이 공존하는 이중성을.
--- p.44

에드나는 몸을 뒤척여 좀 더 편안하게 해먹에 자리를 잡았다. 고집스럽고 반항적인 의지가 불타올랐다. 에드나는 그저 거부하고 저항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남편이 전에도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있었는지, 그때 자신이 남편의 명령에 순순히 따랐는지 생각해보았다. 물론 그랬다.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 그러나 이런 기분으로 왜 그 명령을 따랐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 p.81~82

에드나는 온갖 생각이나 감정들을 혼자 품고 있는 것에 익숙했고 결코 그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내 표현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 감정들은 에드나가 지닌, 오직 에드나의 것이었다. 그 감정들에 대한 권리도 그에게 있었으며 누구도 아닌 오직 자기만이 느끼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언젠가 에드나는 아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아니 그 누굴 위해서라도, 나 자신을 포기하진 않겠다고.
--- p.116

그 노래를 듣자 에드나는 추억에 잠겼다. 파도 소리와 돛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렸다. 바다 위에 떠 있던 달도 보였고, 보드랍고 때로는 거칠게 남에서 불어오던 뜨거운 바람도 느껴졌다. 옅은 욕망의 파도가 몸을 관통했다. 그 욕망 때문에 붓을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이 빠졌고 눈이 따끔거렸다.
--- p.138

“그건 저도 압니다. 그래서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 모든 것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제가 성질이 좀 급하긴 해도, 여자하고 싸우거나 여자에게 함부로 대하고 싶진 않아요. 제 아내라면 더더욱. 그런데 자꾸 그런 충동을 느낍니다. 아내에게 어리석은 짓을 하고 나면, 제가 만 배는 더 악마에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아내의 태도가 너무 거슬려요.” 그가 초조하게 말을 이었다. “아내는 여성의 무한한 권리에 대해 어떤 개념을 갖고 있는 거 같아요. 우린 아침 식사를 할 때나 겨우 얼굴을 봅니다.”
--- p.156

비둘기 집은 에드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워낙 아늑한 공간이기도 했지만 에드나가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서 집은 따스하게 빛났다. 사회적 지위는 낮아진 듯했지만 정신적 지위는 오히려 상승한 기분이었다. 온갖 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딛는 모든 발걸음이 한 인간으로서의 에드나를 더 강하게 했고 성장하게 했다. 에드나는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보다 깊은 삶의 이면을 바라보고 또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의 영혼을 되찾으니 ‘남의 생각’에 맞추어 사는 삶에 더 이상 만족할 수 없었다.
--- p.221

에드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출산을 한 게 너무도 오래전 일인 데다 실제로 일어난 일 같지 않을 정도로 가물가물했다. 에드나는 어렴풋이 그 고통의 절정을, 강한 소독약 냄새를, 혼수상태에 빠지며 감각이 마비되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숨결을 불어넣어준 조그만 생명체가 있었다. 이 세상에 왔다가 떠나는 수많은 영혼들에 하나를 더 보탠 것이었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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