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양 효과’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사회는 그만큼 무서운 사회이다. 그러니 그 누구도 이런 사회에서는 감히 ‘검은 양’이 될 생각을 할 수 없다. (북 사회를) 분별해서 ‘옳고’, ‘좋고’, ‘맞고’보다는 그냥 99마리의 흰 양 무리에 섞여 그르고, 나쁘고, 틀리더라도 그냥 ‘흰 양’이 되어 왕따 당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알아서’ 불편하느니 ‘몰라서’ 편안한 것이 더 좋았고, 적어도 북 알기는 우리 모두를 이런 집단 최면에 빠져 있게 하였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금기를 깨트리려고 쓰였다.
--- p.8, 「책머리에」 중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가고, 이의 정치적 해석이라 할 수 있는 항일무장투쟁의 경험과 교훈은 김일성 중심의 민족해방운동뿐만 아니라 북 체제 성립의 사회주의 전사, 더 나아가서는 북 체제 성립의 유일한 원형으로 자리매김한다. 또 다른 말로는 모든 정당성의 뿌리이자 인민들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교본敎本이다.
--- p.31-32, 「제1장 본문」 중에서
1991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에 있다. 남과 북은 ‘동반자적’ 관계라는 규정이 그것이다. 그러니 이념과 체제를 떠나 같은 민족으로서, 종국으로는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같은 민족답게 서로 ‘호의好意’하면서 서로를 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이라는 반공·반북 용어가 걷히고 대신, 내 생각과 언어, 말에 ‘조선’이라는 정식국호가 들어오고(만약 이것에 정 익숙하지 않으면 ‘이북’, 혹은 ‘북측’이라는 민족적 관점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점차 익숙해 가는 그런 것도 괜찮다), 그렇게 정명된 조선은 역시 앞 표에서 확인받듯 불량국가, 깡패국가의 이미지 대신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주체 조선으로, 세습·독재국가 대신, 수령중심의 인민대중제일주의 국가로, 이 지구상에서 가장 불쌍한(?) 인민들이라는 인식보다는 그 어떤 국가들에서보다 무상의료·무상교육·무상주택의 혜택이 주어지는 세계 유일의(?) 인민 행복 지수가 보인다.
--- p.121, 「제2장 본문」 중에서
그 어떤 전쟁학 교본에도 ‘날짜’ 개념의 전쟁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해서 보편적 의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지정학적 의미와 전쟁의 목적에 부합하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으로 성격 규정하는 것이 맞아서 그렇다. 가장 최근의 ‘우크라이나전쟁’도 이를 확인해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당일이 2022년 2월 24일이라 하여 전쟁 명칭을 ‘2·24전쟁’이라 하지 않은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외에도 미국에 의한 이라크침략도 ‘이라크전쟁’으로 명명하고, 확 더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BC 431년에 발생한 펠로폰네소스전쟁, BC 3세기 중엽에서 BC 2세기 중엽까지 진행된 십자군 전쟁도 다 전쟁의 성격과 지정학적 의미를 담아내는 명칭 개념이다. 이렇듯 예시된 모든 전쟁에는 날짜 개념이 없다. 6·25전쟁처럼 날짜가 그 전쟁의 성격이 될 수는 없으니 당연한 이치라 할 것이다.
--- p.126, 「제2장 본문」 중에서
내전으로서의 통일전쟁, 미국에 의한 국제전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계속하여 북의 ‘남침’이라는 프레임에만 갇혀있으면 윤석열 대통령처럼 우리 민족을 지배한 일본은 ‘이웃’이 되고, 진작 같은 민족인 북은 ‘원수’가 되어야 하는 통일 불가(不可)이다.
--- p.131, 「제2장 본문」 중에서
수령을 향한 충실성과 우상화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개념 차이가 있다. 첫째는, 개념설정 분야가 다르다. 수령은 정치·철학적 개념이고, 우상화는 사이비 종교적 개념이다. 어떻게? 수령은 역사발전 단계에서 수령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 관한 문제라면, 우상화는 그런 개념과는 전혀 관계없는 미신迷信적 인식 문제이다. 둘째는, 범주가 다르다. 수령은 집단적 관계, 즉 ‘수령-당-인민대중’의 관계에 관한 문제라면, 우상화는 개인적 인식 범주에 한정된다. 셋째는, 관계의 제도화 정도가 매우 다르다. 북의 수령 중심 사회주의는 국가의 지도이념과 국가 운영원리, 제도로 확고히 보장되어있는 반면, 우상화는 그런 질서와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 p.188, 「제2장 본문」 중에서
대한민국은 당시 그 어떤 기술, 자원, 자본 없이 미국의 지원-무·유상 원조와 일본과의 굴욕적 협정-대일 청구권자금으로 마련된 기술과 자본으로 30여 년만의 압축성장을 이뤄내 선진클럽OECD에 가입하였듯, 북도 위와 같은 세계질서를 잘 이용하여, 그것도 북과 우호적인 국가가 중심되어 있는 유라시아 경제연합과 상하이 협력기구, BRICs라면 이를 잘만 활용하면 자국이 보유한 세계 5위 이내의 국방과학기술의 민간산업 기술로의 전환, 세계 3~5위 정도의 매장량으로 확인되는 석유와 희토류 등 세계 10대 광물자원의 활용, 여기에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확실하게 설계되어있는 국가계획경제의 활용은 30여 년이 아닌, 단 5~10년 이내 단박에 북 경제를 도약시켜 내고도 충분한 남음이 있다. 그리하여 자신들이 내건 인민 생활 향상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여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부국으로서의 (자신들이 그렇게 소망했던) 사회주의 강성국가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
--- p.265-266, 「제3장 본문」 중에서
다름 아닌, 북을 외면하던 중국과 러시아가 북과 같이 반제·반미전선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중국은 대만 문제로 미국과의 관계가 격하게 격돌하면서 냉전 해체 이후 다시 북·중·러가 공동으로 반제·반미전선 형성이 가능해지면서 생긴 불가역적 변화이고, 완료된 현재 모습이다.
--- p.253, 「제3장 본문」 중에서
그렇게 자신들의 핵보유 두 번째 목적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 제거에 있음을 솔직히 밝힌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비핵화와 비례하지 않는 북핵 비핵화 담론은 이제 종말을 고했다는 사실이고, 이의 한반도적 적용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비핵화 담론’은 이제 불성립하고, 이의 세계사적 의미는 앞으로 북이 미국을 상대로 하는 방식이 군축의 의미를 갖는 세계 비핵화와 한미동맹 해체의 의미를 갖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 동시적으로 동반되지 않는 그 어떠한 형태의 핵 협상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선전포고와도 같다. 외교적 화법은 미국과의 핵 정치협상이 있다면 그것은 ‘인류의 핵 없는 세계’ 및 ‘모든 제국주의가 사라지는’ 그런 의미에서의 핵 정치협상이고, 이는 세계 비핵화를 전제한 핵군축 협상,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한미동맹체제 해체, 그리고 조국통일 완성에 복무하는 그런 핵 정치협상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69-270, 「제3장 본문」 중에서
그래서 최종 정리되는 북의 핵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하겠다. 전쟁 억지력이라는 측면에서는 군사적 무기이고, 미국과 담판하기 위한 전략으로서는 정치적 수단이며, 인민의 생활 향상과 관련해서는 경제강국 건설의 추동력이고, 마지막 결정적으로는 수령의 위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정치 사상적 무기로까지 규정되는 핵 정치학이다.
--- p276, 「제3장 본문」 중에서
분명 북도 그렇게 전략국가인데, 그런데 북은 좀 다른 의미, 즉 북의 핵무기 보유는 기존 UN 상임이사국과는 좀 다른 의미로 활용하려 한다. 즉, 게임 체인지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위 상임이사국들과는 같지 않은, 특히 미국과 같이 기존의 패권 질서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패권 질서를 창출하려는 ‘침략적’ 게임 체인지 국가가 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세기적 염원이라 할 수 있는 제국주의 소멸과 ‘핵 없는 세계’를 추동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북은 기존 핵보유 목적을 완전 180° 다른 해석을 해낸다.
--- p286, 「제3장 본문」 중에서
북은 정말 사회주의 체제를 사랑하는 국가이다. 그것도 단순 사랑하는 정도가 아니라, 지독히 사랑한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은 참으로 많겠으나, 많은 요인 중에 다음과 같은 가설만큼 설득력 있는 것은 없을 것 같다. 북이 자신들의 체제, 즉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확신이 없었더라면 북 역시 1980년대 후반부터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던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권 체제 붕괴 때 북도 함께 붕괴했어야 했다. 외에도 근 40여 년 이상 ‘유일’ 수령으로 존재했던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연이어 닥친 3난亂, 그리고 제2의 고난의 행군 시기, 거기에 더해 제1차 북핵 위기와 극강의 대북제재는 북을 붕괴시키거나 체제전환의 길로 나아가게 했어야 했다. 하지만, 북은 끝내 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것 말고 더 이상 어떻게 더 많은 이유를 들어 북이 끝내 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증거를 들이댈 수 있겠는가?
--- p289-290, 「제3장 본문」 중에서
한마디로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는 바로 “자존과 번영의 새 시대”라는 것이고, 이는 체제 수립 이후 70성상 온갖 고난과 역경을 뚫고 자체의 힘으로 지금까지 이룩해 온 모든 성과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자존’은 1980년대 현실사회주의 체제가 전환되거나 몰락할 때도 버텨낸 ‘주체사회주의의 수호’가 그것이다. 한편, ‘번영’은 미국의 체제전복과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이뤄내 이를 바탕으로 하는 ‘주체적 힘, 내적 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자력갱생)나가는’ 원칙으로의 자립적 경제발전노선 확립과 이 과정에서 더욱더 튼튼히 구축된 수령-당-인민대중의 혼연일체로서의 사회주의 대가정 국가로의 자부심이 묻어 있다.
--- p.306, 「제3장 본문」 중에서
다음과 같은 한 문장을 소환해 그 영감을 얻자. 다름 아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어떤 영감과 용기가 보이는가?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 ‘신에게로 날아’가듯 북 바로알기 또한 북의 다른 세계, 그것은 우리 민족이 한때 걸어갔던 ‘고구려의 길’을 가고 있는 북의 모습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야만 북의 진정한 모습이 보인다.
--- p324, 「저자 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