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에서 어느 한 종이 사라지면 서로 의지해 온 종들이 위기를 맞게 됩니다. 사회도 비슷해요. 다양한 의견이 존중될 때 사회는 건강해져요. 생태계에서 ‘다양성’은 사회에서 ‘개성’이 되고, 생태계에서 ‘순환’은 사회에서 ‘배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태사회는 ‘개성이 배려되는 사회’가 되겠지요. 나이와 성별, 종교와 정파, 학력, 피부색, 돈이 많든 적든, 키가 크든 작든, 어떤 직업을 가졌든,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하지 않는 사회가 생태사회입니다. 그리고 생태운동은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시민운동이죠.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어떤 생물종 내의 유전적 다양성, 그리고 시민사회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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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가로막지 않는 산은 다채로운 생물을 품고, 산을 넘지 않는 강은 상류와 하류, 좌우의 생태계, 지하수와 이어질 뿐 아니라 지역과 세월을 연결합니다. 인간은 생태계가 안정된 지구에 가장 늦게 나타나 자연의 일원이 되었건만, 거대과학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자연을 개발했습니다. 생물이 다양하게 유지되던 생태계, 그리고 자연과 어우러지던 지역문화가 붕괴하기 시작했죠. 에너지 과소비와 쏟아져 나오는 각종 폐기물로 물과 공기만 오염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까지 심각하게 오염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사막화에 이은 거대한 산불과 폭우는 생태계의 오랜 순환을 끊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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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에 우열은 없습니다. 자신의 환경에서 가장 진화된 존재로 이해해야 옳지요. 소와 개도, 반달가슴곰과 아메리카불곰도, 돼지와 사람도 지구에 나타난 소중한 생명입니다. 다채로운 동식물이 조화로운 생태계는 건강합니다. 지역 문화와 역사가 살아 있을 때 환경문제는 눈에 띄지 않았어요. 거대 기업과 독점적 중앙집중 체계에서 자급자족하던 공동체가 깨지면서 환경문제는 심각해졌지요. 과학기술과 손잡은 다국적기업이 생태계를 단순화하면서 위험 사회가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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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년 동안 자연이 만든 갯벌은 20세기 이후 급격히 메워졌습니다. 갯벌의 플랑크톤이 사라져 어패류가 죽자 넓적부리도요 새, 붉은발도요, 검독수리가 떠났어요. 육지에서 쏟아지는 영양염류를 분해해 정화하는 갯벌은 온실가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합니다. 갯벌 1그램에 10억 마리 이상 존재하는 식물성플랑크톤이 탄소동화작용을 하고, 수많은 조개가 두툼한 탄산칼슘 껍질을 만드니까요. 탄산칼슘은 이산화탄소가 주요 성분이에요. 그만큼 온 실가스를 줄인 셈이죠. 하지만 갯벌이 공항과 발전소, 공업단지와 신도시로 변한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온실가스를 펑펑 쏟아 낼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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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메우면 철새가 쉴 곳을 찾지 못해요. 밀고 나는 바닷물 가장자리를 따라다니며 부리의 생김새와 다리의 길이에 따라 먹 이를 구별하던 도요새와 물떼새 들은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턱없이 줄었어요. 매립하고 남은 비좁은 갯벌에 밀집해 앉는 철새들은 질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조류인플루 엔자가 흔해진 이유는 갯벌 매립과 무관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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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에서 소비하는 사료는 세계적으로 막대합니다. 사람이 먹는 곡식의 양보다 적지 않다고 하니까요. 미국에서는 송아지에게 생후 16개월 동안 옥수수 16킬로그램을 먹여 1킬로그램의 쇠고기를 얻는다는데, 가축 전문가는 쇠고기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20만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100칼로리에 해 당하는 옥수수를 수확해 사료로 가공하려면 1000칼로리 이상의 석유를 동원해야 한다고 하죠. 파종부터 재배, 운반에서 폐기까지, 석유 없는 가축 사육은 불가능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1킬로그램을 수입한다면 16킬로그램의 옥수수, 20만 리터의 물, 그리고 옥수수 열 배 열량의 석유를 더불어 수입하는 셈입니다. 미국은 언제까지 고기와 옥수수를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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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강조했듯 다양성을 잃은 농작물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능력이 없습니다. 여러 농작물을 사이사이에 심고 농약을 자제했다면 농토에 생물이 풍부했을 거예요. 곤충을 닭과 도마뱀이 먹어 치우는 회복탄력성이 살아 있었겠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과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해 농토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야 합니다. 생물다양성과 유전적 다양성을 보전하는 방법은 유기농업으로 돌아가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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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국가는 시민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하죠. 유럽의 많은 국가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석탄화력발전을 줄이려고 나서고 자동차 회사는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는 자동차를 연구하는 데 앞장섭니다. 느긋한 우리나라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이에요. 하지만 한 지역의 노력만으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없어요. 경제성장의 달콤함에 취한 세계 곳곳의 시민들을 설득해 모두 함께 행동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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