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너처럼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어. 저 사람들은 인생의 쓴맛이라고는 어릴 때 먹던 보약 말고는 없겠지? 나 빼고 다 돈 걱정 없이 사는 금수저 같아 보였거든. 근데 하나하나 가까이서 들여다보니까, 이 서울에서도 열에 아홉은 우리 같은 흙수저들이야. 돈 한 푼 물려받지 않고, 오히려 돈을 지속적으로 보태줘야 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더라니까. 네 상황을 너무 비하할 필요도 없고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어.
--- p.39
나의 시작이 누구와 같은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내가 운영하는 자산이 이미 10억 원을 넘어간다면? 바로 은행이나 증권사 전문가에게 맡기고 여기저기 자금을 분산 운영하는 게 낫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분산투자는 맞지 않다. 1천만 원을 가지고 펀드, 달러, 주식, 코인 이런 식으로 자산이 흩어지는 우를 범하지 말자. 정작 제대로 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자금조차 없어질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의 자산이 쌓이기 전까지는 집중투자가 답이다.
--- p.63
의식주 중 하나인 집 ‘주’가 없다면 어떨까? 집이 싫어 집을 나가 가출해도 다른 집에 들어가서 잠이라도 자야 하잖아. 집이 없다면 일주일 아니 3일도 버티기 힘들 거야. 그래서 누구나 자가든 전세든 월세든 이 세 범주 안에는 강제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 형성되는 거야. 누군가는 이렇게도 말해. 주식이랑 코인은 카드게임이고, 부동산은 화투놀이 같다고. 카드게임은 중도하차가 있지만, 화투는 게임이 지속되는 동안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처럼….
--- p.77
한국에 전세제도가 지금처럼 자리 잡게 된 배경 자체가 서로 윈윈 전략에서 나온 거야. 산업화 시기에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몰렸잖아. 집을 살 여유는 없고 월세는 매달 부담이겠지. 근데 이 전세라는 제도를 활용하면 맡겼던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 완전 땡큐인 거지. 다른 쪽에선 어떨까? 집은 미리 사두고 싶은데 지금 당장 가용할 자금이 없어. 근데 ‘전세땡큐’ 외치는 사람과 손을 잡으면 적은 돈으로도 집을 미리 사둘 수가 있는 거야. 서로의 니즈가 완벽하게 하이파이브한 거지.
--- p.88
부동산투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시세 파악은 기본이면서도 엄청 중요한 부분이야. 시세의 감이 없으면 부동산 사장님의 ‘이 가격은 진짜 싸게 나온 거예요. 지금 당장 계약하셔야 할걸요’ 하는 말에 그냥 넘어가는 거야. 그러고 나서 잔금 치를 때 ‘부동산에 호갱당했구나’ 하고 후회하게 되는 거지. 허름하고 낡아빠진 아파트가 왜 이렇게 비싸지? 삐까뻔쩍 잘 지어진 아파트가 왜 이렇게 저렴하지? 아파트를 알아보러 여기저기 지역을 둘러보다 보면 가격이 의아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을 거야.
--- p.100
모든 수도권시장이 오를 때도 오르지 못하는 시장이 있고, 전국이 오른다고 해도 나 홀로 다른 그래프를 그리는 곳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만큼 A라는 투자처가 힘들다면 B, C라는 다른 대안을 생각해낼 수도 있다는 게 된다. ‘하나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면 목구멍으로 커다란 고구마를 삼킨 듯 답답한데, 해답이 여러 개라고 생각하니 어느새 좁은 목구멍에 통 큰 여유가 생긴다. 이 같은 여유는 속에 있는 조급증을 덜어내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희망의 새싹은 어디선가 남모르게 자라나고 있었다.
--- p.136-137
신의 영역 다음으로 부동산의 정해진 미래를 예측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부동산의 지나온 길을 복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지나온 길을 일생에 한 번은 되짚어나갈 필요가 있다. “미래에 대한 최선의 예언자는 과거다”라는 조지 고든 바이런(George Gordon Byron)의 명언, “과거를 잃어버린 자는 그것을 또다시 반복하게 된다”라는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의 명언은 부동산에도 통한다. 과거의 길은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실증적인 흔적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흔적의 조각을 모으다 보면 우리가 앞으로 맞이하게 될 부동산의 미래를 자연스레 알아낼 수 있다.
--- p.151
단순히 우리가 말하는 부동산도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많은 종류의 상품이 존재한다.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빌라,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아파트형공장, 상가, 토지, 꼬마빌딩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택도 신축빌라, 재개발빌라, 신축아파트, 구축아파트, 재건축아파트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수많은 부동산 범주 안에서 어떤 상품은 주식이나 코인처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고, 또 다른 어떤 상품은 예적금처럼 로우리스크 로우리턴이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 p.172-173
내가 가진 땅이 ‘자그마치 1,000평에 10억 원’이라고 자랑해도 팔려야 돈이 된다. 실제 땅을 사면 대대손손 물려줘야만 할 수도 있다. 부동산은 주식처럼 내가 팔고 싶을 때 당장 내다 팔아서 현금으로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그렇기에 매수를 하기 전에 이 집을 내가 팔고자 할 때 잘 팔 수 있을지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 p.180
부동산 거래가격은 누가 결정하는 걸까? 정부에서 지정해줄까? 아니면 공인중개사가 중간에 멋대로 결정짓는 걸까? 알다시피 부동산가격은 팔고 싶은 매도자와 사고 싶은 매수자와의 협의에 의해 자유롭게 이뤄지는 시장이다. 누군가가 정해주는 정찰제 가격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상황에서 밀고 당기기에 따라 계약금 쏘기 5분 전에도 몇백만 원의 금액이 내 주머니로 왔다 나갔다 한다. 매도자는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고, 매수자는 덜 주고 싶은 게 당연한 이치다.
--- p.185
부동산시장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세 존재가 있다는 걸 아십니까? 먼저 부동산을 거래하는 당사자인 ‘개인’으로 지금 우리 같은 사람들입니다. 두 번째로 그 부동산을 제공해주는 ‘건설사’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 부동산시장을 조여주고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정부’가 있습니다. 이들 각각은 처한 입장과 상황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돈만 벌려는 악덕기업, 세금만 축내는 못된 정부, 이런 식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적어도 부동산 재테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 p.211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 시세나 최근 팔린 같은 단지 내 아파트가격을 보고 어느 정도는 가늠이 됩니다. 그래서 매도할 때 그냥 부동산 몇 군데 전화해보거나 최근 실거래가를 보면 내가 팔고자 하는 동이나 층에 따라 가격을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반면 상가 시세는 2가지를 봐야 합니다. 첫 번째는 상가의 월임차료이고, 두 번째는 은행이율입니다. 이 둘을 활용해 얻을 수 있는 상가의 수익률이 바로 상가 시세를 가늠하는 기준이 됩니다.
--- p.251
현재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새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들에 비해 입주할 수 있는 신축아파트의 수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신축아파트는 수도권 어디에 지어지기만 해도 소위 입지가 더 좋은 곳보다도 더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건 ‘새 아파트라서 비싸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시간이 흐르고 그 신축이 구축으로 변모하는 순간부터는 서울과의 접근성, 입지가 더 좋은 곳이 신축을 앞서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 p.266
진짜 돈이란 무엇인가? 소유하고 있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물가 상승에 따라 올라가는 것이다. 나는 이를 ‘돼지저금통 자산’이라고 부른다. 금, 부동산, 주식, 독서가 대표적이다. 비록 그 작은 구멍으로 투입되는 돈은 작을지라도 꾸준히 모으다 보면 어느새 저금통 자체가 커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단순히 잠시 동안 내 마음의 안식처가 될 뿐 아니라 실제 내 가정의 안식처가 되어줄 꿈의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회사를 다니며 받는 월급이라는 현금을 최대한 안전한 자산의 형태로 지니고 있어야 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p.290~291
우리는 잃지 않기 위해서 보고 싶은 매매가격이 아니라 봐야 하는 ○○가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게 바로 ‘전세가격’이다. 전세가격은 이 아파트가 현재 지니고 있는 사용가치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전세가격에는 매매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거품이 없다. 내가 전세로 들어가는 집의 임대인이 “여기 10년 뒤에 GTX 호재가 있어서 지금 전세가격을 5천만 원 올릴 거예요”라고 한다면? 그 집에 들어갈 텐가? ‘장난 치나’ 하고 침을 퉤 뱉을지도 모른다.
--- p.3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