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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상은 불안하다

: 일상을 깨뜨린 비극, 이름으로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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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27쪽 | 148*210*20mm
ISBN13 9791187685784
ISBN10 11876857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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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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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쁠 희, 자손 윤. 분명 한 집안을 꽉 채울 만큼 큰 기쁨을 가져다주는 아이였을 텐데, 그 기쁨은 채 피어 보지도 못하고 졌다. 아이가 일찍 세상을 뜬 건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짧은 생애를 메웠을 분위기에는 어른들의 할 몫이 있었다.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주지 않는 아버지, 오히려 어머니를 찍어 누르는 할머니, 할머니와 어머니의 갈등으로 치부해 두고 관계에서 물러나 있는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와 아버지가 그렇게 행동하게끔 짜여 있었던 사회 구조. 어른들이 기쁘지 못한 세상에서 자손이 기쁠 수는 없다.
--- p.35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있다. 2023년 1월, AP통신은 부르카로 얼굴과 몸을 가린 아프가니스탄 체육인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복싱 글러브를 착용하고 트로피를 끌어안은 사람, 당당하게 농구공을 들고 서 있는 사람, 축구공을 하나씩 들고 부르카 아래로 반바지와 운동화를 보이는 사람들, 그밖에도 무에타이, 주짓수, 우슈, 태권도, 크리켓, 스케이드보드까지 다양한 운동을 하는 여성들이 힘찬 모습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섰다. 부르카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들은 나
와, 우리와 마찬가지로 운동하고 땀 흘리며 웃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자기 몸을 긍정하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오늘을 살고자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가둔다고 쉽게 갇힐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
--- p.69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사람 하면 우리는 모두 넬슨 만델라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넬슨 만델라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들은 서로의 동료였다. 같은 조직에서 활동한 이력도 있다. 넬슨 만델라가 1964년에 종신형을 선고받고 마지막 변론 기회마저 연설로 빛낼
때 그 자리에서 그를 지지한 사람, 넬슨 만델라의 연설문을 함께 손 본 사람, 1990년에 마침내 만델라가 석방되었을 때 얼른 만나고 싶어 한 사람들 중 하나. 남아공에 사는 백인으로서 인종 차별을 반대한 사람, 네이딘 고디머가 그런 사람이었다. 정권과 마찰을 빚지 않았을 리 없다.
--- p.121

사회 구조 전체가 사람을 짓누르고 있을 때, 그 구조 안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자들이 그렇지 못한 자들에게 함부로 범죄를 저질러댈 때, 그 역방향으로 저지르는 범죄‘만’을 부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범죄는 범죄다. 그러나 상대 쪽의 범죄를 보지 않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온건한 방법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는 없었겠냐는 말은 풀란의 환경에서는 어불성설이다. 풀란에게는 온건한 의사 표현 방법이 하나도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 p.180

언젠가 오사카 시장이 망언을 했을 때 김복동은 오사카 시청까지 달려갔다. 시장 나오라고 엄포를 놓았다. 시장은 당연히 나타나지 않았고, 담당 공무원의 죄송하다는 공염불만 하염없이 들어야 했다. 대쪽 같고 진중한 목소리로 엄포를 놓다가, 기어코 돌아서면서 그는 덤덤하게 말한다. 그 시장이 오늘 나왔으면 나한테 호되게 당했을 건데 안 나와서 산 거라고. 그는 시장이 나오지 않을 거란 걸 처음부터 알았을 것이다. 상대의 반응과 무관하게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확히 전한 것이다. 담배를 후 불며 말하는 그 장면은 마치 느와르 영화 같았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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