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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을 따라서

작은 빛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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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36g | 128*188*15mm
ISBN13 9791191824308
ISBN10 119182430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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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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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나는 욕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친구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말로만 떠들 때, 나는 움직였다. 가끔 온몸이 너무 뜨거워져서 열정이 조금은 사라져도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그런 아이라는 것을 선생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p.24

늘 이 말만 듣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곳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걸 확인하느라 한 달에 한 번은 전화를 걸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갑니다’ 속으로 이렇게 비장하게 외치다, 어떤 날은 입 밖으로 뱉으며 수화기를 딸깍 내려놓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장난전화처럼 보이겠지만, 곧 합류할 세계의 안부를 묻는 중요한 일이었다. 오늘은 한발 더 나아갈 생각이다. 나는 닭이 되고 싶지 않다.
--- p.51

손님이 찾아오지 않아도 문을 여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새벽 여섯시 차가운 셔터 끝을 잡아 힘차게 올리는 아빠의 뒷모습이 그려졌다. 여는 시간 여섯시, 닫는 시간 열두시는 법으로 정한 건 아니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시간이었고, 우리 슈퍼만의 신성한 약속이었다.
--- p.170

망설이던 나는 내 마음속 폐허 오은동을 불러냈다. ‘어디에서도 연기를 할 수 있겠죠’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쌤마트의 마당이 어느새 널따란 야외무대 같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말이다.
--- p.215

선우정 언니의 말을 그때는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 쪽수가 많아져 시위를 통해 얻고자 한 바를 얻어낸 것도 아니었다. 결과는 그대로였다. 사람 수 몇 명 늘어난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었던 거였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의 일기를 보고 알게 되었다. 여름방학 시위 시간에 나는 붕어처럼 입을 벙긋거리며 어설프게 서 있기만 했다. 그럼에도 최소한 유상렬 선생님이 덜 외로웠겠구나 싶었다. 누군가를 최소한 외롭지 않게 해주는 것. 그를 덜 이상하게 보일 수 있게 하는 것. 쪽수의 힘이었다.
--- p.219

아주머니가 정답을 알아차릴까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이내 엄마의 느긋한 표정에 안심되었다. 엄마의 느긋한 표정은 언제나 우리를 안심하게 했다. 아무리 큰일이 일어나도 엄마가 느긋하면 우리도 느긋해졌다. 문득 지금껏 벌어진 일의 중심에서 엄마는 줄곧 느긋한 편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가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면 우리는 한껏 불안했을 것이다.
--- p.235~236

엄마와 아빠는 슈퍼가 심란한 일을 겪을 때마다 청소를 하고 뭔가를 궁리했다. 지금도 그렇다. 다시 이기기 위해 전략을 짜고, 때론 종목을 바꾸며 변신했다. 외부의 파도에 쉽게 흔들렸지만 마냥 휩쓸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 p.243

‘알어야 면장이라도 혀’ 할머니가 습관처럼 뱉던 이 말을 떠올렸다. 알아야 면장이 담장을 면하는 거였구나. 알면 눈앞의 벽이 없어지는 것. 나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르르 무너져버린 것은 무엇일까. 할머니가 담을 넘으려는 순간, 눈앞의 벽이 허물어지는 상상을 했다. 고운 가루로, 빛으로 부서져 흩날리는 것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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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불 밝힌 필성슈퍼. 그리고 그 안과 밖을 '작은 빛을 따라서' 한 발짝씩 걸어나가는 인물들의 발걸음에 그 누구라도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시에 그 발걸음으로부터 그 누구라도 응원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환하고 가까운 곳에 올려두고 싶은 소설.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은 소설. 사실 그 어떤 말로도 『작은 빛을 따라서』를 읽으며 느꼈던 독서의 기쁨을 다 표현하기는 어렵다. 지금 당장 이 소설을 펼쳐 읽는 것만큼 이 멋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에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 장류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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