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과를 좋아한다.’ 이 문장에는 논리가 있나요?”
“없~ 는 거 같아요.”
“그럼 다시 말해 볼게요. ‘나는 사과를 좋아한다. 그리고 수박도 좋아한다.’ 이 문장에는 논리가 있나요?”
“거기에도 논리가 없지 않나요?”
“맞습니다. 논리가 없습니다. 그럼 ‘나는 사과를 좋아한다.’ 이 문장에 논리를 만들어주세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 논리가 뭐죠? 중에서
말이 말을 잡아먹고, 말 때문에 아픈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말의 논리와 품격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아무렇게나 말하지 말고 논리적으로 말해 봐.”
“격식을 갖추어 매너 있게 표현해.”
말할 수 있어야 살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아무 말’이면 곤란합니다. 아무 말이 아니라 타당한 말, 아무 말이 아니라 상냥한 말이면 좋겠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매너 있는 말, 격식을 갖춘 말을 하도록 가르치고 싶습니다. 논리적으로 타당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말, 배우면 충분히 익힐 수 있습니다.
--- p.34
서술형은 대상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을 설명하는 글’이에요. 설명은 그냥 알고 있는 지식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 됩니다. 내 생각이란 게 없어요. 내 생각, 그런 것을 쓰면 안 됩니다. 만유인력을 누가 발견했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 이미 공유된 사실 혹은 지식을 적어주면 됩니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하면서 주장한 4가지 이유를 적는 것, 그런 문항이 서술형입니다.
그에 비해 논술형은 대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논증하는 글’입니다. 논증은 주장과 근거로 구성됩니다.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해 줄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지요. 이때 주장은 정해진 것이 없어요. 찬성을 해도 되고 반대를 해도 되고, 제3의 안을 제시해도 됩니다.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라면 정말 다양한 답이 나오겠지요? 이때도 어떤 입장을 취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장-근거가 논리적으로 타당한가가 중요합니다.
--- p.51~52
논술형 평가는 전문성, 논증력, 글쓰기를 평가합니다. 전문성은 해당 교과의 핵심 학습 요소를 제대로 이해하였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사회과와 과학과 같은 경우 교과 학습에 꼭 필요한 개념, 원리, 이론, 규칙 등을 제대로 사용하였는지, 또한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인지, 설명, 분석, 해석, 추론하였는지를 평가할 수 있겠지요. 논술형 문항에서 요구하는 교과적 지식의 적합성을 보는 것입니다. 논증력은 주장에 대한 논리력 여부를 보는 것입니다. 논리력을 위해서는 주장-근거의 구조가 있어야만 합니다. 즉, 명시적인 주장이 있고 그를 뒷받침하는 타당하고 풍부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논증은 내 주장에 그치지 않고 다른 주장, 혹은 반대 주장에 대한 검토와 검증도 필요합니다.
글쓰기는 글의 일관성과 작문 관습을 지켰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교과의 핵심 학습 요소를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인 구조로 드러낼 때 글이 일관성과 응집성을 가지고 있는지, 문맥의 호응이나 표현의 규칙을 지키고 있는지를 살핍니다.
--- p.75~76
이제 여러분이 가장 중요하게 이해해야 하는 내용이 시작되었어요. 세상 논리의 가장 기본적인 기초를 닦을 거예요. 가장 기초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도 할 수 있지요. 궁금하죠? 오레오(OREO)입니다. 하버드 대학이 글쓰기를 아주 강조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거기서 가르치는 대표적인 논증법이 오레오(OREO)인데요. Opinion-Reason-Evidence-Opinion의 약자입니다. 와, 하버드에서 가르친다고? 그거 너무 어려운 거 아닌가? 아닙니다.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는 배우지 않았어도 이미 이런 방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 p.102
어울토론은 ‘어울려’ 토론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서로의 의견 차이를 존중하며, 혼자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와가며 하는 토론입니다. 토론 인원은 팀별 2명에서 7명까지 가능하며, 필요하면 관중석에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시간도 학교급에 따라 조금씩 달리할 수 있습니다.
--- p.149
“글쓰기는 배워놓으면 평생 보탬이 됩니다. 어느 직종에 가든, 어떤 곳에서 살든 정말 필요한 생존 능력입니다. 그럼 가르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개인적인 사유와 고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집에서 혼자 해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글쓰기가 쉽게 익히기 어려우니 이런 제안을 하는군요.”
“네, 글쓰기든 뭐든 학교에서 정말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과제를 통해 익혀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얼핏 보면 과제가 많아서 학생들이 불평하는 것 같지만, 의미 있는 성장을 경험하지 못하는 학교 수업을 불평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힘들어도 무언가 배우고 스스로 잘 해냈다고 느끼면 과제에 대한 불만도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 p.175
문항을 만든 뒤 교사가 꼭 예시 답안을 써 보아야 합니다. 머릿속으로 대략 생각하는 것과는 정말 다릅니다. 예시 답안을 써 보면 ‘주어진 시간 안에 답할 수 있는가? 찬반 혹은 논쟁이 가능한 문항인가? 제시문의 내용이 문항에 적절한가? 분량이 적절한가? 학생들이 어디에서 머뭇거리고 막힐까? 너무 쉽지 않나?’ 등등의 검토가 한꺼번에 모두 가능합니다. 답안을 작성해 보고 문제를 한 번 더 다듬어줍니다. 논술형 평가 문항 제작에서 교사의 예시 답안 작성은 절대 생략해서는 안 됩니다.
--- p.181
건의문 쓰기는 내가 이기고 네가 지는 싸움이 아닙니다. 함께 고민해서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드는 윈윈 게임입니다. 건의문은 공적 대화입니다. 예의와 격식을 차려 상대를 배려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대화의 시간입니다. 글을 쓸 때 학생들의 태도를 강조합니다.
--- p.204
질문하고 스스로 탐구하다 보면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진짜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그것을 찾는 희열을 경험한 학생은 사고의 패턴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중고등학교에서의 과학 칼럼 쓰기는 과학에 대한 자세를 바꿀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과학과 세상을 보게 합니다.
--- p.226
보고서 작성하기는 여러 교과에서 이미 하고 있습니다. 교과 내용 중 자신이 궁금한 것을 탐구 조사하여 한 편의 글로 완성합니다. 질문도 내가 던지고, 자료도 내가 ‘선별’해서 고르고, 글도 내 언어로 씁니다. 그렇다면 보고서 쓰기도 논술형 평가일까요? 엄밀히 말하면 보고서는 논술형 평가라 할 수 없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논증의 과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자료를 조사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보고하는 글입니다. 여기에 주관적 관점과 입장이 약간 들어갈 수는 있지만, 논증적 글쓰기는 아닙니다.
--- p.239
탐구보고서 쓰기는 서술형 질문과 논술형 질문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탐구보고서는 남의 힘을 빌려 쓰기도 하고, 자신의 힘으로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논설문 쓰기보다 학생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탐구보고서 쓰기는 교과 학습 요소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교과에서 할 수 있습니다. 국어뿐만 아니라 사회, 과학, 예체능, 기술, 가정 교과 모두 가능합니다. 선생님들은 제 경험을 토대로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p.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