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혼자 식사하게 되면 무슨 패배자라도 된 듯 느낀다. 혹은, 세상에 밥 한끼 함께할 친구조차 없는 불쌍한 인간으로 취급되지나 않을까 염려한다. 하지만 사실 타인들은 그런 것을 거의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가끔씩은 혼자 식사를 해봐야 한다. 일행의 방해 없이 좋은 음식을 즐기는 사치를 허용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내 인생 최고의 식사 중 몇 번이 혼자였을 때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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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동안 젊은 영국인 커플이 내 옆자리에 앉아 간단한 메뉴를 샅샅이 연구하고 있었다. 나는 뭘 골라야 할지 일러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 그들은 웨이터에게 랍스터 롤이 뭐냐고 물었지만, 웨이터의 대답에도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는 것 같았다. 하마터면 나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걸 주문하라고!!!
다행히 남자가 그걸 골랐다.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자리를 떠나며 나는 그들에게 마시지 않고 남겨둔 내 나머지 맥주를 줘 버렸다. 바깥으로 나와, 발끝까지 가벼워지고 젊어진 기분을 느끼면서 나는 다음 번 혼자만의 외식 장소를 결정했다. 바로 메리스 피시 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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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구가 그리 크지 않으면서도 그는 거인처럼 먹어댄다. 언제나 허기진 사람 같고, 한 끼 식사에 몇 시간씩 투자하곤 한다. 혹시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사이에 잠깐 휴식을 취하는 정도이거나, 아예 식사 하나가 끝나면 일어나 곧바로 그 다음 식사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먹는 것에 대해 이처럼 열정적인 사람이지만, 함께 식사하기 편한 사람은 결코 아니다. 위트 넘치고 재미있으면서도, 그놈의 독설로 상대방의 성미를 돋우며 진을 빼놓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는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것 같았다. 베르사유에서 태어나 몇 시간 동안 식사를 하며, 매 끼를 굴로 시작해서 굴로 끝내고, 완두콩 줄기에 대해 궁정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는 그런 팔자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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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부엌의 고독을 사랑한다. 칼로 싱싱한 양파를 다질 때 작게 들리는 '탁탁' 하는 소리를 듣거나, 버터와 설탕을 휘저어 거품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부엌에서 생각에 잠기는 것도 좋아한다. 여행 계획을 짜고, 하루를 돌이켜보고, 엄마와의 논쟁에서 내가 이기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마늘을 다지고, 토마토를 주사위처럼 썰고, 닭 뼈에서 섬세하게 살을 발라내는 일도 좋아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