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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죽음을 노래 하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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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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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712g | 138*207*31mm
ISBN13 9791189346447
ISBN10 1189346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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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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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 음악이 늘 함께하는 것처럼,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죽음’ 곁에도 음악은 항상 존재한다.
--- p.9

변심한 애인을 죽인다는 설정은 “남성 주인공 자신은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그리고 만족스러운 서사 종결을 위해, 정해진 여성 타자와 만나고 결국은 타자를?길들이든 혹은 제거해 버리든?예속시킨다”는 전통적 서사 도식에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카르멘의 죽음은 그녀가 남성 중심의 이분법적 사회의 ‘피해자’가 됨을 의미하며, 오페라에서의 ‘여성 죽이기’의 일환으로 설명되곤 했다. 그렇지만 긴 머리를 날리며 정열적인 모습으로 「하바네라」와 「세기디야」를 노래하고, 하물며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자유를 부르짖는 노래를 부르는 카르멘은 단지 죽임을 당하는 수동적 여성과는 다르게 보인다. [...] 카르멘의 죽음은 단순히 카르멘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호세의 몰락을 의미하며, 죽음 앞에서 당당한 카르멘의 자유를 향한 갈망은 그녀의 강한 주체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 p.17~18

셰익스피어에게 불멸은 단순한 죽음의 극복이 아니라, 생명력의 정수, 미의 정화를 시간의 마수 속에서 빼내어 영원히 보관한다는 의미였다. 음악도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닐까?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말러도 죽었지만 그 아름다움은 지금까지도 지속된다. 음악은 유한한 인간에게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무한히 간직하게 만든다. 단언컨대, 음악은 죽음을 넘어서는 불멸의 존재이다.
--- p.28

살리에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창작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관점이라는 이름으로, 소설, 연극, 오페라, 영화를 통해 살리에리의 독살설은 마치 사실인 양 대중에게 전달되고 말았다. 살리에리와 모차르트가 서로 경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는 달리 모차르트가 살리에리를 더 많이 시기하고 질투했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와 경쟁관계이긴 했지만, 모차르트를 독살할 정도의 적의는 없었다.
--- p.39

스무 살의 베토벤에게 이런 대작을 맡긴다는 결정은 다소 의외였는데, 아마도 당시 베토벤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발트슈타인 백작의 입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몽군주’이자 ‘이성의 황제’로 통하는 요제프 2세는 베토벤이 특히 존경했던 인물이었으니 요제프 2세를 추모하는 칸타타를 쓰는 것은 베토벤으로서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베토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작곡을 진행했다. 합창과 아리아, 레치타티보가 포함된 총 7곡 구성의 〈요제프 2세 장송 칸타타〉는 요제프 2세 서거 한 달 뒤인 1790년 3월 중에 완성되었다. 그러나 이 칸타타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고 앞서 나간 음악이었기에 사람들의 이해를 받지 못하고 연주를 거부당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이 작품의 존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1884년 한 경매에서 베토벤의 〈요제프 2세 장송 칸타타〉의 악보 사본이 소개되면서 비로소 이 작품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 p.52

베토벤이 스무 살 때 쓴 이 박애주의 멜로디는 부드러운 선율의 곡선미 덕분에 자비로운 느낌을 전해 준다. 이 선율이야말로 무지한 세상에 빛을 밝힌 ‘계몽군주’ 요제프 2세의 자애로운 성품을 매우 잘 표현해 주며, 그 고귀한 선율은 영웅으로서의 요제프 2세의 사상과 정신을 추모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베토벤은 이 박애주의 멜로디에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었던 것 같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베토벤은 그의 오페라 〈피델리오〉 말미에 〈요제프 2세 장송 칸타타〉의 박애주의 멜로디를 그대로 인용했다. 주인공 레오노레가 감격하며 “오, 신이시여,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O Gott, welch’ ein Augenblick!”라고 노래하는 순간은 억울하게 갇혀 있던 남편 플로레스탄이 구원되는 바로 그 순간이다. [...] 후에 베토벤은 박애주의적인 성격의 멜로디 양식을 이용해 〈합창〉 교향곡 4악장 「환희의 송가」의 주제를 작곡하게 된다. 물론 「환희의 송가」와 〈요제프 2세 장송 칸타타〉에서 온 〈피델리오〉의 선율은, 베토벤의 ‘절대적 멜로디’라는 성격을 공유하고 있으며 베토벤이 ‘인류애’를 드러내고자 할 때 즐겨 사용했던 선율 유형이다.
--- p.58~59, 62

짧은 생애를 살았던 작곡가의 ‘말년의 음악late music’을 이 야기하는 것은 어쩐지 이질적이다. ‘말년의 음악’이 예술적으로 무르익을 대로 익어서 성숙의 경지를 넘어서는 경지에 다다른 예술가의 작품, 그리고 그 속에 배어든 삶의 자취를 찾기 위한 단어라면, 그것은 결코 슈베르트에게 해당하는 단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문학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1935~2003가 제안한 대로, 어떤한 예술가가 말년에 이르러 그가 속한 사회적·문화적 관습과 규범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새로운 이디엄을 획득”했을 때, 그의 예술적 문제의식과 태도를 나타내는 용어로 ‘말년의 양식’을 생각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슈베르트는 삶을 꽃피울 나이였던 20대 후반 무렵, 아이러니하게도 사이드적인 관점의 ‘말년의 양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가 새로운 미적 시도를 하도록 이끌었는지 규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20대 후반의 슈베르트를 ‘말년’이라고 규정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은 작곡가 스스로 인지했던 ‘죽음’이었다.
--- p.74~75

그렇게 슈베르트의 말년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과 새로운 예술적 도전이 기묘하게 얽힌 상태로 시작되었다. 죽음 앞에 선 예술가는 베토벤이라는 거장의 음악에 맞서 지금껏 쌓아 온 것들을 새로운 방향에서 해석하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그것은 이제껏 머물러 있던 ‘노래’와 ‘가정음악’이라는 소박한 사적 영역을 벗어나서 공적인 영역으로 나아가고픈 열망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그의 1824년은 삶에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 p.81

사실 슈만의 죽음이 미스터리일 이유는 별로 없다. 그가 남긴 기록은 적은 편이 아니다. 슈만은 작곡가인 동시에 문인이었으며 평론가였지 않은가. 하지만 유독 슈만의 죽음에 대한 해석은 20세기 들어서야 활발해졌다. 그가 마지막 2년을 보낸 정신병원의 의료 기록이 나온 때가 1991년이다. 마지막 작품인 〈유령 변주곡〉의 신세는 슈만의 말년에 대한 인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증명한다. 이 작품은 1939년에야 출판됐고,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Jorg Demus, 1928~2019가 1973년에 낸 음반이 공식적인 첫 녹음이며 원전 악보가 나온 때는 1995년이다. 21세기 들어 이 작품의 연주와 녹음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슈만의 죽음을 둘러싼 이슈가 지극히 현대적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 p.89

알려진 대로, 클라라는 2년 동안 엔데니히에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단편적으로 보면 이상한 일이다. 클라라는 결혼식 날 “그가 없으면 기절해 버릴 것 같다”고 쓸 만큼 슈만을 사랑했고 그의 병에 대해 깊은 근심과 혼란을 느꼈다. 클라라는 다만 타의에 의해 엔데니히로부터 가로막혔다. 의사의 권고, 슈만의 상태, 그리고 부정확한 정보들로 인해 방문할 수 없었다. 또한 클라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돌볼 아이들도 있었다. 공교롭고도 역설적이지 않은가. 그 촉망받던 영재 피아니스트가 가족에게 닥친 최악의 위기를 해결해야 했을 때에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 p.105

삶이 죽음보다 더 많은 것을 앗아 간다. - 요하네스 브람스
--- p.112

이처럼 죽음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브람스의 음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키워드는 다름 아닌 ‘위로’이며, 이는 〈독일 레퀴엠〉op.45의 가사로 인용한 성경 구절에서 무엇보다 잘 드러난다. 1악장의 가사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오”(마태복음 5:4)와 5악장의 가사 “어미가 자식을 위로함같이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이사야서 66:13)는 브람스의 작품이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레퀴엠requiem의 어원이 ‘휴식requies’을 의미하는 라틴어라는 데서 알 수 있듯 전통적인 레퀴엠은 죽은 자의 안식과 명복을 비는 종교적 의미를 띠지만, 브람스는 작품을 통해 무엇보다 산 자, 즉 애통하는 남겨진 자의 고통과 슬픔이 위로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음악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삶을 이어 나가는 긍정의 힘이며, 절망의 정서나 ‘염세’는 찾아보기 힘들다.
--- p.115

말러는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왜 사는가? 왜 고통 받는가?” 말러에게 ‘죽음’이란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말러가 죽음에 대해 쓴 이 교향곡은 죽음에 대한 음악을 넘어 삶에 대한 질문이자 그 해답이기도 하다. 말러는 교향곡 2번 5악장에서 해답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2·3·4악장의 긴 여정을 거친다.
--- p.129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파우스트가 내뱉은 이 말은 매우 중요하다. 애초에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파우스트가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는 순간 파우스트의 영혼은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빼앗기게 되어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다. 파우스트의 영혼은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붙잡히지 않고 오히려 천사들에게 맡겨져 구원의 길로 향한다. 파우스트가 약속한 그 말을 내뱉은 그 순간은 메피스토펠레스가 바랐던 향락의 순간이 아니라 파우스트의 선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 p.140

첼로 협주곡에서 윤이상은 독주 악기인 첼로를 ‘한 인간’에, 오케스트라를 ‘사회’에 비유하여 인간과 사회와의 대립관계를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겪은 정치적 압박과 삶의 굴곡을 강하게 표출한다. 첼로 파트는 그의 생각, 그의 경험, 그리고 그의 느낌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작품 전체를 통해 작곡가 자신이 탄생부터 겪어야 했던 운명, 운명을 극복하고 나아가지만 죽음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 그 상황에서 떠오르는 작곡가의 상념, 이에 대한 반항, 그러나 결국 도달하지 못하는 작곡가의 이상이 애절하게 표현된다. 이에 대해 윤이상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첼로 협주곡에서 독주 첼로는 다른 오케스트라의 악기들과 도무지 어울리지 못합니다. 혼자 고행을 할 뿐이지요.”
자신의 옥중 경험을 표현한 2부의 긴 첼로 독주에 이어 3부에서는 첼로가 다른 악기들과 함께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스스로 꿈꾸던 이상향에는 결국 도달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윤이상은 첼로 협주곡에서도 죽음에 대한 순응을 보여 주고 있다.
--- p.168

쇼팽의 「장송행진곡」은 곡이 주는 직관적인 비장함과 죽음의 무게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장례 음악의 대명사처럼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살펴보았듯, 비장함보다는 오히려 유희적인 측면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역설을 발견하게 된다. 애도를 끊고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돌아오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현실에서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의미의 퇴색 때문에 「장송행진곡」은 계속 온전한 「장송행진곡」으로 남아 있기 어렵다. [...]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죽음의 전형’이라고 불린 이 곡이 결국에는 유머와 닿아 있음을 발견할 때, 우리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이 죽음이 또 다른 웃음과 희망으로 향하는 출구라고 여길 수도 있지 않을까?
--- p.184~185

바그너가 천국의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 인간의 능력 밖이라 말했던, 그리고 리스트가 결국 포기했던, 그 천국을 나타내는 음악은 과연 무엇일까? 『신곡』에서 천국은 빛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며, 구원받은 영혼만이 머무는 곳이다. 천국의 빛에서 순례자 단테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심을 느끼는데, 역설적으로 눈뜨기 어려울 만큼 밝은 곳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아마도 천국의 빛은 단순히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규정해 둔 삶의 구속, 속박 그리고 집착에서 벗어난 인간 영혼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 p.246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세기말 빈Wien, ‘죽음’은 유난히 자신의 얼굴을 가지기 원했다. 회화와 문학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죽음의 모티브가 자주 등장했고, 예술가는 작품 속에 자신의 방식으로 죽음의 얼굴이 어떠한지, 그 실체가 어떠한지를 담아냈다. 20세기 초 빈의 퇴폐주의, 전쟁, 질병 등의 사회적 요인은 병적이고 히스테릭한 정신상태에 영향을 미쳤고,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 주었다. 적극적으로 두려움을 대면하기보다는 도피처를 찾는 삶이 지배했다. 그래서 이 시기 빈 시민은 카바레 혹은 커피하우스의 공간에서 세기말 분위기에 흠뻑 취해 있었고, 음악도 이러한 향락적이고 음울한 울림을 풍겼다.
--- p.250

보체크와 마리의 죽음은 불평등 경제구조와 젠더질서에 내재된 사회적 폭력의 결과이다. 이러한 사회질서를 구축하고 유지시키는 이상주의적 도덕관과 규율이 신의 정의로 정당화되지만, 실제로 그것은 인간의 자연성에 위배되는, 이기적인 인간이 만들어 놓은 허상이며, 인간성의 훼손 및 사회적 갈등과 폭력을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것이다.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에 혼자 남겨진 마리의 아이는 이러한 부조리한 세계에서 고립된 인간 실존의 문제를 암시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뷔히너의 예술적 방안은 인간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바탕으로 하는 사실주의이다. 사랑과 동정에 근거한 그의 미학은 관습적으로 인지된 아름다움과 추함의 분리를 지양한다. 보체크와 마리의 죽음도 이러한 동정의 미학에서 이해받고, 청중의 감정에 울림을 줄 때 현실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 p.270~271

라이히는 왜 하필 1940년의 자신의 기억을 그 참담한 사건과 나란히 놓기로 결정한 것일까? 홀로코스트에 대한 탁월한 연구로 주목을 받은 사회학자 아렌트와 바우만은 이 비극을 단순히 악랄한 개인이 만들어 낸 이례적인 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홀로코스트를 현대 문명 속 ‘사회화 과정의 결과’로 분석했다. 병리적 현상이나 인류의 실패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화의 복판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당연한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다.
--- p.282~283

죽음은 개인적인 차원의 사건인 동시에 공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아주 오래전 기원전 1세기에 세이킬로스는 “결코 슬퍼하지 마라, 인생은 찰나 같다”며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를 묘비에 새겼고, 20세기 미국 작곡가 록버그는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에서 느낀 슬픔을 음악에 담으려 안간힘을 쏟으며 「시간과 죽음에 대항하여」라는 곡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이러한 개인적인 죽음의 경험과 함께, 음악에서는 사회적 사건으로서의 죽음 또한 중요한 화두가 된다. 쇤베르크의 「바르샤바의 생존자」, 라이히의 「WTC 9/11」, 정태봉의 〈진혼〉 등의 작품에서 우리는 사회적 차원의 죽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 p.309

존경하는 작곡가를 추모하면서 인용을 통해 존경을 표하는 방식은 물론 음악사에서 종종 나타나는 방식이다. 베리오Luciano Berio, 1925~2003가 말러를 오마주하면서 말러 교향곡을 인용하고, 카겔과 슈톡하우젠이 베토벤을 오마주하면서 베토벤을 인용하기도 했지만, 〈야테콕〉처럼 집약적으로 방대한 추모가 나타난 작품은 드물다. 100여 곡이 넘는 짧은 단편을 통해 세상을 떠난 작곡가들을 쿠르탁 특유의 음언어로 다시 소환하는 이 피아노곡은 그래서 특별하다. 동시에 보르네미사 가곡의 모티브 「우리는 꽃」에 담긴 허무주의적 사고관, 즉 삶의 유한성과 무의미성에 대한 생각이 곡 전체를 관통하고 있음도 주지할 만하다.
--- p.316

그리제는 10대 때부터 기독교 신앙심이 매우 깊었고 이러한 마음을 일기장에 명확하게 기록했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스스로 성경을 읽었고, 음악을 하게 된 이유도 예술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함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그리제가 인류의 죽음을 마지막 악장에 포진시키면서 인용한 텍스트는 성경의 첫 권인 창세기의 노아 홍수 사건이지만, 음악을 풀어 나간 방법은 사실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의 대재앙이다. 어찌 보면 작곡가는 한 악장 속에 인류의 역사를 전부 담으면서 결국에는 모두가 죽음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허탈함을 표출하고 있으며, 죽음 앞에 선 인간의 극심한 두려움이 가장 크기에 이 내용을 마지막 악장에 장식하고 있다.
--- p.345~346

10년 후인 1993년 2월 26일, 나는 로어웨스트사이드에 대해 연구하느라 뉴욕 시에 머물고 있었다. 쉬는 날 정오 무렵 나는 친구와 함께 브로드웨이 쇼의 표를 사기 위해 세계무역센터에 갔다. 지하 1층에 있는데 폭발이 느껴졌다. 그 순간, 이 사건에 대한 내 기억은 산산조각 났다.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친구가 내 재킷 깃을 움켜쥐고 나를 비틀어 일으켜 세운 것은 어렴풋이 기억한다. 우리 둘이 어둠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한 여성의 몸이 판유리를 뚫고 돌진하는 이미지가 기억난다. 어떻게든 우리는 지상에 도착해서 불빛을 따라 밖으로 나가는 문까지 갔다. 우리 앞에 초등학생이 많이 있었고, 우리 뒤에 있던 사람들이 인파와 안전한 도로 사이에 있는 회전문까지 가려고 우리를 뒤에서 밀었던 일도 떠오른다. 우리 뒤에 있던 사람들의 완력에 우리와 아이들이 짓눌렸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그 압력에 저항했고, 결국 우리는 그 문을 통과했다. 몇 주, 몇 달 동안 나는 가벼운 외상 후 스트레스로 고통 받았지만, 그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TV 방송 보도에 집착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뉴스보도를 끝없이 봤고, 나중에는 죽은 사람들을 위한 수많은 자선 음악회와 헌사도 보았다. 그러면서 〈현을 위한 아다지오〉를 반복적으로 들었다. 사실 이 작품은 실황 연주가 아주 흔했고, 9·11 테러 이후 TV에서는 이 작품을 그 사건에 대한 ‘비공식적 노래’라고 불렀다.
--- p.355~356

나는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왜 슬픔에 빠진 우리를 사로잡는지 두 가지 이유를 더 제시하고 싶다. 그 이유는 바로 반복과 무시간성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프로이트를 다시 불러오려 한다. 프로이트는 시간을 연속적이거나(건강하거나) 끝없는(중단된) 특성을 갖는 것으로 보았다. 연속적인 시간은 현재에서 과거를 명확하게 묘사하는 반면, 끝없는 시간은 계속되는 일상생활에 끊임없이 악영향을 미치는 과거를 항상 현재로 경험하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 개인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그들은 무미건조하거나 막히거나 움직이는 시간 감각을 경험하거나, 앞서 언급했듯이 사건을 이해하거나 숙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트라우마를 반복하는 강박적 반복에 끌릴 수 있다. 〈현을 위한 아다지오〉의 시간 감각은 심적 외상을 입은 채 치유되지 않은 사람이 경험하는 것과 흡사하다.
--- p.361

그것들[음악과 예술]은 죽음의 필연성을 강조하고,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화해한다. 그러나 음악과 예술은 이 필연성안에서도 자유에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인간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이것은 예정된 투쟁이 아니라 희망을 품은 투쟁을 의미한다.
--- p.393

“[또한] 예술은 죽음의 현실을 넘어서는 여러 가지 피하고 싶은 결과를 안전하게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63 예술에서 죽음에 대한 주제는 인류 역사 전반에 널리 퍼져 있으며, 연구자들은 그 이유가 “비극적 예술이 문화적으로 허용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지만 죽음이라는 개념과 안전하게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술은 죽음의 의미를 변형시키는 역할을 하며 독특한 심리적 이점을 제공한다. 이는 디사나야크의 아이디어와도 맞닿는 결론이다. 나아가 세계관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여 비현실을 현실로 만드는 예술의 힘은 그 세계관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킨다. 음악과 예술은 우리가 사는 동안 죽음에 형태를 부여해 삶과 죽음을 중재한다. 죽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예술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 p.395~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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