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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부인

리뷰 총점9.3 리뷰 11건 | 판매지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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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608g | 140*210*29mm
ISBN13 979116983700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실직 상태로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지요. 특히 독립한 뒤에 성공적으로 자립하였으면 더욱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아주 잠깐 만이에요. 오히려 조금 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도 좋겠네요. 올해 휴가를 얼마나 썼지요?”
“하나도 안 썼습니다.”
내 대답에 교장 선생님의 기분이 언짢아진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계속해서 휴가를 쓰지 않는 유모들에게 엄하게 훈계하고 있어요. 휴가가 많은데는 다 이유가 있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피곤에 지친 유모는 실패한 유모예요.”
“휴가를 쓸 수 없어요. 다른 집을 꼭 찾아주세요. 부탁이에요, 교장 선생님. 저는 매달 월급의 반을 집으로 보내고 있어요. 다음 달에 당장 월급을 못 받으면 안 돼요.”
--- p.33

플랫폼을 위아래로 훑어보았지만 아무리 보아도 나 혼자였다. 철길을 건너 역으로 들어가는 입구 을 바라보니 랜턴이 좀 더 많이 있고 짐꾼들의 사무실도 있었다. 짐을 들고 입구 으로 향하려는 찰나 서둘러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선로 밑 열차 아래에서 누군가 올라오고 있었다. 어떤 남자가 보였다. 모자가 먼저 보이고, 다음에는 짙은 콧수염을 기른 생기있는 얼굴이 보이고, 다음에는 맵시 좋은 검은색 코트와 가늘고 우아한 체인이 달린 초록색 조끼가 보였다. 남자는 손전등을 쥔 커다란 손을 하늘 높이 들고 있어서 마치 유쾌한 여관 주인과 같은 인상을 주었다. 남자는 키가 크고 건장했는데, 나를 보자마자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 p.44

사실 아이들 교육이 내 의무는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단어 퍼즐의 조각들로 맞춤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울이 아침 시간 거의 내내 놀이방에 없고 찰리가 자는 동안, 아침 식사를 하는 식탁에서 여분의 연습장으로 교실을 만든다. 특별히 공부하는 일을 비밀로 하라고 한 적은 없지만 데카는 자신의 부모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밀리는 미처 자랑할 새가 없는 것 같다. 잉글랜드 씨가 응접실에서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즐겁게 놀아주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걸 교장 선생님이 안다면 언짢아할 게 분명하다. 유모로서 우리의 역할이 분명히 정해져 있으니까 말이다. 유모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직업이지 수학을 가르치는 직업이 아니다.
--- p.98

천천히 잉글랜드 부인은 얼굴에서 손을 뗐다. 얼굴은 붉게 울긋불긋했으며 뺨은 젖어 있었고 입은 살짝 아래로 쳐져 있었다. 그 모습이 데카와 같이 너무 순진해 보여 본능적으로 부인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서둘러 부인에게로 가서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부인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간신히 몸을 가누고 있었고 눈물이 다시 들어가게라도 하려는 듯 손바닥으로 뺨을 지긋이 누르고 있었다. “부인, 울지 마세요.” 도대체 왜 부인의 기분이 이런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깨끗한 손수건을 건넸다. 부인의 생각이라면서? 부인은 손수건을 받아서 눈물을 찍어 내고는 코를 훌쩍였다. 부인은 일어서서 머리를 매만지고 치마를 다듬었다. 갑자기 방을 휙 나가버리는 바람에 나는 비틀거렸다.
--- p.181

눈물이 흐르는 걸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잉글랜드 부인은 조용히 나를 지켜보았다. 나는 의자를 침대 으로 좀 더 가까이 끌고 가서 사울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럼 병원에서는 천식을 어떻게 치료하지요?”
“수증기요, 부인. 제가 말씀드린 대로요.”
“그럼 다시 해봅시다.”
나는 부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잉글랜드 씨께서…….”
“망할 잉글랜드 씨! 문을 잠그면 되니 하인들에게 물을 당장 다시 가져오라고 하세요.”
--- p.248

이렇게 높이 올라와서 보니 우리 앞에 펼쳐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계곡이 그림 같았다. 크랙과 저 너머 황무지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틈이 있어서 마치 거대한 풍광에 칼로 깊이 뜬 뒤 폭이 좁은 조각을 떼어낸 것과 같이 보였다. 나는 모자를 벗고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그리고 머리에 송송 맺힌 땀을 식혔다.
“집이 그리워요?”
주위를 둘러볼 때 잉글랜드 부인이 말을 걸었다.
“아니요. 하지만 제 동생들은 그리워요. 크는 걸 보고 싶어요. 매번 볼 때마다 달라지더라고요.”
“언제가 마지막으로 본 거예요?”
“1년도 넘었어요.”
잠시 조용하던 잉글랜드 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항상 같이 있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 p.313

나는 떨어지기 전에 오른에 있는 하얀색 난간을 잡았다. 본능적으로 손을 뻗은 것이다. 만약 이게 사고였다면, 만약 이 일이 아주 끔찍한 실수였다면 이쯤에서 구조되어 살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못에 걸린 속바지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고, 너무 무서워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도 없었다. 다리가 달랑거렸다. 발 디딜 곳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다. 엘시가 울었다. 아빠도 흐느껴 울었다. 아빠가 몸을 구부렸고 일말의 안도감이 내 안에 들었다. ‘안전할 거야.’ 나는 생각했다. 아빠가 커다란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열이 나던 내 이마를 짚고 머리카락을 쓸어주던, 길을 건널 때 내 손을 잡아주던 바로 그 손으로, 내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폈다.
--- p.381

“역경 속에서도 담대하라.” 나는 카펫 위에 깨진 파란색 화병 조각을, 잉글랜드 부인의 하얀 얼굴을 생각했다. 잉글랜드 씨가 아무리 부인을 약하고 제정신이 아닌 위험한 사람으로 만들었을지언정 부인은 얼마나 조용하고 침착했던가. 그제야 나는 부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조용하게, 아이들을 깨우지 않도록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서 신발 끈을 한 번 더 맸다.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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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황무지만큼 위험하고 활력있는 작품. 끝이 나지 않기를 바랐다.
- 로라 퍼셀
끊임없이 떠오르고, 강렬하고, 분위기 있는 수작이다.
- 에마 스토넥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대단한 전개방식에 입이 떡 벌어졌다.
- 리즈 하이더
아름답게 쓰여진 매혹적인 이야기.
- 선데이 익스프레스
이루 말할 수 없이 강렬하다.
- 데일리 메일
읽는 내내 공포의 감각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는 뛰어난 작품.
- 더 썬
최면을 거는 듯 황홀하다.
- 케이트 윌리엄스
완벽하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 루이즈 해어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 조아나 글렌
영감을 주는 동시에 매력적이다.
- 히트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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