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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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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네팔

: 섞이지 않지만 밀어내지도 않는 사람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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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42g | 128*188*20mm
ISBN13 9791188949380
ISBN10 1188949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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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네팔’이라는 나라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지만, 내가 나고 자라면서 겪었던 일들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내가 감히 네팔을 대표하지는 못하지만, 네팔인 수잔 사키야를 대표하는 것은 나밖에 없다. 네팔이 아닌 나의 이야기라면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프롤로그 | 인연이 여기까지 이끌었다」 중에서

두 손을 모으는 합장은 무드라 중에서도 가장 쉽고 기본적인 동작이다. 손바닥이 만나는 순간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사라지고, 평화가 온다는 의미다. 요가에서 가장 쉬운 동작의 이름이 나마스테인 이유와도 통한다. 모든 사람이 다치지 않게끔 하자는 의미다. 나뿐만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들도 챙기자는 것이다.
---「신과 만났다면 이렇게 인사하세요, “나마스테”」 중에서

네팔 사람들은 적어도 결혼 때문에 분쟁을 만들지 말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만이 아니다. 다른 민족들의 문화를 간섭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다른 민족도 우리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한다. 네팔에는 민족 갈등이 없다. 종교 갈등도 없다. 존중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눈물이 네팔에도 있다

석가모니는 산스크리트어 샤키야무니(Shakyamuni)를 음역한 말이다. 샤키야무니는 ‘샤키야의 현자(Sage of the Shakyas)’라는 뜻이다. 여기 나오는 샤키야가 바로 우리 가문의 샤키야다.
그뿐만이 아니다. 네팔에는 살아 있는 여신 쿠마리를 샤키야 또는 버즈라차르여(Bajracharya) 가문에서 선발한다. 특히 카트만두의 로열 쿠마리는 샤키야 가문에서만 선발한다. 내 둘째 여동생은 어릴 적에 쿠마리 후보로 뽑히기도 했다. 바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내가 하는 일이 나의 카스트입니다」 중에서

마지막으로 하나 더 당부하자면, 석가모니의 탄생지가 인도라는 말은 피하자는 것이다. 석가모니의 탄생지는 현재 네팔의 룸비니 지역이다. 인도와 가까운 지역이고, 사실상 네팔이라는 나라가 없던 시기에 태어난 위인이라 국적을 따지는 건 합리적이지 않지만, 네팔 사람들은 석가모니가 네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네팔에서 석가모니가 인도 사람이라고 하는 건, 한국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굳이 필요 없는 말은 하지 말자.
---「한국에서 네팔 맥주를 마시기 어려운 이유」 중에서

그만큼 소가 신성시되다 보니 웃지 못 할 일이 종종 벌어진다. 나하고 사이가 나쁜 이웃이 있으면, 그 이웃이 농사를 짓는 밭에 소를 풀어놓는다. 소에게 돌을 던지거나 쫒아낼 수도 없다.
그저 알아서 나가 주기를 바라야 한다. 이웃한테 가서 항의해 봐야 소용없다. 자기도 난처한 척, “소가 당신네 밭으로 간 걸 어쩌라고” 하면 그만이다. 두 집이 모두 소를 키우고 있으면 무한 보복전이 일어난다. 그래서 소가 없는 집은 난처하다. 민사상 방어 수단이 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소똥도 신성하다」 중에서

네팔에서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은 신들이 산에서 산다고 믿는다. 그중에서도 히말라야는 시바 신이 살며 명상을 했던 곳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신성한 곳이다. 8,000미터가 넘는 유명한 봉우리에는 각각 신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에베레스트는 ‘서거르마타(Sagarmatha)’ 또는 ‘초몰랑마(Chomolangma)’다. ‘서거르’는 ‘하늘’, ‘마타’는 ‘머리 위’라는 뜻이다. ‘하늘보다 높다’는 의미다. ‘초몰랑마’는 티베트어로 ‘세상의 어머니’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눈의 안식처, 히말라야」 중에서

티베트어로 룽따는 풍마(風馬, wind horse)다. 여기에 불경을 써 넣고 소원을 빌어 걸어 놓으면 바람이 소원을 산에게 전달해 준다는 믿음이 있다. 이 모든 게 산에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축복해 달라는 의식이다. 룽따는 일반인들도 원하면 걸 수 있다. 셰르파들이 의식을 할 때 소원을 담아 함께 룽따를 걸어 보는 것도 좋다.
---「내 인생을 바꾼 히말라야 등정」 중에서

나는 큰어머니 덕분에 쿠마리 거르에 가서 쿠마리가 된 아이들을 자주 봤다. 그 아이들은 외부인과 만나지 않을 때는 그냥 어린아이와 똑같다. 울기도 하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떼를 쓰기도 하고 이가 썩을 때까지 초콜릿을 먹기도 한다.
보통 아이들과 똑같다. 아이를 부를 때 이름이 아니라 ‘뎌마(뎌=신, 마=엄마)’, 즉 엄마 신이라고 부르는 것만 빼면 말이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쿠마리 제도를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을 희생해서, 아이들에게 책임을 떠안기며 사회적인 효용을 얻는 것은 어른들의 비겁한 변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살아 있는 여신, 쿠마리」 중에서

만약 네팔에 가게 된다면 네팔 사람에게 국기를 소재로 말을 붙여 보길 권한다. 만난 사람이 셰르파라면 네팔 국기가 산과 닮았다고 이야기해 주길 바란다. 불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국기의 해와 달이 순환하는 하루, 행복과 슬픔이 교차하는 인생을 표현하는 것 같다고 해 보자. 어느새 당신의 삶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네팔인들이 인천 아시안 게임을 사랑한 이유」 중에서

서로 섞이지 않지만 서로 밀어내지도 않는 사람들. 이게 네팔 사람이다. 서로가 다른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존중한다. 다만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에는 타협하지 않는다. 우리도 다른 민족끼리 섞일 수 있으면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다만 그렇게 했을 때의 대가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이 크다.
그래서 네팔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카스트를 유지하고 신을 믿을 것이다. 네팔 사람으로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면, 카스트를 대체할 제도와 방법을 만들고 민족들이 지금처럼 서로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일지 모른다. 여러분이 네팔을 좋아한다면 더디게 나아가는 네팔의 미래를 응원해 주었으면 한다.
---「섞이지 않지만 밀어내지도 않는 사람들」 중에서

띠즈는 명목상으로는 여성들이 남편의 장수와 건강을 기원하는 축제다. 원래 주인공은 사실 남편이 돼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반대다. 남편들은 부인들 눈에서 사라지는 게 좋다. 귀찮게 하면 안 된다. 금식 전에 먹는 덜은 모두 남편 책임이다. 집안일, 식사, 육아 모두 남자들 몫이다.
남자들은 “이게 무슨 우리를 위한 날이야? 여자들을 위한 날이지.” 하면서 농담 섞인 불평을 한다. 하지만 축제 때 대놓고 그런 말을 하는 간 큰 사람들은 없다.
---「축제에 오신 당신이라는 신(神)을 환영합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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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네팔을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을 읽고 어두운 거리의 불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감정을 느꼈다. 여섯 번을 방문했지만 네팔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는 생각. 그저 좋아만 했지 무엇을 좋아했는지조차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문득 정신이 들었다.

요 며칠 나는 네팔에 사는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보고 싶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는데,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동안 멀어져 있던 간극에도 환히 불 밝힐 수 있겠구나 싶었다. 수잔 샤키야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이 한 권의 책에 담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뜨거웠을까.

네팔과 한국은 참 많이 다르지만 그 다름은 어떤 면에서 닮았고 어떤 면에서 친근하다. 아름답고도 치열히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아 올린 네팔의 문화는 우화처럼도 읽히며 세계를 내비치거나 은유하는 거울과 저울 같다. 《지극히 사적인 네팔》을 읽고 나니 이제 네팔은 나에게 지극한 별이 되었다. 그리고 이 우주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 이병률 (시인, 여행 작가)
수잔의 나라, 네팔을 방문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게 있다. 공항, 시장, 식당. 어디를 방문하든 만나게 되는 네팔 사람들의 선한 눈이다. 수잔의 눈 역시 그렇다. 《지극히 사적인 네팔》을 읽다가 무릎을 탁 쳤다.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을 존중한다’는 그들의 삶의 자세를 확인하고는, 이것이 네팔인들의 선한 눈을 만든 것은 아닐까 싶었다.

다시 시작된 폭력과 광기의 시대에, 나와 당신이, 그리고 우리가 네팔 사람들의 삶을 한번 찬찬이 살펴봤으면 한다. 그곳은 민족 갈등도, 종교 갈등도 없다고 한다.
- 알베르토 몬디 (방송인, 《이탈리아의 사생활》 저자)
나는 한국 여권 소지자이지만, 2007년 네팔 취재를 갔다가 구룽족 어머니에게 입양(!)을 당해 구룽족 부모님과 여동생 둘, 그리고 귀여운 조카들이 생겼다. 수잔과 형동생하게 된 인연은 그때 시작된 셈이다. 네팔은 이처럼 놀라운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아름다운 인연으로 가득한 나라다. 그런 네팔에서 온 수잔이 대한민국과 맺은 특별한 인연은 그래서 놀라우면서도 전혀 놀랍지 않다.

이 책을 집어든 분들에겐 이 멋진 나라와의 인연이 막 시작된 참이다. 《지극히 사적인 네팔》은, 당신안의 신이 히말라야의 신들을 만나러 가는 흥미진진한 출렁다리다.
- 탁재형 (PD,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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