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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역사를 쓰다

민족주의, 역사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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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148*210*30mm
ISBN13 9791160871173
ISBN10 116087117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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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전 세계 곳곳에서 우익 포퓰리스트가 부상하고 있으며, 그들의 배타적인 자민족중심적 사고가 점점 더 많은 유권자에게 호소력을 갖는 시대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민족주의의 기원, 부상, 진화를 시급하게 이해할 필요에 직면했다. 이 책은 민족주의의 역사 그 자체를 주제로 하는 책이 아니라 역사학자가 이토록 중대한 현상을 그동안 어떻게 연구해 왔는지를 주제로 하는 책이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민족주의는 광대한 주제이다. 그래서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접근법이 특정 측면만을 중점적으로 조명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Marxists), 근대주의자(Modernists), 영존주의자(Perennialists), 구성주의자(Constructivists)는 주로 민족주의의 기원과 민족 형성의 과정(민족의식의 발흥과 민족적 연대감)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는 것에 집중한다. 포스트 식민주의(Postcolonialism)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너머에서 이루어진 민족 형성에 주로 초점을 둔다. 이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는 민족주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포괄적인 설명을 제시한다. 꽤 새로운 접근법, 즉 아래로부터 민족주의에 관심을 둔 구성주의, 정신분석학적 해석, 젠더의 렌즈, 공간적 전환으로 민족주의를 연구하는 많은 역사학자들은 민족주의의 부상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이들은 민족 건설 과정, 매일의 삶에서 민족 정체성이 어떻게 이야기되고, 나타나며, 수행되는지에 초점을 둔다. 이들은 많은 사례 연구를 산출했고, 많은 면에서 우리의 이해가 깊어지게 했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너무 세부적인 요소에 천착하고 문맥에 짜 맞추는 느낌을 주며 상당히 단편적인 그림만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 p.24

민족 국가란 모델이 실질적으로 ‘패권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기간이 상당히 짧음을 고려할 때 민족주의가 사회과학과 역사학이라는 학문에 이토록 엄청나고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 민족주의는 19세기 초반 이래 민족 국가란 분석에 있어 가장 지배적인 단위가 되었고, 여전히 많은 사례 분석에서 유효하다. 인정하건대 최근에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속한 역사학자를 비롯한 여러 학자는 민족 국가의 지배적인 지위를 더욱 비판하고 있으며, 가령 비교 역사, 초민족적 흐름에 더 주목하거나 지역적(local), 지방적(regional), 제국적(imperial), 글로벌(global) 주제를 탐구하는 방식으로 연구 의제를 조정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학자는 하나의 민족 국가와 관련된 지역적, 지방적, 제국적 과거에 여전히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민족 국가를 비교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위로 삼기도 하고, 민족(national) 경계를 넘어갔던 사람들의 움직임, 사상, 상품을 연구하고 있다.
--- p.41

역사학적 민족주의(historiographical nationalism)는 1945년 유럽과 세계 많은 지역을 폐허로 만든 사태에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이후 즉각적인 단절을 맞이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우리는 서구에 기껏해야 지연된 단절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비판적 역사학도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역사학적 민족주의가 더욱 강성해지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을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포스트 식민지화와 관련된 중대한 과정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포스트 식민 세계에서 민족주의의 부상으로 대표된다. 이는 서구식 역사학적 민족주의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같은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서구에서 역사학의 탈민족화 과정은 1980년대부터 역사 쓰기를 다시 민족화하려는 다양한 노력과 더불어 발전했다. 이는 역사학적 민족주의가 근대 민족주의의 심장부에서 힘을 다 소진해 버린 존재가 결코 아님을 시사한다.
--- p.47

19세기 중반부터 아랍 르네상스 운동은 문명 및 민족됨과 관련된 유럽 사상을 받아들였고 이를 아랍적 맥락과 조화시키려 했다. 초기 민족주의적 연구는 ‘아랍 민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서 언어와 문화에 초점을 두었다. 1940년대,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서구식 훈련을 받은 역사학자는 아랍 민족이란 개념을 발전시키려 하지도 않았으며, 특히 그 개념을 여러 포스트 식민지 아랍 국가 중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의 도움을 받아 정치적 실체로 변모시키려고도 노력하지 않았다. 다마스쿠스 대학의 총장이 될 예정이었던 콘스탄틴 주라이크(Kostantin Zureykp)는 미래를 위한 정치적 사명 선언의 하나로서 아랍 민족 역사를 썼다. 아랍 세계에서 민족주의 역사 쓰기는 자말 압둘 나세르(Jamal Abdul Nasser) 치하 이집트에서 사회주의 사상과 결합했지만 부상하고 있던 이슬람주의와 더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슬람 운동에서 민족의 개념과 민족주의 그 자체는 대개 불순한 서양적 개념이었기에 자연히 거부되었으며, 이슬람 신자로 구성된 (잠재적으로) 글로벌 공동체라는 사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 p.77

오늘날 서구권 학자 대다수는 역사학적 민족주의를 타인과 비교하여 자기 민족이 지닌 우월성을 확립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은 거부하지만 그중 많은 학자가 방법론적 민족주의라는 한계 안에서 여전히 작업을 하고 있다. 즉 학자의 연구에서 민족 국가라는 컨테이너는 우선시되며, 역사를 민족이란 렌즈로 들여다보는 것은 역사 쓰기에 비교적, 초민족적, 글로벌 관점이란 진보가 존재하지만, 이는 아직도 매우 흔한 일로 여겨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민족이란 분석 프레임워크가 실제로 적합한 주제와 분야가 존재한다. 민족 역사를 완전히 내다 버릴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민족 역사가 민족 정체성을 고취하는 관점에서 쓰일 때 민족 역사의 건설적인 잠재력과 민족 역사의 대안을 자각하기 위한 매우 자기성찰적이고 심지어 익살스러운 형태의 민족 역사의 촉진은 바람직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민족 역사 쓰기는 사람이 그네들의 민족 역사와 민족 정체성의 관계성을 어떻게 이해하고자 하는지를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일반적인 수단처럼 대화와 토론에서 대체 불가능한 것처럼 구성되어서도 안 되고, 논쟁의 장으로 들어가서도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 변화는 논쟁으로 만들어진 변화된 사항과 수정된 내용에 따라 수용되기도 한다. 민족 역사와 민족 정체성과 관련된 근본주의적 구성에서 벗어나는 작업은 과거를 권위적으로 넘어서려는 시도와 민족주의적 거대서사를 위로부터 규정하려는 시도보다도 분명하게 큰 이점을 갖는다.
--- p.80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의 이론적 접근법은 앤더슨이 마르크스주의 민족주의 개념을 모호하게 이용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앤더슨이 조탁한 술어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y)’는 지나칠 정도의 구성주의적 주장처럼 귓가를 울렸는데(또 구성주의적 방식이라고 해석되기도 했음), 이는 사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다른 구성원과 개인적인 접촉이 없어도 다른 구성원을 상상할 수 있으므로 개인은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실재를 지칭하려고 앤더슨이 만든 술어다. 앤더슨이 시장 지향적인 책 생산(‘인쇄 자본주의’)을 강조한 것은 민족 정체성과 전개되는 자본주의 정신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혁신적인 암시였지만, 독서 문화의 결정적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되었다. 마찬가지로 민족 언어의 발전을 위한 종교개혁의 중요성에 대한 앤더슨의 (특별히 독창적이지 않은) 암시는 주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강화와 관련이 있었다. 특히 사회적 영역에서의 이해 충돌의 관련성은 앤더슨에 의해 묵시적으로 전제되었고, 앤더슨은 그것에 대한 증거를 내부보다는 유럽 밖에서 찾았다. 때문에 앤더슨의 주장은 ‘글로벌’한 것처럼 보인다. 앤더슨은 모든 대륙의 실증적 자료를 통해 자신의 논지를 상세히 설명하려 했지만, 이는 되려 앤더슨의 결론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데 득이 되지 않았다. 앤서니 스미스(Anthony Smith)와 에릭 홉스봄의 출판물에서도 비슷한 접근법이 발견된다.
--- p.107

정치학자 아자 가트(Azar Gat)는 최근에 집필한 민족의 ‘긴 역사’에서 반 덴 베르게의 통찰을 바탕으로 기록된 인류 역사의 장기 지속(longue duree)을 관통하는 정치적 족류성과 민족주의의 영존주의적 중요성에 대한 가장 지속적이고 완고한 사례 중 하나를 구성했다. 가트는 국가의 맥락에서 민족주의를 족류성의 정치화로 이해한다. 전근대에서든 근대 국가에서든 가트는 “특정한 족류(ethnos)와는 대조적으로 일반적 족류성(ethnicityin general)은 항상 우리 종의 정의할 수 있는 특징이었다는 점에서 원생적이다”라고 주장한다. 가트는 공유된 문화가 농업 혁명 이전에 전 세계 인구의 압도적 다수를 구성하고 있었던 수렵-채집 집단 사이의 유전적 친밀성과 강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함으로써 이것을 설명한다. 이런 이유로 문화적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친밀감을 느끼는 경향 자체가 인간 진화 과정에서 유전적으로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가트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왜 족류 민족적(ethno-national) 연대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같은 위기의 순간에 개인의 이익 및 계급 이익처럼 다른 요인보다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트는 인간 행동의 선사 시대적, 사회생물학적 뿌리를 인식하는 것이 그것을 규범적으로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서둘러 덧붙인다. 사람들은 여전히 윤리적인 선택을 해야 하며, 그런 선택은 우리에게 유전적으로 뿌리내린 소인의 일부에 도전할 수 있고, 또 왕왕 도전해야만 한다. 하지만 가트의 요점은 그 유산의 힘을 부정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데 있다.
--- p.163

민족 정체성을 연구하는 구성주의 학자는 민족의 역사에서 ‘부자연스러운(unnatural)’ 것을 드러냄으로써 과거에 대해 확립된 신화를 해체했다. 따라서 구성주의는 종족 갈등, 영토 주장, 국가/민족끼리 벌이는 전쟁의 정당성을 그 근본부터 허물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이는 오늘날 존재하는 가장 중추적인 이념 중 하나인, 민족주의의 필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설령 문화가 우리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지거나 본질적인 것처럼 너무나 친숙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구성주의자에게 문화는 민족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지거나 본질적인 무엇도 아니다. 몇몇 구성주의자는 사회에 존재하는 고유한 문화를 타인에게 강요할 수 있었던 주류 집단 주도로 민족 문화가 건설되었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령 제도, 교통, 커뮤니케이션, 예술, 문학, 의례, 상징을 통한 민족 정체성의 생산을 연구한다. 구성주의 역사학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요소의 기원과 의미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추적함으로써 액면상 ‘명백한 것’과 ‘정상적인 것’을 해체한다.
--- p.197

마틴 반 힌더라흐터(Maarten van Ginderachter)와 마르닉스 바이엔(Marnix Beyen)은 국가와 엘리트가 구상하는 정체성 프로젝트가 반드시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민족화의 우발성은 과거에 존재했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민족 정체성이 분명히 드러날
때 확실히 이해될 수 있었다. 명저 ‘아래로부터 민족의식(Nationhood from below)’에서 그들은 19세기 유럽의 민족이 풀뿌리와 같은 수준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위로부터 민족주의(nationalism from above)’가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그리고 민족의식과 얽힌 대중적 사상이 사회 집단 사이에서 얼마나 유행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이 책의 저자는 경제 주기가 사람들의 민족주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민족적 충성이 언제 변하고 또 왜 변하는지, 마을 사람이 얼마나 애국심이 많았는지, 매우 지역적 수준에서 종족 정치가 어떻게 수행되었는지, 다양한 정체성(예를 들어 젠더, 계급, 지역, 종교)이 어떻게 혼합되어 있는지에 대해 논했다. 일상생활의 역사에서 민족주의를 연구하는 것은 민족과 민족주의의 내부에 존재하는 미세한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도전적이고 중요한 실천으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글렌다 슬루가(Glenda Sluga)는 시민권을 구성하는 여성적 형태와 남성적 형태를 구분했다. 더욱 실천적인 차원에서 슬루가는 19세기 중산층 가정 내에서 젠더 역할이 남성이 지배하는 민족의식의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탐구했다. 슬루가의 견해에 따르면 민족주의의 역사에서 인간의 몸에 대한 생각의 변화는 언제나 민족공동체가 상상되고 합법화되는 방식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 p.227

칼훈에 따르면 민족의 수사는 세 가지 민족 주장 클러스터를 중심부로 갖고 있다. 수사의 첫 번째 클러스터는 민족의 경계, 지리적 영토, 자급자족형 국가(또는 국가가 될)의 주권에 해당하는 인구와 관련 있다. 두 번째 클러스터는 공통 문화, 언어, 신념 및 가치를 통해 전 세대를 포괄하는 하나의 인구를 서로 연결하는 영토 및 공통 종족적·인종적 혈통과 결부된 특별한 관계성을 기반으로 발전하는 주장을 중심으로 진화한다. 민족 수사의 세 번째 클러스터는 정당성, 즉 대중의 의지에 의해 지원되는 합법적인 정부라는 상향식 관념에 따라 직접적인 정치 자격요건 및 참정권, 시민권의 평등, 민족 대소사에 사람이 관여하는 것과 대중적 참정권을 이용한다. 민족에 대한 담론적 형성, 우리가 만드는 가정 및 생각하는 개념은 일상적인 민족주의나 방법론적 민족주의를 통해 비교 조사연구에 접근하도록 이끄는 관행을 만든다. 이때 일상적인 민족주의나 방법론적 민족주의는 특정 민족과 국가에 소속되는 것을 조직하고, 역사학자가 민족의 이야기를 묶은 역사를 조직하며, 사회학자가 민족을 단위로 하는 일련의 데이터세트를 가리킨다. 그렇기에 사회적 연대로서의 민족주의에 대한 담론은 ‘사회를 다룸에 있어 구별된 정체성, 문화, 제도를 지닌 경계가 있고 통합된 전체로서의 사회를 광범위하면서도 때론 문제가 있는 것으로 다루는 방식’이라는 함의를 갖는다. 사회적 연대 담론의 집단적 자기표현은 공동체로서의 민족의 수사에 의해 뒷받침되고, 민족의 경계와 그 사람들의 특별한 관계성에 대한 수사의 도움을 받아 생산된다. 칼훈은 민족의 인위적으로 구성된 본성을 ‘실재하지 않는 것(not being real)’과 동일시하는 것은 실수라고 강조한다.
--- p.249

식민주의가 주요 메커니즘 중 하나였던 자본주의의 확산은 많은 면에서 비서구 세계를 실제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서구 근대성과 일치하지 않는 집단적 삶에 대한 사고, 생활 및 구상의 형태가 항상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비서구를 서구가 거쳐온 초기적 형태의 하나로, 또는 서구처럼 되기 위해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근대의 일부나 반드시 근대성의 서구적 형태와 같은 무엇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 시대의 생활 방식과 사상을 구현하는 무엇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반식민주의 민족주의가 포함되는데, 이는 비서구 민족을 서구의 열등한 버전으로 간주하고 취급하는 보다 명백하고 인종주의적인 형태에 성공적으로 도전했지만, 서구 근대성의 인식론적, 도덕적 가정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 p.285

민족은 근대에 매우 적합한 영웅 프로젝트로 이해될 수 있다. 계몽주의 시대 내내 합리적 경험주의가 부상하고 이전에 보편적이었던 종교적 신념 체계 간의 접촉이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상대화되면서 전통 종교와 관련된 문자 그대로의 불멸에 대한 약속은 생명력을 잃었다. 인간 공동체는 민족이 제공할 수 있는 상징적 불멸성을 통해 보상받았다. 물론 이런 주장을 내가 처음 제안한 것은 아니다.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은 민족의 매력이 “숙명적인 죽음을 연속으로 바꾸는” 종교의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능력에 크게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민족주의의 영존주의(perennialist) 및 족류 상징주의(ethno-symbolist) 이론가는 전근대적 기원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던 종족 공동체와의 연속성이 현재의 민족주의 정서의 강력함 및 안정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이 왜 그런지 이해하려면 개인의 심리에 눈을 돌려야만 한다. 만약 민족이 먼 과거에서 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 민족이 무한한 미래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은 더욱 타당성을 얻게 된다. 만약 민족이 그 설립자 및 과거 구성원보다 오래 살아남았다면 우리보다 오래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 경우 이런 집단적 노력에 대한 생물학적, 물리적, 지적 기여는 우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 의미를 가질 것이다. 실제로 앞 세대의 기여가 헛되지 않았음을 보장하기 위해 민족 동원의 사명을 계속 품고, 미래 세대도 우리의 기여를 보존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그 책임을 전달하는 것은 이전 세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 된다. 앤서니 스미스(Anthony Smith)가 말했듯이, 민족은 “사후세계에서 벌어지는 신성한 심판이 아니라 후손의 심판을 통해 숙명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불멸에 대한 감각을 부여”할 수 있다.
--- p.308

어머니와 아내로서 여성은 전통과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수동적이고 순종적이며 양육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궁극적으로 민족은 하나의 가족처럼 이해되어야 했는데, 여기에서 남성들은 공적인 삶에 관여하고 여성들은 사적인 영역에 국한되어 있었다. 민족주의 담론이 남성성의 이상에 집중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여성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한 것은 분명 아니고, 사실상 여성적 이상을 유지하는 것에 큰 중요성을 둔 셈이다. 그 결과 남성과 여성은 민족에서 매우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즉 정치는 남성의 전유물이 되었던 반면에, 여성은 문화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었다. 하지만 젠더 역할과 기대의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이는 실제로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유지되었을까?
--- p.343

그리고 외국인 관광(foreign tourism)의 영향력도 연구 주제의 하나가 되어 왔다. 특히 인류학자는 지역 공동체가 자신들의 집단적 자아상을 재조형하기 위해 외부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탐구했다. 식민지 당국자, 서구인 여행자, 인도네시아 국가 및 외국인 관광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리 사람이 어떻게 ‘발리화(Balinized)’되었는지에 대한 미셸 피카르 (Michel Picard)의 탐구는 꽤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한다. 우선 식민지 관리는 발리를 네덜란드 동인도 제도의 힌두-자바 문명의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여겼다. 외국인 방문객은 원래의 의례적 그리고 종교적 맥락으로부터 다양한 전통을 분리하고 서구 소비를 위해 포장함으로써 평화로운 낙원의 이미지를 만들고, 다소 차이가 있으나 발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과 공예를 발명해 냈다. 1960년대에 독립 인도네시아 국가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발리를 나라의 풍부한 문화 및 천연 보물의 요체 중 하나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발리 사람들은 이른바 ‘진정한’ 문화를 대표하는 덕망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그렇게 발리라는 섬의 집합적 정체성은 식민화, 민족 건설 및 ‘관광지화 (touristification)’ 과정과 지역 주민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조형되었다.
--- p.408

민족주의의 두 번째 흐름은 사회복지의 재구조화에서 나타났으며, 국가 차원으로 이전된 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가족 의무 수준 및 마을 공동체 수준에서 조직된 복지를 대체했다. 이것은 민족에 속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들 사이에 더 엄격한 구분을 의미했다. 이런 점점 더 정교한 차별화를 담보하기 위해 행정기관이 구축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세계의 일부에서만 일어났다. 식민지 국가와 (정착자-)이민에 의존하는 사회 모두는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을 거의 따르지 않는 편으로 기울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은 민족주의적 의제에 대한 영구적인 도전이 되었기 때문에 양자 모두를 관리할 수 있는 관계로 이끄는 일련의 도구가 개발되어야 했다. 한편에서는 동화와 포용주의 전략이 수립되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주의를 주장하는 배타주의 전략이 수립되었다.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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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와 민족 정체성이 어떤 방식으로 분석되고, 이론화되었으며, 그간 어떻게 서술되어 왔는지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책. 각 분야의 전문가에 의해 서술된 원고가 하나의 작품이 되었으며, 민족주의 연구라는 하나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유익한 안내자가 될 것임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 폴 로렌스 (영국 오픈대학교 역사학 석좌교수)
“참 오랜만에 민족주의를 주제로 하는 최고의 책을 읽었다. 전체를 포괄하면서도 명료하고 또 독창적인 책이다. 이 책은 민족주의 연구의 각 분야를 선도하는 학자를 한데 모아 민족주의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이해에 절실하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 리코 아이작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학 국제정치학 교수)
“민족과 민족주의의 막중한 현실적 중요성을 생각할 때, 이 책의 번역이 거개가 근대주의에 경도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사회과학자들과 여전히 원생주의 내지 영존주의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의 역사학자들 간의 막혀 있는 대화의 물꼬를 다시 한번 트게 만드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 김인중 (숭실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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