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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08g | 125*204*10mm
ISBN13 9791158966195
ISBN10 115896619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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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뾰족한 것들이 쉬는 날이 있다면 못들이, 또는 압정들이 저의 뾰족한 끝을 모른 척하는 날이 있다면 망치들은 동조 휴일에 들 것이고 액자들은 벽을 쳐다만 볼 것이고 땅땅, 소리들도 하루쯤은 입을 다물 것이다.

작은 돌멩이들은 바쁠 것이다. 하루쯤 눌러야 할 종이들, 꽃송이들을 고정시킬 나비 핀들도 덩달아 바쁠 것이다. 아마도 뾰족한 못들이 쉬는 날이 잦다면 그날은 철물점들의 정기휴일이 될 것이다.

흔들리는 것들을 붙들어 매는 일침(一針),
흔들림은 정색하며 정좌(定座)한다.

따가웠던 적은 찔렸던 적,
그래서 그 자국 더 단단해진다.

정처 없는 것들의 정처(定處)를 만드는 고정, 끝이 뾰족한 것들은 작은 면적으로 넓은 것들을 고정시킬 수 있다.
---「가령」중에서

갸웃거리는 사유(思惟)를 받치는 것은
다름 아닌 팔꿈치다
위대한 철학이나 새로운 학설들의 정점에는
팔꿈치의 수훈이 있었을 것이다
아득한 별과의 거리를 좁히고
장미꽃숭어리 두근거리던 한여름 밤의
담장을 떠올리던 것도
팔꿈치가 받친 상념 속이었을 것이다

벽에 막힌 팔꿈치,
골똘한 집중을 받들고 섰다
촉수를 들어 이쪽저쪽 옛 부재(不在)를 더듬어가다 보면
저릿저릿해지는 팔꿈치가 있다
얽힌 실타래 풀듯 더듬어가던 궁리가 실마리를 찾으면
그때 비로소 팔꿈치는 자세를 푼다

몇천 년 전의 사람이 여전히 팔꿈치를 받치고 있는 것도
그만한 사유의 도구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비스듬한 사유를 받치는 이 직각의 조력자는
그 어떤 수훈의 치사는커녕 가끔
오후의 꾸벅이는 낮잠이나 받치라는 비아냥거림이나 듣는
처지일 때도 있다
아마도 매일매일 도는 달과 지구도
팔꿈치를 닮은 기울어진 중력 위에서 무한한 더듬이를 켜고
영원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유하는 팔꿈치」중에서

그의 구두에 잡힌 주름이
저의 걸음에 전전긍긍한 흔적이라면
얼굴 주름이 가득한 저이는
머릿속에 지고 가는 것들이 너무 많은 듯하다.
복잡한 머릿속에 오랫동안 짓눌려 온 듯
겹겹의 주름이 잡혀 있다,
웃음과 울음의 표정조차도 주름의 주도하에 있다.

겹겹의 주름은 또 얼마나 힘이 센 것인가.
풀어 놓거나 꺼내 놓으면
책 수십 권도 넘을 푸념과
웬만한 창고 하나쯤은 거뜬히 채우고도 남을 계획들,
그것들을 평생 떠받치며 살아왔으니
주름의 지지력은 대단한 것이다.

안간힘도 모자라 시력과 청력
앙다문 이빨까지도 다 동원했으나
세상 무게들 대부분은
다 귀와 눈으로 들어온 것들이라
눈과 귀는 결국 무게의 이동 경로쯤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턴 머릿속의 무게들
주름의 징검다리를 건너 온몸으로 옮겨질 것이니
꼿꼿하게 버텨왔던 몸은 그때
비스듬히 또는 수평으로 누울 것이다.

일생의 뒤축이 닳은 저이는
또 구부정하게 걷는다.
---「어떤 무게 이동의 경로」중에서

종이는 나무로 만들지만
모든 나무가 다 종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루나무같이 이파리가 잔망스러운 나무로 만든 종이는 너무 얇아서 무거운 활자를 지탱할 수 없고 굴참나무로 만든 종이는 글을 쓸 때마다 톡톡, 도토리 떨구는 소리가 나서 적절하지 않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 속이 희고 쉽게 갈변하지 않는 나무라야
검은 활자의 바탕이 될 수 있다

꺾으면 딱, 하고 부러지는 지조 있는 닥나무로 한지를 만들어 무구정경(無垢淨經)을 싣고 오동나무로 만든 장롱에 딸을 실어 보내듯 나무들은 태어날 때부터 각각 그 재목이 다르다

책의 제목처럼,
종이의 재료가 되는 나무는 종이의 천직쯤 된다
종이를 위해 무럭무럭 자라서 종이로 마감하는 일생을 산다

종이를 만드는 나무는 어떤 맛일까
책장을 넘기는 엄지와 검지에 침을 묻힐 때마다 늘
그 맛이 손끝에 묻어난다

참 궁금한 맛이다
---「재목」중에서

근처라고 되뇌면 그 순간 안도감이 밀려온다
어느 곳이건 근처는 아름답다

벙커에서 걷어 올린 공이 홀컵 근처에 다다를 때
밤길을 걸어 아침 근처까지 이를 때
그 근처란 무작정 든든한 내 편 같다

그렇다면 엄마들이란 또
얼마나 마음 놓이는 근처들인가
밤새 쓰린 속으로 아내 곁을 서성거린
남편들의 근처란 또 얼마나 매달린 근처들인가

중심이 거느린 첨병처럼 근처에선
벌써 중심의 냄새가 난다
언덕에 올라서면 저기,
저녁 짓는 연기 피어오르듯 근처는 늘 안도한다

다만, 쌓인 가시를 뽑고 주변을 정리해야
근처는 도망가지 않는다
작은 벽 하나로 근처는 먼 나라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취급 주의 꼬리표가 붙은 유리그릇 같아
근처만 서성일 때도 있다
때때로 정상 근처는 힘겹고
새벽 근처는 가장 어둡기도 하다
---「근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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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영의 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떠올리게 한다. 성장한 나무는 혼자만의 성장을 얘기하지 않는다. 지금껏 성장의 밑거름이자 깨우침의 스승이 된 것들을 잊지 않고 다시 불러낸다. 다시 불러낸 그것들의 얘기가 나이테처럼 켜켜이 쌓여서 세상을 이루고 우주를 이루고 또 누군가의 시를 이루어갈 것이다. 든든하고 품이 넓은 나무의 말이라 불러도 좋을 그 시가 어쩌면 배종영 시인의 시일 것이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의 말을 듣듯이 시집을 펼치고 또 덮는다. 펼치고 덮는 그 사이가 오래된 나무 한 그루의 그늘처럼 아득하고 깊다. 거기선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올 것 같다.
- 김언 (시인)
배종영 시인은 타오르는 불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향하는 물을 닮았다. 흐르는 물처럼 그는 항상 낮은 곳을 자처한다. 중심보다는 주변에 한 발짝 “엉거주춤” 비껴 서 있으면서도 그 대열을 흩뜨리는 법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 시집에는 몸을 낮추지 않고서는 다가갈 수 없는, 너무 소소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대상들의 가치를 꿰뚫는 언어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영혼 속에 새겨진 말들은 우리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는 빛에서 그늘을 보고, 구겨진 꽃송이에서 활짝 피는 꽃잎을 본다. 얽히고설킨 교차하는 모든 것들이 서로를 의지해서 둥글어진다는 놀라운 발견. 동그랗게 굴러가는 시간처럼 우리들의 마음과 마음이 그의 시를 통해서 길게 이어질 것이다. 사유하는 팔꿈치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 강동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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