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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을 내가 쓴다

그 사랑을 내가 쓴다

상상인 시선-04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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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4쪽 | 210g | 128*205*10mm
ISBN13 9791193093214
ISBN10 119309321X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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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분명 붉은 바다
넘실넘실 밀려온다
흔들리다 솟아올라 끼를 쏟는 파도다
널 막을
제방이 없어
나도 같이 젖는다

만선을 알리고자
붉은 등 달았는가
오월의 만조 앞에 무릎 꺾인 할머니
머리에
꽃을 달고서
“배고파 밥” 하신다
---「꽃밥 먹으러 가요 -장미공원에서」중에서

물빛 닮은 바람의 발 언덕을 넘어서고
뜨거운 입김 뿜는 국밥집 굴뚝 위로
굴뚝새
줄무늬 펴고
사랑 고백 한창이다

바람이 불어 좋고 고백을 해서 좋다
바다도 가슴 열어 하얀 속살 보여주고
억새풀
바람길 따라
촘촘하게 빗질한다

오늘은 너 없는 밤과 낮을 열어 두고
어릴 때 눈깔사탕 아껴 먹던 것처럼
나 혼자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지낸다
---「언덕으로 넘는 바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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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희 시인은 아버지와 어머니, 연인과 이웃, 어쩌면 우리가 몸담은 이 세계를 사랑의 문장들로 기록하려 한다. 황정희 시인에게 사랑은 한없이 깊고 익숙한 감정이면서도 결국은 놓아버린 혹은 놓을 수밖에 도리 없는 숙명의 아픔과 그리움으로 얼룩져 있으며, 이러한 사랑의 결과물이 완성체가 아니라 이별로 환원되면서 “절명의 시”(「상사화」에서)를 낳고자 하는 열망에 깃들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사랑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이별로 각인되고 만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이를테면 “그 사랑을 (기꺼이) 내가 쓴다”는 초연한 마음으로부터 사랑을 부정하고 다시 부정하는(결국은 인정하는) 안타까운 사랑을 받아들이는 일이 된다. 시인의 말처럼, “만남과 헤어짐”은 “안달해서” 되는 일이 결코 아니다. 사랑은 완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 시간에 의해서 다시 쓰인다. 황정희 시인만의 사랑의 문장은 사랑의 시차를 아는 시조의 문장으로 표출되고 있다.
- 전해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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