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 차원에서의 정책들뿐 아니라, 또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은 주요 핵심·신흥 기술 혹은 자원을 보유한 국가들 간의 연합을 구축하고자 하였는데, 반도체 생산 기업을 가진 국가들 간의 ‘칩4동맹’이 한 예이다. 즉, 미국이 국제적으로 취한 조치는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중추적인 국가들과 연합을 형성하는 것이었다. 이는 미국의 독자 제재가 분명히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계획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지만, 더 크고 장기적인 중국 반도체 생산 역량에의 타격은 반도체 공급망에서의 핵심적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한 집단적 제재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 p.45, 「제2장 “한미 첨단기술 협력」 중에서
한국과 미국은 글로벌 보건안보를 위해 다자간 플랫폼인 GHSA에서뿐만 아니라 양자 간 협력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2019년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질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협력을 벌여나가기로 합의했다. 이것의 핵심 내용은 보건안보 차원에서 신종 감염병의 발생에 의한 보건위기를 대비·대응하기 위한 감시·통제에 협력하고 합동훈련을 벌이는 것이지만, 실험실 역량 강화, 항생제 내성, 만성질환 및 건강 증진, 보건의료 양성 등과 같은 최근 양국이 공통으로 관심을 가지는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협력도 포함되었다.
--- p.122, 「제4장 “보건 및 제약·바이오 기술과 한미협력」 중에서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CP(부가통신사업자)가 국내 기간망에서 상당한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국외에서 촉발되는 현실이 도래하였다. 그런데 해외 사업자들의 문제 행위에 맞서 대응할 수 있는 규제 방안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해외 CP에 대한 거버넌스의 문제는 국내 규제의 역외적용의 문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의 문제 등을 내포하고 있어 한국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이는 궁극적으로 규제당국 간 조율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으로, 한미 규제당국 간 정책 조율과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 또한 아마존, 구글 등 자국 테크기업의 시장지배적 행보를 규제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들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한미 간 데이터 규제 관련 정책 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을 고민해 봄 직하다.
--- p.155, 「제5장 “한미 디지털 경제 및 디지털 협력의 미래」 중에서
미국이 2022년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설정하고 있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국제정치 구도에 대한 어느 정도의 동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과 지나치게 이분법적인 국제정치 구도에 원하지 않게 연루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 가지 좋은 방안은 한국이 이미 천명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구도와 관련된 국제 합의나 외교정책을 재확인하고 이에 기반한 구체적인 약속을 하는 것이다. … 한 가지 좋은 사례는 한국이 2022년 12월 발표한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있다. 이런 선언, 성명, 전략에 대한 언급을 통해 우리에게 리스크가 있을 수 있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국제 구도를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미국과 공동 인식을 나누고 행동도 같이할 수 있음을 암시할 수 있다.
--- p.215, 「제7장 “한미 가치·규범 협력」 중에서
사이버 억지 증대를 위한 한미 간 협력 의지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계기는 2022년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상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주제 아래 사이버 안보 분야 양국의 협력 과제로 사이버 적대세력 억지, 핵심 기반시설의 사이버 보안, 사이버 역량 강화, 사이버 훈련, 정보 공유, 군 당국 간 사이버 협력,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제안보 현안에 대한 협력 등을 강조하였다. 한국의 NATO CCDCOE 가입 역시 이와 같은 합동 사이버 억지력 증대의 목적에서 이루어진 조치로도 볼 수 있다.
--- p.246, 「제8장 “한미 사이버 안보협력의 진화」 중에서
동맹의 현재 군사적 능력과 수단을 통합하여 상대를 억제하고 대응하는 것이 ‘통합억제’라면, 장기적 국가이익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통합혁신’의 틀 속에서 군사기술 협력으로 연계해야 동맹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 이는 지리적, 물리적으로 구분된 국가의 능력을 통합하는 전통적 의미의 동맹으로부터 사이버, 우주, 인지영역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로운 전략공간에서의 협력으로의 발전을 의미한다. 동맹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능력만을 통합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능력을 상호보완적으로 발전시킬 때, 장기적인 경쟁을 주도해나갈 수 있다.
--- p.318, 「제10장 “한미동맹의 첨단 군사기술 협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