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E」의 디스토피아적 세상은 이제 정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감정을 느낄 수 없는 로봇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그 사랑의 힘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지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듯이, 안성석 또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랑’을 회복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한다……이번 전시가 과거와 현재를 경유해 미래의 도시를 상상해보며 희망찬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성찰하고 그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미래의 그날에도 모두가 안녕하기 위해.
--- p.20, 「현오아, 「MMCA 청주프로젝트2023 《안성석: 모두의 안녕을 위해》」」중에서
안성석의 작업은 동시대 사회가 가속화되어 가는 방향 속에서 기억하기의 곤란함과 망각, 그로 인한 개인 및 공동체의 윤리 의식에 대한 목소리를 점차적으로 강화해 오고 있다. 이 기억은 전적으로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서의 사적 기억을 바탕으로 하나, 그 사적 영역조차도 지속이 불가능한 사회적 구조는 영상에서 빈번하게 혼란과 무질서의 상황으로 담긴다.
--- p.68, 「심소미, 「모두의 윤리를 위해: 세계의 불온함에 맞서는 슈팅」」중에서
우리는 ‘확장된 도시’에서 산다. 공간은 그 속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삶의 방식, 사고방식, 문화 예술적 취향 등등을 결정한다. 일찍이 사상가들은 도시를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연결해서 연구하곤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도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 디지털 매체 공간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두 도시에 대한 연구 그리고 이 두 도시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로 진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 p.82, 「심혜련, 「하나가 된 두 도시 이야기」」중에서
디지털 폴리스는 기존의 폴리스가 “‘사물’(res)의 목소리를 듣거나 대변하는데 무척 취약”했다는 점을 수용함으로써, 비인간 행위자인 사물의 권리와 참여를 허용하는 이종적 네트워크의 정치 공간을 소집하는 행위인 “사물의 정치”(politics of things)의 역량을 갖는다. 그리하여 디지털 폴리스는 폭력의 색깔이 선명한 견고한 울타리를 지닌 폴리스가 기대온 권력 기반에서 풀려나 인간중심주의적 폴리스의 능력을 불신하면서 연결하고 이동하며 공간을 분배하는 노모스(nomos)의 유목적(nomadic) 역량과 결합할 수 있다.
--- p.102, 「김은주, 「디지털 폴리스의 유목적 역량과 사물의 정치」」중에서
“인간들은 끝내 무엇이든 알아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한계를 확장 시켰습니다. 우리는 우주의 크기도 가늠하는 존재입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고 하늘을 날고 없던 물질을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연금술사나 마법사 그 자체입니다. 지금껏 그 어떤 생물도 인간처럼 지구에 집을 짓고 도시를 건축해 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실용적 편리성과 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할 줄 아는, 이 지구에서 유일무이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p.122, 「천선란, 「도트」」중에서
현오아: 《내일의 도덕》, 〈정의되지 않은 정의〉,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등 전시나 작품 제목에 사회적 덕목이나 가치가 많이 등장한다.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 그리고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안성석: 나는 대단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가 아니다.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여도. 작가는 사랑이 있는 시대, 사랑이 있는 역사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사랑을 회복하는 일, 사랑의 능력을 되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저 예술은 아이, 노인, 가난한 자, 부유한 자 등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다양한 형태로 심성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 p.138, 「안성석, 현오아, 「작가와의 대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