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온 세계가 몸살을 앓았고 우리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그중 하나가 자연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안전해질 때까지 나 혼자만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빈번해지고 극심해지고 있는 기후재난은 지구시민의 각성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광릉숲에서 배운 교훈이 탄소중립 전환과 기후위기 극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광릉숲길에서 만난, 각성한 시민들이 우리 미래를 더욱더 평화롭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숲 사랑 속에서 형성된 연대, 배려의 정신이 광릉숲을 지켜나갈 것이다. 나는 광릉숲길을 함께 연 남양주 시민들이 자랑스럽다. 광릉숲을 지키고 가꾸는 데 열성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광릉숲친구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세상은 시민이 바꾼다. 시민이 주인이다.
--- p.13, 「서문: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과 헤어질 결심」 중에서
진접 도심에서 왕숙천 변을 걸어서 봉선사 천변으로 접어들어 걷다가 봉선사 입구 근처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광릉숲길로 연결된다. 진접 도심에서부터 국립수목원 입구까지 걸으려면 두 시간 이상이 걸리지만 매일 걷는다는 분들도 종종 만난다. 광릉숲길의 폭이 좁아서 혼잡할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숲속 오솔길을 체험할 수 있는 구간을 연장하고 일부 혼잡 구간을 확장하고 보완 정비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드디어 12억 원의 추가예산을 확보했다. 데크길을 부분 확장하고 장애인 램프 시설을 추가 설치해 어르신, 어린이 등 보행 취약계층이 편안하게 숲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더하여 2023년 4월 1일, 숲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며 조용한 자연 숲길을 산책할 수 있는 800m의 오솔길을 열었다. 이 오솔길 구간은 그동안 출입이 금지되던 구간이어서 평지만으로 이루어진 기존 숲길과는 차별하여 가파른 언덕길을 체험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인 그 길을 걸으면서 국내에서 유일한 온대 중부 저지대 고유의 낙엽활엽수림과 광릉숲을 대표하는 다양한 자생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길이다.
--- p.56~57, 「1부 ‘광릉수길을 열다'」 중에서
국립수목원에는 1984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하여 1987년에 완공된 전문 전시원이 있는데 식물의 특징이나 기능에 따라 24개로 구성되었다. 관상 가치가 높은 나무를 모아 배치한 관상수원, 꽃이 아름다운 나무를 모아 전시한 화목원, 습지에 생육하는 식물을 모아놓은 습지식물원이 있다. 이외에도 수생식물원, 식·약용식물원, 희귀·특산식물 보존원, 소리 정원, 덩굴식물원, 손으로 보는 식물원, 난대식물 온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략)
이 밖에도 국립수목원에서는 전국의 관련 대학, 연구기관, 수목원, 식물원 등에서 보유한 산림생물표본이나 식물 정보를 DB화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관련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또 국내 식물명의 표준화와 명명 등을 위하여 국가 표준식물 목록위원회를 한국식물분류학회와 공동으로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임업 연구기관으로 수백 명의 연구진이 식물에 관하여 연구하는 중심기관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 p.96~97, 「2부 ‘광릉숲의 가치를 만나다'」 중에서
2019년 8월, 국립수목원에서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 관리위원회’가 소집되었다. 수목원장, 이화순 수목원장, 이화순 2부지사 등 유관 기관장이 참석했다. 회의에서 광릉숲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남양주 첨단가구단지 조성 사업 입지 선정은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의결된 사안을 남양주시와 심의기관에 공문으로 전달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광릉숲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관리위원회를 통해 광릉숲을 보전하기 위한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화순 경기도 행정부지사는 강조했다.
10월 18일, 진접 주민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내가 속한 국회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의 2019년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나는 광릉숲 인근 가구공단 추진 문제에 대해 경기도의 입장을 물었다. 이재명 지사는 “주민 동의 없는 진접 부평리 가구산업단지 추진을 경기도는 승인하지 않겠다.”라고 답변했다. 공개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 p.129~130, 「3부 ‘광릉숲, 위기를 맞다'」 중에서
도시 숲(City Forest)으로 유명한 프랑크푸르트시의 녹지화는 1991년 시의회가 도시 안팎의 녹지를 그린벨트로 지정해 장기적으로 보호하고 개발하기 위한 ‘그린벨트법’을 제정하면서 시작되었다. 또한 프랑크푸르트가 속한 헤센주Land Hessen 정부는 1994년 시의 안팎을 경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1996년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자전거 순환 도로를 완공했다. 그린벨트는 경관, 소풍 여행지와 넓은 산책로를 갖추어 프랑크푸르트 도시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동식물을 위한 휴식처도 제공하고 있다.
정치가 시민의 일상적인 삶과 거리를 보이고 자주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의 기초인 정당이라는 조직이 점점 일상적 시민의 삶과 멀어지는 현실을 본다. 나는 우리가 사는 도시에 대한 이상을 가지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실천을 고민하는 광릉숲친구들과 같은 단체가 새로운 시민 정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삶과 직결하고 호흡 하는 정치가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환경과 시민의 삶의 질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정치, 그런 정치가 내가 꿈꾸는 정치다.
--- p.170~171, 「4부 ‘광릉숲에서 새로운 도시문화를 찾다'」 중에서
숲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도 큰 역할도 담당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1년 내내 잎을 달고 있는 상록수인 침엽수가 연면적이 더 커서 미세먼지를 잡아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나무 한 그루가 1년에 약 36g, 에스프레소 한 잔 정도의 미세먼지를 정화한다고 한다. 같은 도시에서도 도시 숲 안에서는 도심에 비해 미세먼지가 40퍼센트 정도가 낮다. 따라서 도시 숲을 더 조성하고 구석구석 작은 공간이라도 비어 있는 곳에 나무를 더 많이 심어야 한다.
지구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숲이 파괴된 곳이라면 복원하고 조림과 재조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산불로 황폐해진 숲을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441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평균 같은 기간 발생한 294건의 1.5배 수준이다. 잦은 산불은 기후변화로 인해 높아진 기온과 건조한 날씨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파괴되고 사라지는 숲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유네스코가 인정한 광릉숲은 우리가 지켜내야 할 소중한 자원이다. 우리의 편의에 따라 개발 여부 자체를 고민해서는 안 되는 국가와 국민의 숲이다. 광릉숲이 우리에게 주는 공익적 가치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 우리도 모르게 늘 광릉숲으로부터 받기만 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p. 189~190, 「5부 ‘숲이 사라지면 삶도 사라진다'」 중에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켜 재생에너지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05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50~52% 감축을 목표로 친환경 에너지에 600억 달러 세액공제를 하여 전기차 보급을 대폭 늘리고, 녹색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2030년까지 9억 5천만 개의 태양광 패널, 12만 개의 풍력 터빈을 생산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린뉴딜 정책을 세웠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 이렇다 할 녹색산업 정책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 윤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하향 수정하여, 산업계에 온실가스 감축 시급성에 신호를 주기는커녕 기업의 부담을 줄여줬다.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해 제품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에 비용을 부과하겠다고 하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생에너지 지원을 오히려 줄이고, 원자력발전 확대에만 올인하는 실정이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는 RE100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도 앞으로 예외가 될 수 없다.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도 이행에 강제성을 부과할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충에 실패하면 앞으로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 p. 218~219, 「6부 ‘기후위기와 정치의 각성'」 중에서
김한정: 우리 광릉숲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말씀은 또한 교수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생물 다양성 보존의 의미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숲이 생물 다양성 보존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습니까? 저도 놀랐습니다. 광릉숲이 설악산보다 생물 다양성 차원에서, 단위 면적당 생명체 종류가 훨씬 더 많고 다양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광릉숲이 잘 보존돼야 하겠는데, 광릉숲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지금 우리 자연환경에서 숲이 많이 사라지고 있지 않습니까? 무분별한 개발이 일어나고 있고요. 이런 면에서 우리가 다시금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요?
최재천: 그 광릉숲이 마치 섬처럼 되고 말았다는 말씀을 들으니 참 가슴이 아픕니다. 침팬지를 연구하는 제인 구달 박사도 똑같은 경험을 하셨거든요. 어느 날 박사님이 배를 타고 가서 해당 지역에서 연구하다가 어느 날 비행기를 타서 그곳을 내려다보게 되었는데, 완전히 그곳만 섬처럼 숲이 있고 주변은 완전히 다 경작이 된 채로 둘러싸고 있었죠. 그래서 그때부터 작은 숲과 숲을 연결하는 숲 통로들을 계속해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조금 전 설명하신 대로 광릉숲은 여러 동식물이 모여서 살아서 생물 다양성의 보고가 되었지만 섬으로 남게 되면 앞으로 점차 그 안에서만 교배가 이루어지고 유전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생태계로 변해가게 됩니다. 이를 막으려면 외부 다른 생태계와 연결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또 의원님에게 과제를 드리고 싶습니다. 항공사진을 좀 더 넓게 보시면서 주변 어떤 숲과 광릉숲을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p.241~242, 「에필로그, 김한정 의원과 최재천 교수의 대담 중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