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으로 들어가 보자. 회중석에 이르기 전에 만나는 공간을 ‘성당 입구Vestibule’라 한다. 예전에는 이 공간을 커다란 깔때기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나르텍스Narthex’라고 불렀다. 이 공간은 교우들이 주님의 현존 앞에 나아가기 전에 미사를 준비하는 곳이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나 파스카 성야와 같은 특별한 미사를 거행할 때 이곳에서 행렬을 준비하거나 불을 축복하고 파스카 초를 마련하기도 한다.
초기 교회에서는 미사 전에 와서 성체성사 안에 참으로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모실 준비를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흔히 같은 교우 집에 모여 미사를 거행했다. 또한 성찬례는 그리스도인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나 그리스도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이 묻힌 지하 묘지에서 거행되었다.
--- p.10-12, 「제1장 미사와 연관된 것 - 성당 입구」 중에서
‘성반Paten’은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빵을 담아 놓는 거룩한 접시다. 성반이라는 말은 둘레가 낮은 쟁반이나 접시를 뜻하는 라틴어 ‘파테나patena’에서 유래했다. 사제는 빵을 들고 축성을 드린 뒤, 성체를 다시 성반 위에 놓는다. 사제는 빵을 축성 드릴 때 ‘그리스도를 대신하여in persona Christi’ 행동한다.
미사가 거행되기 전, 성반은 성작 위에 놓아둔다. 그리고 그 위에 성작 덮개를 덮어 주수상 위에 두었다가 성찬 전례가 시작되면 영성체 예식이 끝날 때까지 제대 위에 둔다.
오늘날 성반은 작은 접시 크기다. 그러나 예전에는 성반의 무게가 9~14킬로그램 정도로 훨씬 더 크고 무거웠다. 축성에 필요한 모든 빵을 담기 위해서였다. 초기에는 성반을 주로 금이나 은으로 만들었지만, 유리나 나무로 만들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주로 성작과 같은 재료로 만든다.
--- p.43-44, 「제1장 미사와 연관된 것 - 성반」 중에서
파스카 초는 파스카 성야부터 시작하여 부활 시기 내내 밝혀 두고, 세례나 장례와 같이 특별한 예식 때도 켜 놓는다. 파스카 초는 그리스도의 빛을 상징한다. 또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 머무는 동안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 보이신 일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이사 9,1)라고 말한 이사야 예언자의 예언을 상기시켜 준다.
예수님께서 그 빛이시고, 그분의 빛은 어떠한 어둠보다 더 강하다. 그리스도의 빛은 매우 실제적이고도 상징적인 방식으로 세례 받은 모든 이를 비추어 준다. 세례식 때 대부모는 자신의 대자녀에게 초를 주고 파스카 초에서 직접 불을 댕겨 그 촛불을 밝혀 준다. 장례 때는 고인이 세례를 받아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들어갔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하여 관 가까이에 파스카 초를 밝혀 두기도 한다.
--- p.110, 「제1장 미사와 연관된 것 - 파스카 초」 중에서
‘희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알부스albus’에서 유래한 ‘장백의Alb’는 흰 아마포로 만든 긴 옷을 뜻한다. 이는 사제가 전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인 성직자복을 가리기 위해 입는 옷이다. 전통적인 장백의는 목선이 매우 낮아서, 사제가 그 안에 개두포를 입어야 할 때도 있다. 장백의를 입을 때 두르는 ‘띠Cincture’는 아마실이나 양털을 꼬아 만든 허리끈 같은 줄이며 장백의와 영대를 고정하는 데에 사용한다.
장백의는 탈출기 28장과 레위기 8장에 나오는 사제들의 옷과 거의 비슷하다. 이는 또한 로마 제국 시대에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이 입었던 튜닉과 그 모양이나 쓰임새가 비슷하다. 장백의는 오늘날 흰 아마포로 만들지만, 예전에는 비단으로 만들어 금실로 장식하거나 푸른색, 붉은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깔로 만들기도 했다.
--- p.133-134, 「제2장 전례복 - 장백의와 띠」 중에서
‘제의Chasuble’라는 말은 ‘작은 집’을 뜻하는 라틴어 ‘카술라casula’에서 유래했다. 이는 제의가 사제의 다른 모든 옷을 다 덮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제의는 소매가 없으며, 빵과 포도주의 축성이 이루어지는 미사 때만 입는다. 대체로 제의는 흰색, 빨간색, 초록색, 보라색 네 가지 색깔로 되어 있는데, 이는 전례에서 사용하는 색들이다. 제의 중에는 판초poncho와 같이 생긴 고딕식 제의, 앞뒤가 서로 분리된 로마식 제의도 있다.
최초의 제의는 로마 제국에서 흔히 입던 세속 옷이 변형된 형태였다. 이 제의는 사제의 발까지 완전히 늘어졌으며, 양쪽을 이어 붙여 팔 전체를 다 덮었다. 그러나 이 디자인은 매우 무겁고 길어서, 12세기에는 사제가 팔을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양쪽의 옷감을 잘라냈다. 이렇게 바뀌기 전까지는 부제나 차부제가 주례 사제의 팔에 미치는 제의의 무게를 줄이려고 주례 사제가 팔을 올리는 동작을 할 때마다 제의 자락을 팔 위로 걷어 올려야 했다. 한편 4세기까지는 미사 때 흰색 제의만 입었다. 그러다가 제의 앞쪽의 수직 솔기에 자수를 놓은 띠를 덧붙이고, 제의의 목 부분에 가로로 자수 띠를 덧붙여 오늘날의 제의 디자인이 되었다.
제의는 예수님의 멍에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제의를 입은 사제를 덮어 보호해 주는 사랑을 상징한다.
--- p.139-140, 「제2장 전례복 - 제의」 중에서
성광의 라틴어 이름인 ‘오스텐소리움ostensorium’은 그 자체로 성체를 보여 주는 도구를 의미한다. 이는 원래 금이나 은으로 도금하여 신심의 대상을 보다 경건하게 보여 주기 위해 만든 용기를 말하며, 보여 주는 대상에 따라 그 모양이나 크기 그리고 빛살 같은장식도 매우 다양하다. 성광에 대한 역사적인 언급은 13세기부터 나타난다. 때때로 성광은 성인의 유해를 현시하는 역할도 한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여기 우리 가운데에 현존하고 계시므로, 우리는 예수님을 보려고 2,000년 전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오직 성광 안에 모신 성체를 응시하면서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과 함께하며 예수님께 경배를 드린다. 이를 ‘성체 조배’라고 하며, 우리는 성체 조배를 통해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께 마음을 모을 수 있다.
--- p.189-191, 「제3장 그 외 전례와 연관된 것 - 성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