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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와 성좌

: 마르크스와 프루스트

장재현 | 바오 | 2023년 10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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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668g | 152*225*23mm
ISBN13 9788991428454
ISBN10 8991428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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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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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조약돌을 만지작거리거나 단풍잎을 줍듯 문장들이 손에 들어왔다. 책에서 걸어 나온 문장들이 겨울 골짜기의 폭설처럼 쌓이고 나서, 갈래를 세우고 더미를 나누는 일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일인 양 이어졌다. 헐거운 취미로 시작한 수집이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할 고된 일이 되고 말았다.
--- p.11

이자 낳는 자본이 생산에서 분리된 자본이라면 인간에게서 떨어져 나온 이름이 있다. 게르망트라는 이름은 그 이름을 가져다 쓰는 개인의 자질이나 재능에 따라 펴지지도 구겨지지도 않는다. 앞엣것이 자본의 일반 형식이라면 뒤엣것은 인간 종족의 일반명사다.
--- p.168

부의 생산이 자본의 소유가 아닌 다른 사회적 형태로 가능하다면 사랑 또한 소유가 아닌 다른 형태로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랑이 먼저 새로운 길을 열어 보일 수 있을까?
--- p.194

프루스트가 쓴 글을 사교계에 대한 레닌의 논평에 대한 주석으로 읽는 것은 들뢰즈다. 거꾸로 말할 수도 있다. 레닌의 논평은 프루스트가 쓴 글에 대한 빈틈없는 요약이다.
--- p.203

열 개의 문장을 통과한 낱말과 천 개의 문장을 통과한 낱말은 다르다. 제 뜻을 의심하거나 놓일 자리를 찾지 못해 문장 속을 서성거리는 낱말이 있는 한편, 주인의 자리를 굳게 지키며 동사와 부사, 접속사가 놓일 자리를 늠름하게 지정하는 낱말이 있다.
--- p.233

사랑에 빠진 남자는 변증법의 전문가이면서도 이를 알지 못한다. 증상은 한결같다. 그는 사랑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사랑에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관찰한다. 사랑의 매혹은 어쩌면 변증법에 대한 매혹일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지성의 발현이 제약된다는 점에서도 불행하다. 그러나 욕망이 확장한 지성은 대가를 요구한다.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는 자칫 변증법이 파놓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 함정은 무한운동을 강요한다. 어리석게도 그는 거기에서 나오길 거부하는 것이 자발적인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프루스트가 보여주는 것 또한 유물론과 결합하지 못한 변증법의 결함이다.
--- p.303

다른 책의 문장과 어울리면서 더 빛을 발하리라 스스로 상상하는 문장이 있다. 이 책을 세상에 부른 것은 그런 문장들이다. 글쓴이는 문장들의 그 열망과 아우성에 잠시 손을 빌려주었을 뿐이다.
--- p.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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