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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파라다이스 2
eBook

러브 파라다이스 2

[ EPUB ]
설규연 | 가하 | 2014년 03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6.0 리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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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3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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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5.06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8만자, 약 5.9만 단어, A4 약 113쪽?
ISBN13 9788966478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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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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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설규연




뻔하고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러브스토리를 사랑하는 로맨스마니아.
e-mail : wfsky@hanmail.net

▣ 출간작

러브 파라다이스 1부
이방인의 청혼
달빛 아래
천사의 유혹
계약남편
그의 정원
순수

▣ 출간 예정작

눈물이 보이지 않게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을 목격한 그녀는 낯선 공간에서 찾아온 미칠 듯한 고립감으로 소리를 지르려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솟구쳐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몸을 굽혔다. 아직 형태조차 완전히 잡히지 않은 작은 생명이 어미의 두려움을 느끼고 시위 중이었다. 정린은 아직 생명이 자라고 있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납작하기만 한 자신의 배에 손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미안해. 미안해, 아가. 엄마가 너무 겁쟁이라 너에게 미안해.”
누구에게도 배워본 적 없는 낯설기만 한 감정, 그녀는 자신의 안에서 숨 쉬고 있는 새 생명에 대한 애틋한 보호본능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밀려드는 현기증과 토악질을 물리치기 위해 차가운 유리에 이마를 갖다 댔다. 정린은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유리에 이마를 기댄 채 부스 안에 서 있었다. 얼마가 지났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시 미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부재중이었다.
정린은 한숨을 내쉰 뒤 부스 밖으로 나오기 위해 유리문을 살며시 밀었다. 길가로 나오자 세상이 돌아가는 소리와 냄새가 느껴졌다. 그녀는 잠시 숨을 크게 들이쉬고 절망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용기를 그러모았다. 어디선가 달콤한 초콜릿 향이 풍겨 왔다. 정린은 잠시 동안 감았던 눈을 뜨고 코끝을 자극하는 향이 풍겨 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눈물이 가득 맺힌 눈을 들어 앞쪽을 응시했다.
“레너드…….”
한 손에 핫초코 컵을 든 노인이 파란 눈을 빛내며 더없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또 만났군, 린. 허, 이걸 어쩌지? 난 커피를 주문했는데 아가씨가 내 말을 잘못 들었는지 핫초코를 주더라고. 난 단것을 먹으면 안 되는데, 하하…….”
정린은 그가 자신을 따라 몽콕까지 와준 것이 어딘지 모르게 의심스럽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절박하고 혼자라고 느낄 때 레너드의 편안한 웃음이 주는 안도감에 고마움을 느꼈다.
“레너드, 여긴…….”
그는 예의 그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며 도저히 물리칠 수 없는 미소를 머금었다.
“린이 공중전화를 나오는 걸 지켜봤어. 호텔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보려고 있었는데 바로 택시를 잡더라고.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 여긴 친구가 있는 곳인가?”
레너드가 내미는 핫초코 컵을 받아 들고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없나 봐요. 전화를 안 받는 걸 보니.”
“흠, 그래? 그럼 어쩐다? 잠시 카페 같은 곳이라도 들어가 있을까?”
정린은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노인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차는요?”
“저기 세워뒀어.”
레너드가 가리킨 곳을 보자 칠이 벗겨진 빨간 체로키가 전화 부스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주차 단속 요원이 오면 단번에 딱지를 떼일 만한 장소였다.
“바람 좀 쐬고 싶어요. 괜찮으시면 드라이브 좀 시켜주실래요?”
그녀의 부탁에 레너드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린의 손을 잡아 자신의 차로 이끌었다.
“그래. 그러자고. 답답할 땐 가슴 깊숙이 바람을 들이마시는 게 최고지. 상쾌한 바람은 아기한테도 좋을 거야.”
낡은 체로키에 올라탄 정린은 약간 식어버린 핫초코를 마시며 우울한 기분을 날려 보내기 위해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렸다. ‘섬집아기’를 허밍으로 부르고 있던 그녀에게 레너드가 미소를 보냈다.
“아름다운 음률이군. 그런데 곡조가 너무 슬퍼.”
정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듯 눈을 감았다.
“엄마가 일하러 나가시고 동생과 저 혼자 남아 있을 땐 제가 이 노래를 불러서 동생을 재우곤 했어요.”
“린은 분명 아주 좋은 엄마가 될 거야. 예쁜 아기를 키우는 린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노인의 말에 그녀는 이 아이를 혼자서 키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우울해졌다. 그녀는 고개를 내저으며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전 아직 홍콩 섬이랑 몽콕, 신계 외엔 둘러본 곳이 거의 없어요.”
그는 뜻 모를 웃음을 지으며 정린에게 유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홍콩이 몇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는지 알아?”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레너드의 하얀 머리카락들이 바람에 살랑대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뇨. 전 홍콩에 대해선 너무 모르는 게 많아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덜컥 홍콩이란 곳을 사랑해버리기 시작했다. 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이클이란 남자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그를 사랑해버렸었다.
그 사실이 지금에 와서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그저 마이클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그의 넓은 품에 안겨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행복했다. 어떤 것도 그 행복을 깨뜨릴 수 없었을 거라 믿었었던 자만심이 산산조각 나버린 지금조차도 그녀는 마이클을 향한, 그를 만날 수 있었던 홍콩을 향한 사랑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확하게 이백서른다섯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지.”
정린은 생각지도 못한 숫자에 놀란 얼굴로 노신사를 바라보았다.
“그렇게나 많아요?”
레너드는 껄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물론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이 더 많겠지만 말이야. 그런 곳은 세계적 부호들의 개인 별장 같은 곳으로 이용되지.”
“그렇군요. 얼마나 부자면 섬 하나를 소유할 정도일까요?”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창밖의 바다를 응시하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참 불공평하지? 세상 말이야.”
정린은 얼마 전까지 생활비마저 빠듯할 정도로 기울었었던 집안 살림을 떠올리며 씁쓸해했다.
“네, 그래요. 참 불공평해요.”
그는 다시금 가라앉은 정린의 기분을 살리기 위해 멋진 저음으로 ‘Moon Rriver’를 불러주었다. 레너드의 음색에서 왠지 모르게 편안해진 기분을 느낀 정린은 그의 옆얼굴을 보며 젊은 시절 그가 얼마나 핸섬했었을까 상상하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레너드의 목소리는 마이클의 것만큼이나 그녀를 편안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깜빡 잠이 들었던 정린은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에 놀라 기대 있던 조수석 시트에서 몸을 일으켰다. 레너드가 보이지 않자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차에서 내려섰다. 바닥이 움직이는 게 느껴지자 정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차를 꼭 붙잡았다.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온통 새파란 바다였다. 그녀는 배 위에 타고 있었던 거였다. 정린은 신기한 듯 일렁거리는 물결을 바라보며 차에 기대섰다. 레너드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미안. 말도 없이 배에 타서 많이 놀랐지?”
그녀는 고개를 내젓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깊숙이 들이켰다.
“아뇨. 너무 시원해요.”
정린의 안색을 살피던 그가 그녀에게 매실 하나를 내밀었다.
“이걸 입에 물고 있어. 구역질이 날지도 모르니까. 매실이 그걸 막아주거든.”
정린은 처음 들어보는 말에 놀랍다는 얼굴을 한 채 그가 내민 열매를 받아 들었다.
“정말이에요? 그런 민간요법이 있었군요.”
매실을 받아 들기가 무섭게 비릿한 바다 냄새와 울렁거리는 배 때문에 또다시 구역질이 치밀자 정린은 얼른 그것을 입에 가져다 넣었다. 시큼하고 싸한 매실의 향이 구역질을 가라앉히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레너드의 해박한 임신 지식에 경의를 표했다.
“이런 걸 어떻게 다 아셨어요? 부인께서 자제분들을 가졌을 때 익혀두신 거예요?”
지나간 추억들을 회상하는 듯 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퍄오링(豹領)도 아길 가졌을 때 입덧 때문에 꽤나 고생했거든.”
정린은 레너드가 중국 여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에 잠깐 놀랐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부인을 무척 사랑하셨을 것 같아요.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는 걸 보면.”
그는 바닷바람에 은발이 휘날리게 둔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것도, 어느 누구도 그보다 사랑할 수는 없었을 거야. 그녀가 죽었을 때 따라가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레너드의 부인이 죽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셨군요. 너무나 슬퍼하셨을 것 같아요. 그게 느껴져요. 지금도 잊지 못하고 계시죠?”
노인은 잠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정린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린을 보면 퍄오링이 생각나. 그녀도 린만큼이나 아름다웠었지.”
정린은 그의 미소에 똑같은 미소로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저보다 훨씬 더 아름다우셨을 거예요. 그분도, 그분의 사랑도. 레너드의 사랑을 받았다니 행복한 삶을 살다 가셨을 게 분명해요.”
“그럴까? 난 항상 그게 궁금했어. 그녀가 날 사랑해서 행복했을까? 날 사랑해서 얻은 것보단 잃은 게 훨씬 더 많았었으니까. 그래서 항상 미안했어.”
정린은 그의 눈빛이 슬픔으로 바뀌려는 것을 보고 살며시 그의 팔을 잡아 함께 갑판 위를 걷기 시작했다.
“당신을 사랑해서 당신의 아이를 낳고, 당신의 사랑을 받으며 살았으니 분명히 행복했을 거예요. 날 믿어요, 레너드.”
그녀의 말에 노신사는 기분 좋은 웃음을 웃으며 정린의 작은 손을 다독거렸다.
“고마워. 그렇게 말해주니 한결 마음이 편해. 정말로 그녀가 죽고 한동안 난 거의 산송장처럼 살았었으니까. 단 한 가지 따라 죽지 못한 이유는…….”
말끝을 흐리는 그를 바라보던 정린은 자신의 배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그분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 때문이겠죠.”
레너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랬어. 녀석이 행복해지는 걸 꼭 보고 죽고 싶었거든.”
“잘하신 거예요. 만약 레너드가 그분을 따라 세상을 버리셨다면 그분은 하늘나라에서 레너드에게 막 화를 냈을지도 몰라요. 당신을 그렇게 사랑했던 분이라면 당신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역시 그만큼 사랑하셨을 테니까요.”
그는 주름진 얼굴 위로 미소를 지으며 정린의 손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 그랬을 거야. 그녀가 얼마나 그 녀석을 사랑했었는지는 내가 더 잘 아니까.”
그들과 레너드의 차를 실은 배가 제법 큰 항구로 가서 멈춰 섰다. 그와 정린은 다시 차에 올라탄 뒤 배를 내려와 잘 닦인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 섬은 어딘가요?”
“란타오 섬이야. 관광지로 유명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창 밖으로 펼쳐진 해안가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가는 거죠?”
레너드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정린을 향해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데이트 코스를 미리 말해줄 거라고 생각해?”
로맨스그레이의 짓궂은 말에 그녀는 잠시 밝은 웃음을 터뜨렸다. 순간 마이클의 입에서도 언젠가 똑같은 말이 나왔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웃음을 멈췄다. 갑자기 싸늘하게 웃음을 멈춘 정린을 의아스럽게 바라보던 레너드가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괜찮아? 어디 불편한 거야?”
정린은 고개를 흔들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에게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뇨. 괜찮아요.”
괜찮을 리가 없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마이클의 부정을 목격한 그녀였다. 그에게로 찾아가 어떤 변명이라도 해보라고 다그치고 싶었지만 이제 그럴 용기도,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자신의 눈과 귀로 확인한 사실을 마이클의 입으로 다시 듣게 되는 상황을 견뎌낼 자신도 없었다. 그의 변명이 역겹게 느껴질 것이 분명했다. ‘레드 드래곤’의 카지노에서 자신을 하녀 취급하던 화려한 외모의 여배우와 키스에 몰두해 있던 마이클의 모습이 다시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자 정린은 잠시 신음한 뒤 레너드가 챙겨주었던 종이봉투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저런, 다시 시작인 거야? 그나저나 뭘 먹긴 먹어야 할 텐데.”
자신을 이토록 힘들게 만든 마이클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녀는 그를 향한 걷잡을 수 없는 원망과 실망감과 함께 어처구니없게도, 미치도록 다시 그를 만나고 싶고, 안고 싶은 욕구에 시달렸다. 너무나 간절한 그 마음이 배 속에 있는 아기에게도 전달됐는지 한참을 구역질과 싸우던 정린은 갑작스럽게 고개를 들어 운전을 하고 있는 푸른 눈의 노신사를 불렀다.
“레너드.”
“응?”
무슨 일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에게 정린은 눈물을 머금은 채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알겠어요.”
그녀의 말에 레너드가 고개를 돌리며 다시 물었다.
“뭘?”
“왜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죠?”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정린이 핸들 위에 놓인 노신사의 주름진 손을 덥석 잡았다.
“그를 본 거죠? 그가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걸 레너드도 본 거예요. 그래서 날 따라왔어요. 그렇죠?”
그녀의 질문에 레너드의 인상이 잠시 어두워지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어. 녀석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걸 봤어. 린이 걱정돼서 미행한 거였어.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정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당신과 퍄오링 사이에서 난 아들이 마이클이었어요. 그렇죠?”
순간 핸들을 쥔 레너드의 손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앞쪽을 응시한 채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떼어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 린의 말이 맞아. 그 녀석이 우리 사랑의 유일한 증거인 셈이지.”
정린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노신사의 주름진 옆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때 알아봤었어야 했어요. 병원에서 저에게 말을 거셨을 때부터…….”
레너드는 잠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녀석은 날 미워해. 하지만 난 세상 누구보다 그 녀석을 사랑해. 그래서 그 아이가 행복해지는 걸 꼭 보고 싶었어.”
정린은 마이클의 행복과 자신은 이제 아무 상관도 없어졌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고 걱정하는 그의 아버지에게 그 말은 할 수 없었다. 정린은 참고 있던 울음을 간간이 토해내며 그저 자신의 아랫배를 감싸 안을 뿐이었다.
“마이클은 나에게 아버지는 죽었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전 당신이 마이클의 아버지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레너드의 거칠고 주름진 손이 그녀의 작은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랬을 거야. 녀석은 제 어미와 내가 법적으로 혼인관계가 아니란 걸 알고부터 날 사람 취급하지 않았으니까. 그 뒤로 난 녀석에게 죽은 사람이었어.”
정린은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이마에 갖다 댔다.
“당신은 너무나 좋은 분이에요. 마이클은 레너드의 반도 못 따라올 만큼……. 전 당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알 수 있어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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