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인 면에서, 도시의 지도자들은 기술 혁신을 이루기 위해 여러 지역 또는 건물의 ‘복합체(complex)’를 건설한다. 상징적인 면에서 볼 때, 그들은 권력을 잃지 않으면서 혁신을 통제하고자 하는 문화적 우려 또는 심리적 ‘콤플렉스(complex)’를 드러내고 있다. 경제 성장에 대한 현대의 서사 구조 역시 그대로 답습한다. 정부의 지원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번창하고,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여긴다. 이러한 ‘허구적’ 기대로 인해 그들은 모든 사람이 번영하는 혁신의 풍경을 상상한다.
---「혁신: 사전 경고」중에서
경제학자와 지리학자는 몇몇 슈퍼스타 도시에서 높은 보수를 받는 전문가를 위한 소수의 직업을 집약시키는 ‘새로운 일자리 지형’을 분석한다. 반면, 혁신을 연구하는 사회학자와 비즈니스 전문가는 결국 시장성 있는 제품과 아이디어로 귀결되는 조직 간의 비공식 소셜 네트워킹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가지 접근 방식 모두 현재 도시에서 살면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고, 유동적이고, 교육받은 노동력인 ‘기술 인재’의 결정적인 역할을 분명히 강조하고 있다. _
---「혁신: 사전 경고」중에서
열망, 취향, 미적 성향과 같은 문화적 선택이 신경제의 매력을 증대시키고, 촉진하는 서사를 형성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학자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이 수년 전 보았듯이, 적어도 특히 일부 도시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는 부와 시장의 불균등한 집중은 중요하다. 이는 물론 금융 자본이 주를 이루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서로 다른 행위자와 조직을 연결해 주는 사회적 자본이다. 특히 대학,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코딩 스쿨 등 혁신 복합체의 다양한 ‘파이프라인’에서 멘토링과 네트워킹을 통해 투자자로부터 기업가 및 기술 노동자로 전달되는 문화적 자본이기도 하다.
---「혁신: 사전 경고」중에서
이 새로운 비전의 밑바탕에는 기술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킬지에 대한 상상력이 있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사회 비평가와 미래학자는 연기가 나는 공장의 굴뚝을 없애고 조립 라인 노동자를 서비스 직원, 소비자, 로봇으로 대체하는 ‘후기 산업적’ 변화를 상상했다. 이 비전은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대한 기대감 위에 세워졌고, 다양한 대학의 대규모 확장 과정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새로운 용어인 ‘지식 경제’에 영감을 주었다. 컴퓨터가 ‘지식’의 확산을 인쇄 매체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긴 1990년대에 이르러, 용어 역시 ‘지식’ 경제에서 ‘정보’에 기초한 경제로 옮겨 갔다.
---「1. 혁신의 상상」중에서
혁신 지구, 공유 업무 공간, 인큐베이터 및 액셀러레이터는 도시의 지형만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신경제를 살아나게 하는 상호 관련된 사업, 밋업(meetup), 훈련 프로그램의 생태계를 위한 투자 기반을 형성한다.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이 공간은 디지털 기술의 응용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배치하고 제조하기 위한 생산 현장이다. 동시에 신경제의 공장과 사무실, 카페와 푸드홀이기도 하다. 이들은 사회학자가 말하는 것처럼 새로운 노동력의 사회화를 위한 습관, 아비투스(habitus)를 창조한다. 넓은 바닥과 함께 노출된 벽돌담, 아이러니한 슬로건이 곳곳에 붙어 있는 곳에서 그들은 오늘날의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 일하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직원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협력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모양과 느낌을 체계화하고 이것은 모두 의미 있고, 재미있다.
---「1. 혁신의 상상」중에서
이것은 단지 뉴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의 모든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야기다. 뉴욕은 ‘토박이’ 인구를 하층민으로 몰아넣지 않고, 새로운 경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려고 하는 다른 모든 도시 중에서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선출직 공직자가 낡은 정치 제도나 오랜 정치적 연대를 방해하지 않고 새로운 산업을 개발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세계 경제 문화에 ‘변혁’이 내재되어 있을 때 특별한 도전을 야기한다. … 이는 필자가 뉴욕에 살고 있어서뿐만이 아니라 풍부한 자원과 막대한 책임을 가진 이 도시가 전 세계 자본주의의 재편을 위한 영향력 있는 시험장이라는 점 때문이다.
---「1. 혁신의 상상」중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은 그것의 힘을 전달하려는 거대한 야망을 똑같이 불러일으킨다. 초기 해커들의 이상주의가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포부 속에 살아 있지만 회사와 경력은 치열한 경쟁 압력에 의해 형성된다. 기업은 ‘플랫폼 경제’의 노동자와 ‘감시 자본주의’의 사용자를 통제하는 기술을 이용해 장점과 이익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엔지니어는 자신의 기술과 관련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지만, 또한 시장성 있는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세계 정치경제의 가장 중요한 틀에서 민족 국가들은 해킹, 스파이 활동, 그리고 기업들이 국제적인 경쟁자들보다 더 상업적인 첨단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자극함으로써 경쟁한다. 도시는 다른 곳에 쉽게 배치될 수 있는 투자와 일자리를 추구한다. 이것이 오늘날 ‘신’경제의 중요한 변수이다.
---「8. ‘혁신의 주소’」중에서
해카톤은 열망하는 젊은이들의 혁신을 크라우드소싱하고,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업무 공간과 근무 시간을 확장함으로써 기업의 이점을 실현한다. 밋업은 점점 더 많은 수의 창의적이고 디지털 기술을 가진 고학력자들을 활용해 공동체의 조직력을 구축하고 업계의 이익을 위해 정부에 로비를 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와 파이프라인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 투자자 들의 상호 사냥터로써 기술과 자본의 신경제의 공생을 제도화해 세계 자본주의를 강화한다. 이 과정은 합리적인 자기 투자와 로맨틱한 자기 발명이 역설적으로 융합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비유에 의해 힘을 받는다. 참여자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면서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8. ‘혁신의 주소’」중에서
이러한 문제들은 수년 동안 일자리 창출 자본 투자에 굶주린 지역들, 즉 미국 중서부의 산업 지역, 시골 지역, 더 오래되고 작은 도시에서 가장 많은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2000년대 초부터 벤처 캐피털의 가장 큰 몫은 샌프란시스코 해안 지역, 뉴욕, 보스턴에 투자되었다. 심지어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와 캐런 M. 킹(Karen M. King)이 보여주었듯이, 뉴욕시 내에서 대부분의 벤처 캐피털은 실리콘 앨리, 미드타운 사우스, 브루클린 수변 공간에 소수의 지점에 집중되어 있다. 정부의 개입 없이는 이 자본은 도시의 가장 가난한 이웃들을 돕지 않는다.
---「8. ‘혁신의 주소’」중에서
이런 이해 충돌이 말해주듯, 뉴욕에서 혁신 복합체를 건설할 땅을 찾는 것은 스타트업을 위한 벤처 캐피털을 마련하는 것만큼 경쟁이 수반된다. 도시는 바다, 여러 강, 그리고 그들만의 경제 개발 프로그램을 가진 주와 카운티 들로 둘러싸여 있다. 도시 내에는 건설할 공지가 사실상 없다. 게다가 토지는 다양한 공공·민간·비영리 소유주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큰 대지를 조립하고 큰 프로젝트를 조율하는 것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토지 용도를 바꾸는 것 또한 어렵다. 용도지역법은 ‘불합치한’ 토지 사용에 제한을 가한다.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산업 지역에 기술 및 창조적 사무실을 둘 수는 없다. 그러나 건물주들은 더 높은 임대료를 지불할 세입자들의 유혹에 빠진다.
---「8. ‘혁신의 주소’」중에서